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8년 1월호 / 데스크칼럼]

 

환경부는 지난 2002년을 ‘하수관거 특별정비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후 한강수계 하수관거 정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댐 상류 하수도시설 확충, BTL사업 등에서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03년부터 6천5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한강수계 1단계 하수관거 정비 시범사업은 지난해 말에 공사를 완료(남양주 제외), 1년간의 성과검증기간을 거쳐 준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0년까지 5천280억 원을 투자, 714㎞의 하수관거를 신설 또는 개·보수하는 2단계 사업도 시행 중에 있다.

 

또 2010년까지 소양강·대청·충주·합천·남강·안동·임하댐 등 7개 다목적 댐 상류 지역에 하수처리장 520개소를 신설 또는 개량하고, 하수관로 329㎞를 설치하는 댐 상류 하수도시설 확충사업에는 1조3천504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전국 지자체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하수관거 정비 BTL사업은 2005년 1조530억 원, 2006년 2조3천70억 원, 지난해 1조3천70억 원이 투입됐다. 올해에는 인천·대전광역시를 포함한 전국 14개 지자체에서 1조 원 규모로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전국적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하수관거 8.6m당 한 곳씩 불량이었다. 또  하수처리장을 계속해서 건설했지만 관거가 부실해 오염된 물은 빠져나가고 맑은 물이 유입되는 등 사례도 발생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전의 우수(빗물)와 오수(생활하수 및 정화조 폐쇄 후 분뇨)가 같은 하수관으로 흐르도록 하는 ‘합류식 하수관거’ 방식에서 우수와 오수가 별도의 하수관으로 흐르도록 하는 ‘분류식 하수관거’방식으로 전환, 2020년까지 33조 원 규모의 하수관거 정비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국책사업은 시작부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범사업인 양평군 강하·강상하수처리장과 가평군 청평하수처리장은 2004년 10월에 분류식 공사가 끝났음에도 2005년, 2006년 계속해서 비만 오면 하수처리 용량의 두 배가 넘는 물이 유입돼 처리 못한 채 오염도 높은 하수와 분뇨가 상수원과 하천으로 방류됐다. 심지어 처리되지 못한 오염된 물에는 정화조를 거치지 않은 생분뇨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분류식 하수관거’ 방식에 적잖은 문제점이 도출되자, 환경부는 ‘분류식 하수시설기준 및 유지보수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관리공단과 대한상하수도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그 연구결과에 대한 공청회를 지난달 10일 과천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통합센터에서 개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행 하수도 관련 규정이 ‘합류식 하수관거’ 위주로 되어 있어 ‘분류식 하수관거’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합류식을 ‘분류식 하수관거’로 전환 시에는 하수처리장에 미치는 영향 검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하수관거 보수 시 중요도, 시급성, 환경성, 관거 현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연구용역에 참가했던 한 전문가는 “이미 분류식화가 진행된 지역에서는 오수관거와 우수관거의 오접(誤接), 침입수와 유입수의 문제로 인한 하수량 예측 오류 등을 근거로 최근에 투자가 이루어진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경험하고 있는 매우 고전적인 분류식 하수관거 체계의 문제”라고 했다.

 

‘합류식 하수관거’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분뇨와 생활오수가 한데 어우러져 맨홀 구멍에서 나오는 고질적인 악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은 것을 감안한다면 ‘분류식 하수관거’ 체계로의 전환은 획기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구하는 ‘선진하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도출된 ‘분류식 하수관거’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개선방안을 내놓아 하루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