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4년 9월호 / 데스크칼럼]

 

일반 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주민이 사용 중인 간이상수도 등 간이급수시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 집단발병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 삼산제일광산(폐광) 주변의 토양과 간이상수도 등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카드뮴과 구리 등 중금속이 검출되었고, 6월 초에는 경남 하동군 청암면 청학동 M청소년수련원에 다녀온 진주 D중학교 1학년 학생 51명이 집단설사증세를 보였는데 역시 간이상수도가 문제였다. 또 지난 3월 경남 창녕군 장마면의 한 마을에서는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식수를 장기간 복용해오던 일부 주민이 병으로 사망하고 많은 주민이 뇌졸중이나 전신 통증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반 상수도의 경우 정수장에서 수돗물 생산 규모에 따라 매일 4∼6회 탁도와 잔류염소 등 6개 항목을 검사하고 매주 일반세균과 대장균, 암모니아성 질소 등 8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다 매월 미생물과 건강유해 유기·무기물과 소독 부산물을 포함해 55개 전항목을 검사하는 등 수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나 우물물, 계곡수 등을 이용하는 간이상수도의 경우 분기별 1차례씩만 검사를 하는 데다 검사항목도 대부분의 유해 중금속을 비롯해 건강유해 유기물이 제외된 채 13개 항목만 검사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지하수의 경우에만 최초 개발시 먹는 물 수질기준에 따라 55개 항목을 검사하여 적합해야 준공이 가능하도록 돼 있을 뿐이며, 그 이후에는 역시 분기별 13개 항목을 검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사용도중 유해물질에 오염되더라도 위험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간이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은 인구 2천500명 미만의 농어촌 마을에서 지하수를 염소로 소독한 뒤 공급하고 있다.

강원, 경남·북, 전남 지역에 총 2만4천여개가 집중 설치돼 있으며, 시설도 대부분 1980년 이전에 설치된 낙후된 시설들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6% 이상인 293여만명이 간이상수도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환경부는 파악하고 있다.

현행법상 간이상수도는 해당 지역 지자체에서 관리하도록 되어 있으나 한정된 인력으로는 해당 전지역의 간이급수시설을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마을 대표나 이장 등에게 일부분을 위임하여 운영·관리토록 하고 있어 농번기나 출타시 실질적인 관리가 어려우며, 관리자의 전문성 부재로 수질상태 점검과 관리의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

게다가 각 시설마다 소독약품 자동투입기를 설치하고 있으나 소독된 물의 염소냄새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용을 중단하고 있어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한 기기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물론 관리자의 조작 미숙으로 소독약품투입기가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간이급수시설은 농어촌 지역 주민의 유일한 식수 및 생활용수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시설 및 운영·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수시설이나 하수처리시설처럼 간이급수시설도 전문업체에게 위탁관리를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례로 포천시에서는 지난해부터 100여곳의 간이상수도를 민간전문업체에게 위탁 관리를 한 결과, 안정된 식수 공급은 물론 인력부족문제 해결로 행정서비스가 개선되고 예산도 절감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수질검사 횟수와 항목을 대폭 늘리고, 소규모 급수시설에 적합한 정수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고, 노후시설에 대한 개량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본지 창간기념 특별좌담회에서 서울대 이정학 교수가 “위생상태가 엉망인 간이상수도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수돗물 바이러스보다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처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도록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