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5년 11월호 / 데스크칼럼]
정부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로 대표되는 현행 수질환경기준을 2007년부터는 국민건강과 물의 생태계관리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환경부가 마련한 ‘수질환경기준 선진화 방안’은 우선 현재 9개 항목인 사람의 건강보호기준을 2007년까지 14개, 2015년까지 30개 항목으로 늘려나가고, 납과 카드뮴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물고기는 물론 하천과 호소바닥에 서식하는 저서생물도 수질기준 지표종으로 추가하고, 분변 오염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분원성 대장균군도 기준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한 국민이 물의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존의 I·II·III·Ⅳ·Ⅴ급 등 5등급으로 분류돼 있는 수질등급도 ‘매우 좋음’·‘좋음’·‘약간 좋음’·‘보통’·‘약간 나쁨’·‘나쁨’·‘아주 나쁨’ 등 서술형 7등급으로 바꾸고, 오염도도 물고기 캐릭터를 이용, 등급별로 나타낸다.
정부가 27년 만에 수질환경기준을 대폭 손질키로 한 것은 수질기준을 국민소득 수준에 맞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이다.
그동안 인구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인해 하천과 호소의 수질환경 여건이 크게 변했음에도 1978년에 제정한 단순기준만으로 수질을 측정하면,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국민건강과 하천·호소의 생태계를 지켜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국민의 환경의식, 환경정책 및 관련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27년 전에 도입한 일본 수질기준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산업화 등으로 인한 난분해성 및 유해성 화학물질 등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기반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실제 국내 수질측정 항목은 9개 항목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26개, 유럽연합(EU)은 29개, 미국은 무려 120개 항목에 달한다. 이와 달리 국내의 경우 수역별 목표수질이 설정된 하천의 45% 이상이 모두 Ⅱ등급에 해당돼 동일하게 관리되고 있고, 호소의 COD 기준이 과도하게 강화되어 있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평가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수질평가가 어려웠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10. 20)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전문가들이 많았다. 우선 하천의 수질상태를 기존의 I·II·III 등급 등 수치형에서 ‘매우 좋음’∼‘아주 나쁨’ 등 서술형 등급을 적용할 경우 공업·농업용수의 경우 ‘약간 나쁨’ 또는 ‘나쁨’ 물을 사용하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기존의 수치형 등급을 그대로 사용하던가, 수치형과 서술형을 병행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질이 좋지 않은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자체 주민들의 경우 ‘약간 나쁨’ 또는 ‘나쁨’ 물을 마시는 꼴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높다.
게다가 등급별로 하천이나 호소의 물 용도를 표시한 것에 대해서도 정수처리 기술이 발달해 ‘하수를 처리해 먹는 물로 만드는’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져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부는 새로운 수질기준이 적용되면 물의 생태적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효율적인 예산투입이 가능해지는 등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국민건강 및 생태계 보호를 목적으로 수질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다양화하고 첨단기법을 도입하면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수질관리 및 정책집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수질환경기준만 강화한다고 수질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수질환경기준을 적용하여 공장 등의 오ㆍ폐수 배출기준 등을 강화하려는 정책의지가 없는 한 ‘수질환경기준 선진화 방안’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금년 말까지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개선키 위해 지난 1988년부터 매년 2천50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1급수 달성은 2015년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니 더욱 그런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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