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5년 10월호 / 데스크칼럼]

 

10년 넘게 논쟁을 벌여온 ‘물 관리 일원화’ 문제를 놓고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가 다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정부의 물 관리체계는 수량 즉, 이수(利水)와 치수(治水) 관리는 건설교통부가, 수질관리는 환경부가 각각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 부처는 지난 9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주최한 ‘상수도 통합관리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상수도 관리권만큼은 환경부로 일원화를”, “일원화 불가 등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설전을 벌였다.

 

환경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인당 물 사용량이 계속 감소하는 데도 상수도 시설용량은 계속 확충돼 평균 가동률이 광역상수도 48.4%, 지방상수도는 54.8%에 불과하는 등 상수도관리 이원화에 따른 중복투자로 연간 4조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어 상수도 관리권을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건교부는 상수도 설비 과잉ㆍ중복투자 문제는 향후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해소될 수 있고, 댐과 상수도관리 주체를 나눌 경우 종합치수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물 관리 체계 개선은 범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환경부 주장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물은 수량, 수질, 이수 그리고 치수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한 개의 부처가 물에 관한 모든 행정을 일관성 있게 관장하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관련 부처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서 통합적 관리를 이루어야 한다.

물의 통합관리란 단순히 수량과 수질을 함께 고려하는 것 외에도 물의 공급을 감안하여 도시를 개발하고, 물의 수요관리를 고려해서 물의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따라서 물 관리는 물 관리 행정을 정부의 한 부처가 관장하여야 한다는 일원화보다는 오히려 물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고려하는 통합화가 관건이다. 관련 부처간의 조정을 통해서 물의 수요, 공급, 가격 등 물에 관한 모든 요소를 감안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일원화와 관계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물과 관련된 행정을 여러 부서가 담당하여 왔다. 그러다가 1994년에 상·하수도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됨에 따라 다목적 댐의 관리와 같은 수자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 관련 행정이 환경부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수자원 행정도 환경부로 이관하여 물 관리를 일원화하는 문제가 정부 기능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 문제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은 행정기능의 배분에 이유가 있기보다는 오히려 정책적 의지가 부족하고 정책조정이 잘 안 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하지만 1994년의 행정조직 개편 이후 건교부의 수자원 정책기능은 축소되었고, 상·하수도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되었기 때문에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환경부의 조직이 자원관리 기능을 포괄하는 부서로 개편되어야 하며, 그 인적 구성도 수자원관리 및 공공토목 전문가들로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일원화가 이루어지면 수질과 수량(수자원) 간의 갈등은 해소되겠지만 국토계획과 수자원 행정간에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정부는 물 관리 체계 개선이 ‘참여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사안인데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서 이미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고 보고 총리실의 조율 과정을 거쳐 가급적 연내에 결말을 짓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만큼은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국회 차원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법 제·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뜻을 모으는 등 물 관리체계 개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변했다는 점은 해묵은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 찾기’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부와 건교부는 물론 두 부처의 입장을 각각 지지하는 그룹 간 논쟁이 치열, 이번에도 예전처럼 결론 없이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하튼 물에 관한 정부 기능의 조정은 효율적인 예산집행과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