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6년 12월호 / 데스크칼럼]

 

우리나라의 물은 분산된 관리 체계로 인해 지속가능한 이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물 관리권은 1994년 건교부 상하수도국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광역상수도는 건설교통부(한국수자원공사)가, 지방상수도는 환경부(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광역상수도망을 아무리 잘 구축해 놓아도 지방자치단체가 수돗물을 따로 생산하면 그 광역상수도망은 쓸모가 없게 된다. 이러다 보니 상수도의 평균 가동률이 50%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대도시는 중복투자돼 예산낭비가 심각하지만, 농어촌 지역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이 33%에 불과해 아직도 500여만 명이 관리가 취약한 마을상수도나 소규모 간이급수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농촌 주민들은 지하수나 계곡수를 사용하고 있어 수질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 대장균 등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돼 있는 것은 물론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파다가 물이 안나오면 그대로 방치, 폐공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까지 유발시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물 관리 일원화가 시급하다. 물론 정부에서도 여러 부처에 분산된 물 관리의 폐단을 개선하여 업무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키로 하고 지난 8월 24일 입법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농림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물 관리 관련 전문성이 있는 민간인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부처간 이견 등을 조정토록 했다. 또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유역별 관리, 통합관리, 균형배분, 수요관리, 비용부담 등 물 관리 원칙도 명시했다. 

 

국회에서도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해 논의가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창이다. 환노위 소속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은 광역 및 지방상수도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상수도 관리체계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수도법」과 「수자원공사법」 개정안을 여야 국회의원 114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9월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우 의원은 먹는 물 공급체계가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로 이원화 된데 따른 부처간 협의·조정 실패와 미래 용수수요의 과다 예측으로 인한 시설 과다투자로 광역 및 지방상수도의 평균가동률이 각각 48.4%와 54.8%에 불과, 이로 인한 누적 과잉 투자액이 4조 원에 달하고 있지만 지난해 광역상수도에 2조5천억 원이 투입돼 14개의 시설이 건설중이며, 앞으로 계획중인 광역상수도 사업비도 1조9천억 원에 이르는 등 중복 과잉투자로 인한 혈세 낭비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청난 혈세의 낭비를 근절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부처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0년 넘게 끌어온 물 관리 일원화 문제는 이번에도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전망이다. 우 의원 등이 발의한 「수도법」과 「수자원공사법」 개정안은 현재 환노위에서 심의중이며, 환노위는 관련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에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하지만 건교위는 반대 입장을 정하고 위원회 의결을 거쳐 환노위에 회신하기로 했다. 건교위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건교위는 수도(水道) 업무의 본질은 건교부와 환경부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조정의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현행 광역상수도 관리체계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더라도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광역상수도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방상수도의 이원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간의 계획조정,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의체제 강화 등의 문제는 여전히 발생한다는 것.

 

따라서 수도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해 수량관리와 수질규제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보다 현재와 같이 수량과 수질관리 업무의 이원화를 통한 감시와 견제체제 구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건설교통위원회는 소관부처인 환경부와 건교부가 12년 동안 상반되게 주장해온 의견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 관리가 일원화될 경우 지금까지의 상당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 절약되는 예산으로 옥내급수관 개량 등 수도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도 적극 추진할 수 있다. 해당 상임위원회와 해당 부처는 ‘이기(利己)’를 떠나 어떤 방안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