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4년 11월호 / 데스크칼럼]

 

농약 등 각종 오염원에 방치돼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간이상수도 문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정식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전국 간이상수도 오염원 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전국 간이상수도 1만937개소 중 반경 500m 이내에 존재하는 오염원은 총 12만5천929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간이상수도 한 곳당 평균 11개의 오염원을 끼고 있는 셈이다. 북제주군의 경우 상수도 한 곳당 무려 198개소가 있었고, 그뒤를 이어 울산광역시 156개소, 경기 화성시 95개소, 전남 완도군 70개소 순으로 많은 오염원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상수도의 오염원은 많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어촌에도 각종 공장이 들어서고, 축산농가가 늘어나면서 축산폐수의 영향도 크다. 곳곳에 뚫린 지하수 폐공을 통한 오·폐수 유입도 심각하다.

특히 농약에 의한 오염이 가장 우려된다. 간이상수도의 97.8%(12만3천155개소)가 농경지에 설치돼 있고, 매년 뿌려지는 많은 양의 농약이 땅속으로 침투, 수질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먹는물 수질관리 지침’에는 간이상수도의 농약잔류량 조사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적정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간이상수도 먹는 물 수질검사는 분기별 1회씩 연간 4회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세균, 색도, 염소 등 총 14개 항목을 검사토록 하고 있지만, 정작 간이상수도에 가장 많은 오염원인 농약성분에 대한 검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광역상수원의 경우에는 총 55개 항목을 조사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중 대표적인 농약성분인 다이아지논, 파라티온, 카바릴 등 5개 물질을 조사항목에 포함시켜 농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미리 예방해 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국 간이상수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먹는물 관리는 간이상수도의 농약오염 우려를 낳게 하고 있고, 그 물을 먹고 마시는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개선되지 않는 것은 예산의 부족 때문이다. 간이상수도는 시·군·구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국고 지원이 안돼 자체 재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열악한 기초단체 재정으로 검사항목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염소투입기를 설치하고도 소독약품을 제때 보충하지 않아 소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또한 관리자의 조작 미숙으로 소독약품 투입기가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이 염소 냄새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염소투입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설이 낡은 것도 문제이다. 농어촌에 설치된 간이상수도 중 대부분이 1970∼80년대 새마을운동 때 설치된 것들이어서 노후된 시설로 공급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간이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은 인구 2천500명 미만의 농어촌 마을에서 지하수나 계곡수 등을 취수하여 염소로 소독한 뒤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간이상수나 소규모 급수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이 전국적으로 300여만명에 이른다. 그들은 지금 위험한 식수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정부, 국회, 언론에서는 ‘농촌 살리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도·농간에 차별이 많은데 먹는 물까지 차별을 당한다”고 불만이 많은 판에 물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농촌 살리기는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농어촌 주민들에게 안전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14개 간이상수도 조사항목에 대표적인 농약류의 잔류실태를 조사하도록 항목을 추가하고, 전국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문제가 있는 지역은 개선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