[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4년 7월호 / 데스크칼럼]

물 시장 개방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 시장 개방은 다국적 기업의 진출 노력을 한 축으로 하고,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데 따른 중복투자 및 효율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민영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물 시장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영화는 추진되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이미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독식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주소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해 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과연 공급되는 물의 질적인 차원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만족할 수 있는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 보아야 한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물 시장을 개방한다고 하는데 대해서는 우리나라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그러나 운영능력이나 기술력에서 뒤지는 우리의 현실을 놓고 볼 때 물 시장의 개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점진적인 민영화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전면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국내기업들의 준비정도를 고려할 때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기업들에게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에 단계적인 민영화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엔은 2025년이면 지구 인구가 80억 명으로 늘고,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의 20억 명에서 5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세계 물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며 개방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상하수도 분야의 국제표준의 추진은 물 분야의 다국적 기업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유럽지역의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등 물 선진국은 2002년 9월 ISO/TC224(상하수도 서비스)를 신설하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상하수도서비스 기술위원회(TC224) 총회에서는 먹는물 공급과 폐수 관리방안에 관한 국제표준 제정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21개국 1백여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서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운영에 관한 국제표준 제정과 관련해 각국이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상수도와 관련한 국제표준의 방향은 앞으로 상하수도 사업자의 자격요건과 경영의 투명성 평가 및 공개까지도 국제표준으로 제정할 것으로 보여 개도국과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 주도로 상하수도 사업을 수행하는 국가는 시급히 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격이 2006년에 제정되면, 지방자치단체 직영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상하수도 사업에 투명성이 요구되고 상하수도 보급률이 낮은 농어촌의 개선이 시급하게 되며, 산업계의 오폐수처리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상하수도분야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프랑스의 건의를 수용, 먼저 '먹는 물분야 서비스'에 대한 국제규격을 제정키로 함에 따라 상하수도 서비스 기술위원회를 둬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규격이 제정되면 세계 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프랑스 등 선진국 중심으로 물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내사업권의 방어가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오는 2006년까지 ‘상하수도서비스 표준’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국내 물산업 시장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상하수도서비스 표준’은 그동안 프랑스·영국·독일 등 물 산업 선진국에서는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 왔으나, 이번에 ISO에 의해 먹는 물 공급과 폐수 관리방법에 관한 국제표준으로 확대돼 전 세계가 동일한 물 관리 기준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ISO 표준은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현재 세계 교역량의 80% 이상이 표준의 영향을 받고 있어 선진국은 국제표준을 시장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상하수도서비스 표준’이 도입되면 연간 5백조 원에 이르는 세계 물 산업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연간 8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의 물 시장은 전문기술과 경영마인드가 부족해 선진국의 개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ISO의 표준 도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기술표준원, 수자원공사 등 관련기관 및 학계, 업계와 함께 전문대응팀을 구성해 오는 9월 모로코에서 열리는 ISO 총회 등 향후 협상에서 우리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예정이다.

물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우리기업의 국제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9월 수처리선진사업단을 발족시켜 상하수도 분야의 기술발전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1백50개 국가 3억 명에게 물을 먹이는 대규모 집단이 바로 프랑스 등 유럽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이다. 특히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세계 물 시장의 70%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프랑스의 상수도 공급업체는 주로 정부와 공동 투자하여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으나 업체가 상수도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정부는 단지 이 업체를 감독만 한다. 프랑스는 이러한 민영화 경험과 성공의 경험을 살려 다른 나라에 운영체계 및 시설설비 등 종합적인 물관리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콜라업계를 양대 산맥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콜라전쟁을 뒤로 하고 5년 전부터 먹는 샘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떨 것인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먹는 샘물 판매에서 더 나아가 다국적 기업들은 상하수도 등 물공급 체계를 사업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전 세계 각 국에 진출해 물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각국 정부에 대해 상하수도 민영화를 구체적이며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 이어 다음 시장으로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후진국에게는 차관상환을 유예시키는 대가로 민영화를 요구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물 부문도 포함시켜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규격의 제정과 각국에서 정책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자사의 경영진을 정치권이나 협회 등의 주요자리로 진출시키는 등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각국의 상하수도 체계의 효율성을 문제삼아 민영화 정책을 유도하고 있으며 때로는 직접계약을 때로는 민관협력의 방식으로 물 서비스사업에 진출한다. 현재 물 민영화를 통해 기업에게 물을 공급받는 인구는 세계인구의 5%에 불과해 그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2000년 5월 특집기사에서 “20세기에 석유가 우리에게 약속해주었던 것을 21세기에는 물이 대신할 것이다.”며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만큼 물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우리에게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거대한 시장을 다국적기업에게 그대로 넘긴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993년 기간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물 민영화도 추진됐고 10년이 지난 지금 물 상태는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구아스아르헨티나스라는 회사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17개 근교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하수도 사업을 맡아 30년간 회사가 이들 지역에 물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 업체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수에즈가 지배 주주(39.93%)였으며 또 다른 프랑스 다국적기업도 7.55%의 지분을 갖고 있어 외국자본에 상수도가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서쪽의 투쿠만 등 몇몇 지역도 정부 산하 수도관리국이 운영하던 물 서비스 및 하수도 사업을 이렇게 민영화했다.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흐른 최근 수도관리국과 관련 기업들은 민영화 이후의 물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낡은 수도관이 교체되고 수압도 높아졌고, 수질도 한결 나아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다른 지역에서는 1993년 민영화 된지 2년 만에 물 값이 104%가 올랐는데 운영을 맡은 다국적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에 대해 별다른 대응방법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별다른 투자 없이 물 값만 올랐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따라 결국 그곳을 떠나야 했다.

물이 부족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에서도 물 분야에 대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민영화는 법률 개정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컸고, 남아공은 노조 연합(Cosatu)의 국가적 파업으로 난황을 겪었으며, 탄자니아에서는 민영화 반대 세력 때문에 민영화 절차가 무척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모잠비크에서는 1999년 이래 수도 마푸토(Maputo), 베이라(Beira), 남풀라(Nampula)와 같은 주요 도시에 수도를 공급하고 있는 사우르 인터내셔널(Saur International) 주도의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는데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프리카 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을 포함한 외부 경제후원은 도시의 상수도 서비스를 개인 사업자에게 허가한다는 조건으로 상수도 서비스에 1억1천7백만 달러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방향은 공사협력체를 통해서 가능했으며 선진국의 자금들은 이러한 형태의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지원을 약속하기 때문에 필요악으로 민영화가 비추어지기도 한다.

공공재인 수돗물이 민영화 될 경우 보다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의 확충은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물 값이 오르는 사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 값이 오르는 원인에 대해서는 사업자와 수요자의 입장이 상반된다.

이러한 사례에 따라 과연 물이 상품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야기됐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적인 행사에서도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지난 3월 27∼28일 제주도에서 열린 지구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한 세계 40개국 2백여 명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물 위기의 원인으로 물의 상업화를 꼽았다. 그들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와 남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의 물 공급 체계를 장악한 다국적기업들이 물 값 올리기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지구시민사회포럼 참석자들은 제주에서 채택한 공동 성명에서 각국 정부에 물 관련 민간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지구의 벗’ 국제본부 리카르도 나바로 의장은 3월 28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차 지구시민사회포럼에 참석해 “모든 생명체의 기본권인 물의 상품화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인데도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물 가격을 가나에서는 2배, 볼리비아에서는 3배로 올리는 등 엄청난 횡포를 부렸다”다고 주장했다.

물 시장의 개방이 다국적 기업들이 약속하고 있듯이 맑고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 하는 데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히 많다. 이미 다국적기업이 진출한 지역에서 급격히 오르는 물 값으로 인해 반대의 의견이 커지고 있다.

 

외국의 언론들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꼬집고 있으며 심지어는 민영화를 통한 시장의 개방은 다국적기업의 이윤 추구의 기회를 늘릴 뿐 안정적인 물 공급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의 지역에서는 물 값 인상 때문에 악어에게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다시 하천으로 물을 길러 나가는 일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민영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외국의 사례를 꼼꼼히 따져보고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WHO와 세계은행은 향후 15년간 세계 38억 명에게 상하수도 보급이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증가분의 2/3 이상이 재정적 여유가 있는 중국, 인도, 동남아 지역에서 시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아시아 시장의 개방은 보다 강력하게 요구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환경서비스 제공업체인 베올리아 앙비론망은 향후 10년내 중국이 회사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1.5%에서 8∼10%로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지난해 2백8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베올리아는 베이징 및 남서부 쭌이시 정부와 총 2억 3천만 유로어치의 수처리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5월 중국이 프랑스의 설비회사인 ‘비벤디’와 ‘수에즈’에 대해 중국인들에게 직접 상수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함으로써 중국의 상수도 시장 개방이 점차 확대되는 출발점이 됐다.

프랑스의 상수도 회사인 ‘비벤디 워터’는 푸동과 상하이 금융센터 및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택지역에 50년 동안 물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 회사는 ‘비벤디 환경’의 자회사다. ‘비벤디 워터’는 또 합작회사인 ‘상하이 푸동 비벤디 워터’의 지분 50%를 취득하기 위해 2억3천9백만 달러를 지불했다.

중국에서 외국회사의 상수도 서비스 문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도 칭다오 지역에 25년간 음용수를 공급하고 상하이에 상수도 공장을 재건축하는 것을 추진했다. 중국은 약 4백개의 도시가 물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하수처리 시설의 건설 또는 개선이 필요해 외국업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채산성이 떨어지는 관영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이 가운데 상수도 분야도 포함되어 있다. 선전에서는 상수도와 대중교통 업체들을 민간에 넘길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0월 1백30억 달러(약 15조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매각에 들어갔으며 상수도 관리 민영화도 포함될 유력시됐다.

 

베올리아와 같은 외국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1999년에 시행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계기로 삼아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한국 시장은 폐쇄적이어서 물 처리 시설에 대한 운영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안을 한국 정부의 시장개방을 위한 실제적인 의지 표시라고 외국 기업들이 평가하면서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1996년 OECD가입을 통한 한국의 대외개방과 IMF경제위기를 계기로 외국 자본 유치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도 프랑스 기업들은 국내시장에 진출을 촉진시켰다. 그러지 않아도 기회를 엿보던 외국 기업들로서는 아시아시장 진출의 매력적인 교두보를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다.

다국적기업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인 기업은 베올리아 워터사이다. 베올리아는 지난해 5월 비벤디 앙비론드에서 베올리아 앙비론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세계 1백여 개 나라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으로 세계에서 1억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물 처리 기업이다.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이 업체는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해 현대 삼성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국내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2006년말 완공 예정인 인천시 검단 하수처리장 건설 사업을 ㈜한화건설 및 두산건설㈜과 함께 공동투자하기로 하고,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또 인천 송도의 ‘만수 하수처리시설’ 건설사업에 참여해 2005년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에 앞서 현대석유화학, 하이닉스 반도체 공업용수 시설 건설에 참여해 총 5천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2002년 2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수처리시설 운영관리시장 공동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한국수자원공사와도 국내·외 상하수도 공동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은 △수돗물 누수를 줄이기 위한 지방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 공동시행 △고도정수처리 기술개발 및 설치사업 공동시행 △수자원 및 상·하수도 분야 해외사업 공동추진 등을 담고 있다.

베올리아는 1999년 11월 현대건설과 안산 양주 남양주 지역 하수처리장 건설 및 운영을 전담할 합작법인을 설립, 민간투자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교환하면서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했다.

프랑스 수에즈(SUEZ)사는 (주)한화 건설부문과 공동으로 9백87억원 규모의 ‘양주군 신천 장흥 곡릉 하수종말 처리시설 민간투자 사업’을 2001년 12월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한화와 수에즈사는 하수처리시설을 완공한 이후 소유권을 정부로 이양한 뒤 20년간 하수처리장의 운영을 담당하는 BTO(Build, Transfer,Operate)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런 외국의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은 아직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시장을 민간에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하수도 사업과 관련한 민영화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성이 있는 물을 민영화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물 관리를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울산본부 상수도사업본부지부는 금년 3월 성명을 내어 △현업 근무자 및 노무종사자와 관련한 조례 제정 △수돗물의 공공성을 외면한 채 추진중인 상수도민영화(공사화)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암사정수사업소 민간위탁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해 7월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서 ‘암사정수사업소 민간위탁철회와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윤추구를 위해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돗물을 민간위탁 한다는 것은 공공기관이 가져야할 자세가 아니며, 서울시와 상수도사업본부에 수질오염과 수도요금 인상을 야기하는 암사정수장 민간위탁 계획 철회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 집회를 가졌다.

2002년 8월 전국공무원노조마산시지부는 성명을 통해 “2002년 5월 31일 위탁관리 당사자인 한국수자원공사와 세계적인 기업인수 합병 전문회사인 프랑스 비벤디사와 연명으로 제출된 기업이윤추구를 위한 기술진단 보고서를 근거하여 유수율제고사업을 빌미로 밀실 탁상공론에 의거 상수도 사업을 통째로 넘기려 하고 있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물은 공공의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원리를 도입하여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물 관리를 맡기고자 하는 것은 시민을 보호하고 시민을 위하여 행정을 펼쳐야 할 자치단체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는 일로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급기야 물의 사유화로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현재 선진국의 상수도 위탁관리는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등의 일부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후진국, 개발도상국에서는 상수도의 수질 향상과 투자재원 때문에 비벤디등 다국적 기업에 위탁관리시키고 있으나 수도요금의 상승으로 인하여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며 민영화에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물 시장 개방의 토대가 되는 민영화에 대해 현재까지는 유보적이다. 우선 행정자치부의 시각이 당분간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민영화를 감당하기에 우리의 시장이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지방상수도의 운영 등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데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실시한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한 지자체 상수도 사업의 경우 직원 1인당 영업수익과 급수인구가 동일 단체 평균보다 떨어졌고, 또 다른 지자체 상수도 사업도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낮고 직원전문성 제고노력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 받았다.

1백67개 지자체들이 지방 상수도와 관련해 진 빚은 3조6천억 원을 넘고 있으며,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간의 중복투자도 문제다. 또 너무 규모가 작아 낭비적인 요소가 있는가하면 일부지역에서는 물이 남아돌고 있는데 바로 인근에서는 부족하고, 지역간 물 가격차이가 극심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비효율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민영화, 즉 민간 기업에게 운영을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는 것인데 과연 그런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 간에도 의견의 차이가 있다.

행정자치부가 2001년 11월 시·군 단위로 운영되는 상수도 사업을 생활권역별 수계별로 통합해 광역화하고 장기적으로 민간위탁 또는 민영화하는 등의 ‘지방 상수도 운영체제의 획기적 개선모색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민영화에 대한 검토가 본격화 됐다.

이러한 논의의 과정에서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전문기관을 육성해 세계적인 물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나 물의 생산부터 소비라는 전 과정의 경험을 두루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단 한국수자원공사는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세계 3대 물기업으로 도약하는 포부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공사가 수돗물 검사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것에서부터 구체적인 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0조원에 이르는 세계적인 물시장을 국제수돗물종합검사센터는 국제적으로 뛰어난 검사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일본 도쿄 수도국 수질센터와 프랑스 베올리아 앙주 연구센터를 표본으로 삼아 미국 물 관련 컨설팅회사에 의해 설계돼 건설됐다.

한국수자원공사나 국내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다국적 기업들이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논의되는 것이 일단 공공부문간 경쟁을 통해 수도 사업을 광역화한 뒤 민간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공공부문간 경쟁을 통해 수도사업을 광역화한 뒤 민간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에서 개최한 물 포럼에서 여러 번 다루어졌는데 민영화의 방향으로 가더라도 점진적인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세계의 물 시장 개방 움직임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점차적으로 물 시장을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이 우리의 시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는 개방은 모험일 뿐이다. 우리의 시장을 지키면서 외국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향에서의 개방방안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물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물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우선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