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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적 치수정책 수립 시급하다

[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7년 10월호 / 데스크칼럼]

지난달 16일 제주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가 제주에 쏟아 부은 ‘물폭탄’은 1천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기록적인 강우였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16일의 하루 강수량은 해안 저지대인 제주시 지역이 420㎜로 기상관측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태풍이 직접 제주를 강타하기 시작한 이날 낮 12시를 전후로는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를 퍼부었다.

제주시 도심을 관통하는 4대 하천 상류 지역인 한라산 관음사 일대에도 이날 하루 543㎜, 한라산 정상 부근인 해발 1천920ｍ 동릉 일대에도 475㎜가 쏟아졌고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150㎜가 넘었다.

이렇게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중산간, 해안변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로 해안 저지대 하천이 모두 범람하는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1일 잠정 집계된 피해규모만도 사망 13명을 비롯해 도로와 학교 등 공공시설 974억6천200만 원, 주택파손 등 사유시설 352억5천만 원 등 모두 1천327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집계에는 주택 침수 2천209채와 농경지 유실 420㏊, 농작물 침수 1만3천510㏊가 제외된 것으로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고 초속 50ｍ의 강풍을 동반한 기록적인 폭우였지만, 중산간 곳곳의 도로 및 골프장 건설과 하천복개 등 치수(治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자연스런 물 흐름을 차단해 물난리를 키운 흔적들이 곳곳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인재(人災) 요인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폭우로 제주시내를 관통하는 산지천, 병문천, 한천, 독사천 등 4대 하천이 모두 범람했고, 범람에 따른 도심지 침수피해가 대부분 복개지 주변에서 발생했다. 이들 4개 하천 복개지는 총연장 5.8㎞로 하천주변 악취 방지, 도심지 주차난 해소, 도로 신설 등으로 복개지 주변 주민들의 편의와 도시확장 측면에서 순기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하천 범람 후 복개지 주변의 충격적인 피해 규모를 둘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천복개 자체가 범람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급류에 떠내려온 원목 등 각종 굵직한 쓰레기가 복개지 상판을 떠받치는 교각 기둥에 걸리면서 더욱 물 흐름을 차단해 범람을 부추겼다.

골프장 난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제주도에는 오라CC, 제주CC 등 20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에 있는 것은 물론 승인 12곳, 절차이행, 3곳, 예정자 지정 2곳 등 17곳이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준비중에 있다. 면적만도 무려 4천338만7천427㎡(1천432만 평)에 이른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대인 우리나라는 산을 깎지 않고는 골프장을 건설할 수 없다. 따라서 산림훼손이 불가피하다. 산림은 빗물을 흡수하여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잔디로 이루어진 골프장은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바로 흘러내려 하류지역 하천을 범람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번영로 등 상당수의 도로가 자동차의 통행편의만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개설됨으로써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차단해 특정지역의 물난리를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제주특별자치도는 지역 특성과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하천수계별 치수기본계획 수립 및 난개발 방지를 통해 모든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운 ‘안전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항구적인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수해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등으로 인한 강우량 증가와 주로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한반도 쪽으로 올라오던 태풍이 최근에는 제주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도 제주지역에서는 ‘물폭탄’ 같은 폭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물의 흐름을 고려한 개발정책과 조화를 이룬 종합적 치수정책,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등 예방적 치수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