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6년 7월호 / 데스크칼럼]

 

지난달 수도권지역 36개 학교에서 무려 3천43명의 학생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하는 사상 최대의 학교 급식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91개 학교 8만여 명의 학생과 병원, 기업체, 공항, 골프장, 군부대 등 600여 곳에서 급식이 중단돼 9만 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식중독 사고의 원인을 노로바이러스(norovirus)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는 밝혀내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자인 CJ푸드시스템에 음식재료를 공급해온 3개의 협력업체의 식재료 또는 전처리에 사용된 지하수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것으로 보고 검사를 했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검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음식물 자체보다는 식재료를 세척한 지하수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계속 조사를 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대규모 식중독 사고에서 자주 발견되어 왔다.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국내에서 노로바이러스를 비롯한 전염성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모두 26건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만 3천여 명에 이른다.

 

노로바이러스는 흔히 위와 장에 염증을 일으켜 장염을 유발시킨다. 장염의 주 증상은 오심(惡心), 구토, 설사, 복통 등으로 두통과 발열, 근육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고, 감염 후 1∼2일이 지나면 자연 회복된다. 심각한 건강상 위해는 없으나, 어린이, 노인,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 있어서는 탈수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 질환의 증상은 바이러스 섭취 24∼48시간 후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2시간 경과 후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감염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후유증이나 이 균을 장기간 보유한다는 증거는 없다.

 

노로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감염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거나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을 만진 손으로 입을 만지거나, 감염된 사람을 간호하면서 접촉하거나, 환자와 식품 또는 기구를 함께 사용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전염성이 매우 강해 소량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쉽게 감염될 수 있으며, 전염성은 증상의 발현기에 가장 심하며 회복 후 3∼14일까지 전파가 가능하다.

 

노로바이러스 장염은 주로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노로바이러스는 12월에 발생하기 시작하여 1월에 절정을 이루었다. 2004년 호주에서도 겨울철에 유행하다가 남반구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그라졌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월 노로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어 노약자 9명이 사망하고 2천여 명이 감염,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국내에서도 2004년 12월 전남 장성군 OO어린이집과 제주시 OO고등학교, 전남 순천시 OO고등학교, 2005년 2월 광주 OO경찰서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이 일어났다. 따라서 이번 학교 급식사고의 원인이 노로바이러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급식사고의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는 변종일 수 있다고 한다. 감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지하수를 섭취해 일어났고, 그 후에는 감염자와 접촉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노로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특효약은 없으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vaccine)도 없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냉동저장, 60℃의 온도, 수돗물에 들어 있는 농도보다 높은 10ppm의 염소수에서도 살 수 있으므로 조리된 후에 유통되는 식품은 물론 샐러드 같은 비조리 식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파경로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친다면 앞으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이 계속 발생하더라도 규명은 안될 것이다. 특히 앞의 전문가의 말처럼 이번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노로바이러스의 변종이라면 더욱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부에서는 노로바이러스를 법정전염병으로 정해 완벽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