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5∼17일 하루 최고 500∼600mm의 ‘물폭탄’같은 폭우를 경험한 강원도 인제·평창지역 수재민들은 하나같이 “비가 오면 걱정이 돼 잠이 오질 않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 수해지역은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지 1년이 되지만,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면 또다시 많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해로 19명이 숨지고 현재까지 10명이 실종되는 등 모두 29명의 인명 피해와 564가구 1천444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인제지역은 주택의 경우 신축이나 집단이주 터가 마련되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모습이지만 하천 등 공공시설 복구대상사업 1천260건 중 69.8%인 880여건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피해액만 5천705억 원에 달했던 평창지역도 복구대상 1천556건 중 복구율이 29.3%인 456건에 불과하고, 1천100건이 공사 중으로, 이곳 또한 인제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수해가 발생했던 지역 중 하천 등 복구가 안된 공공시설은 전국적으로 1천 곳이 넘는다. 또 각 시·도에서 집계한 전국의 수해위험지역이나 상습침수지역도 각 시·도별로 20∼50여 건이나 된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피해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 심우배 박사가 최근 35년간(1971∼2005년)과 최근 10년간(1996∼2005년) 홍수 피해액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를 비롯해 강원도 강릉·삼척시와 양양·정선·철원군, 충북 영동군, 경북 상주·김천시, 경남 마산·김해·통영·거제시와 거창·함양·의령군, 전북 무주군, 전남 여수시 등 20곳은 수해가 빈발, 최근 10년간 2천억 원 이상의 홍수피해를 입었다.  

 

또 최근 10년간 전국에서는 홍수로 인해 약 20조 원의 재산피해와 1천203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매년 약 2조 원의 돈과 1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려면 재해대책과 예산을 사후복구보다 예방에 치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재예산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0∼2004년 방재예산은 총 31조6천억 원이 집행되었지만 예방에는 약 8조2천억 원, 복구에는 19조2천억 원이 사용됐다. 같은 기간 일본의 방재예산 집행내역을 비교해보면 총액은 우리나라의 6배, 예방사업에는 18배, 복구비용은 1.2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산이 예방보다는 복구위주로 편성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예방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뒷북행정과 늑장대처도 문제이다. 상습 수해 예상지역을 알면서도 늑장 공사와 뒤늦은 수방대책으로 일관하다 피해가 커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대비를 소홀히 하다 물난리가 난 뒤에 이재민 구호와 재해보상 추진 등 ‘사후약방문’격 처방에만 급급할 경우 ‘악순환’만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태풍·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상승, 태풍의 강도가 집중호우가 빈발하고, 특히 가까운 미래에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맞먹는 ‘슈퍼태풍’이 한반도 내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자연재난을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어느 곳도 없다. 그렇지만 예방에 주력하면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됐다. 지금부터라도 수방대책을 철저히 세워 피해를 줄이기는커녕 더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