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골드, 물 이야기] ① 물 부족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상 발생으로 잦은 봄 가뭄 등 농업용수 부족이 지역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가 증가하여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시기가 편중돼 가뭄 발생이 잦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라지는 물, 부족해지는 식량

최근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점점 줄고 있으며, 그로 인한 식량부족 등 피해도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1960년도 대비 20%로 줄어드는 등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참고로 아랄해는 물이 마르며 땅이 점점 사막화되고 염농도도 상승하여 호수의 생물이 폐사했다. 사막화된 아랄해에서는 염분이 바람에 날려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20세기 환경파괴의 표본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유네스코와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5개 국가가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으며, 2025년에는 34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 역시 1990년 1억3천200만 명에서 2025년 6억5천300만∼9억400만 명, 2050년에는 10억6천만∼24억3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수자원부족으로 전 세계 곡물량 30%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고, 워싱턴 월드워치연구소는 “2∼3년 내 물 부족으로 식량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상 발생으로 잦은 봄 가뭄 등 농업용수 부족이 지역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가 증가하여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시기가 편중되어 가뭄 발생이 잦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봄 가뭄으로 태백시, 서남해안 도서지방에 극심한 물 부족이 발생했고, 2010년 강원도 고랭지지역 가뭄으로 배추 값이 폭등한 바 있다. 새로운 수원을 건설하더라도 수로를 둘러싼 농업인간, 지자체 간의 갈등이 생겨나는 등 사회문제화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주곡작물인 벼는 상대적으로 많은 물이 필요하여 물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량 160억 톤 중 47%가 농업용수로 사용되며, 그 중 논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3%로 가장 높다.

2011년 이후 안정적 식량 공급을 위한 우리나라 농업용수의 필요 수량은 179억 톤으로 매년 30억 톤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강·하천 등의 수질오염으로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한 4급수의 양도 줄어들어 도시에 인접한 농촌지역에 물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그림 1] 장래 용수 부족 전망

그렇다면 물은 왜 중요한가. 지구의 주요한 구성 성분이기도 한 물은 대부분 바닷물 형태로 존재하며, 지구를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유지하는데도 기여한다. 초기 지구의 엄청난 온도를 낮추고 자외선을 차단하여 바다에서 생명이 생겨나도록 한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대기와 지각의 변동 중 토양 속에 있던 물질들이 결합하면서 엄청난 비가 내린 결과, 굳어진 지각과 바다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전체 생태계에서 물의 급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온도, 습도 변화에 관여하여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구의 물은 약 13억6천만㎦로 대부분 바다에 액체 형태로 존재하며, 물의 유무는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쓰인다.

물은 생물의 대사작용을 도와, 양분을 흡수·운반하고 노폐물을 배설시키며 체온을 조절하는 등 생명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생물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간은 물 없이는 약 1∼2주일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체내에 물이 1∼3% 부족하면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5% 정도 잃으면 혼수상태에 이르며, 12% 이상 부족하면 사망하게 된다.

 

 

[그림 2] 물의 순환

 

물은 농작물 생산 외에도 다양한 생물종에게 생활의 터전을 제공하여 생태계가 유지되는 시스템을 형성한다. 전 세계의 습지보호를 목표로 하는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 인공습지로서의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총회에서는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 다양성 증진 결의문’을 채택함으로써 논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논은 5천600여종 생물의 먹이와 월동시의 피난처, 그리고 번식을 위한 산란장소 및 쉴 곳을 제공한다. 미꾸라지, 버들붕어 등의 어류, 대칭이 등의 민물 조개류, 새우와 같은 갑각류, 수많은 곤충과 개구리 등의 양서류들이 서식하는 공간이다. 논의 두렁에 사는 웅어(熊漁, 드렁허리), 새뱅이, 긴꼬리투구새우,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나 생태보호종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이스라엘 물방울 관수. 네덜란드 에이마우든 운하. 캄보디아 농업용 수로.

 
인류의 문명, 물과 함께 진행

물은 인류 역사에서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인간의 활동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인류의 문명은 물과 함께 진행됐다. 물은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생활의 필수자원이었으며, 상·하류로 이어지는 물길은 교통 통로의 기능을 한다.

땅이 넓고 비옥한 강 주변에 살면서,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에 맞서 물을 관리함으로써 도시화가 시작되고 문명이 탄생했다. 세계 4대 문명인 황하 문명(황하강), 이집트 문명(나일강), 메소포타미아 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도 문명(인더스·갠지스강)이 그 예이다.

고대로부터 물은 생명을 상징하여 동서양의 철학에서는 세계의 질서, 우주의 탄생 등에 반드시 포함됐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며, 땅도 물위에 떠 있다고 주장했으며, 엠페도클레스는 공기, 물, 흙, 불이 사랑과 미움의 힘에 의해 분리·결합되면서 만물을 이룬다는 4원소설을 주장했다.

동양의 정신세계에서 물은 삶과 우주의 상징이며, 세상의 근원으로서 자연의 이치와 우주 원리들을 개념화하는 수단이다.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가지 요소가 음양의 원리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우주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한다고 설명한다. 

동양 문명은 만물을 낳고 살리면서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물을 숭상했다. 공자는 물을 보며 군자의 덕(德), 의(義), 도(道), 선(善), 지(志)를 설명하고, 맹자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백성은 인(仁)으로 모여든다”고 얘기했으며, 노자와 장자는 물에서 무위(無爲)의 이상적 인간상, 인간의 행위규범을 발견했다.

 

물 문제는 국가의 중요 문제 
동서고금을 통틀어 치수는 국가의 중요 임무 중 하나였으며, 통치자의 역량이나 신의 사랑을 확인하는 척도로 믿어져 왔다. 문명사회에서 적절한 물 관리는 생존과 함께 집권 세력의 안정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가뭄과 홍수가 통치자의 덕이 있고 없음을 나타낸다 하여 왕위를 폐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사가 잘되도록 날씨를 살피는 것이 군왕의 주요임무로 매년 기우제, 기청제를 주관했다.

관개, 치수사업은 홍수, 가뭄 등 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물을 인위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였다. 순(舜)에게 치수를 명받은 우(禹)는 9년간 중국을 휩쓴 홍수를 다스리는데 성공하여 왕위를 이어받아 하(夏)왕조를 열었으며, 이집트의 전제군주인 파라오의 권력은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이용하여 농업을 발전시키고 홍수를 막는 치수사업에서 유래됐다.

경제공황에 허덕이던 미국은 1931년부터 5년에 걸쳐 후버댐을 건설하여 물, 일자리, 전력을 확보하는 1석3조의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건설했던 수메르인들은 유프라테스강 등 수원이 이동하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문명이 쇠퇴했으며, BC 2600년 이후 3천여 년 동안 번성하던 마야제국도 가뭄에 의한 물 부족 때문에 멸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경제공황에 허덕이던 미국은 1931년부터 5년에 걸쳐 후버댐을 건설하여 물, 일자리, 전력을 확보하는 1석3조의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농업용수는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경지에 인공적으로 공급하는 물로서 저수지, 하천에서 펌프 등에 의해 공급된다. 주로 물을 얻는 원천으로는 하천, 저수지, 지하수, 담수호 등이 활용되고 있으며 물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특별한 수로도 이용된다.

하천은 보(堡), 양수장 등의 시설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으나 가뭄에 취약하며, 저수지는 수질이 낮고 높은 시설비가 소요된다. 지하수는 하천, 저수지 등의 보조역할을 하며 비교적 간단한 시설로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담수호와 하구호는 수질이 악화될 우려가 있으나 물의 양은 풍부하여 가뭄을 잘 타지 않는 장점이 있다.

2, 3차 산업의 동맥이 도로와 철도라면 농업의 동맥은 관개수로로 농업이 시작된 이후 모든 국가들은 관개시설 확보에 주력해 왔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로마에서는 농업에 물을 활용하기 위해 지금도 보존될 정도로 튼튼한 관개수로와 수리시설물을 건설했다.

기원전 30세기 무렵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에서 물을 끌어들여 최초의 관개농업을 시작했다. 로마제국은 크고 작은 도시에 전체길이 350㎞에 달하는 수로를 만들어 식수, 농업용, 산업용 물을 공급했다. 수로의 물은 적절한 수압을 유지하며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야 하기 때문에 당시 로마가 높은 수준의 측량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가 된다.

강수량이 적고 증발량이 많아 지상에 수로를 만들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는 다양한 이름의 지하수로를 건설했다. 이란에서는 ‘카나트’라고 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카레스’, 사하라 지역에서는 ‘포가라’, 중국에서는 ‘칸얼칭’으로 부른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직도 수천 개의 지하수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대추야자(Date), 오렌지, 올리브, 채소 등의 재배에 이용된다.

높은 산지에 쌓인 눈이 녹아 형성된 풍부한 물을 지하수로를 이용하여 산기슭으로부터 먼 평야지대에까지 공급하기도 한다. 집수된 물을 필요한 곳까지 끌어오기 위하여 긴 지하터널이 건설되기도 했으며 중국 신장지역에는 5천272㎞에 달하는 수로도 존재한다.
 

농업이 시작된 이후 모든 국가들은 집수된 물을 필요한 곳까지 끌어오기 위하여 수로 건설에 주력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프랑스 퐁드갸(Pont du Gard) 수도교, 스페인 세고비아(Segovia)의 수도교, 이란의 카나트.

농작물 생산에 가장 기본인 물을 잘 쓰는 나라는 세계적인 농업 국가로 발전했으나 그렇지 못하면 만성적인 물 부족에 직면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사막과 산악지역인 이스라엘은 농사에 부적합한 자갈과 석회질의 땅을 관개기술로 극복했다.

전체 농지의 65%에 물방울관수(點滴灌水)시설을 설치하여 물을 아끼면서도 수확량과 품질은 높여 세계적인 농업국으로 도약했다. 1971년 이스라엘의 블래스(Blass) 부자가 완성시킨 점적관수 기술로 인해 이스라엘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70%인 12억 달러를 유럽에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간척지의 나라 네덜란드는 수질악화방지와 농업용수확보를 위해 모든 수로와 강에 정화 시스템을 설치하여 농업기반을 확보했다. 동서남북으로 연결된 수로를 이용해 홍수를 조절하고, 가뭄 때 저류지로 활용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많은 투자를 지원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연간 590억 유로 규모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연간 농가 소득이 1억 원에 이르는 농업부국으로 성장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10억 인구가 마실 물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강수량이 적어 식량생산을 위한 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앙아프리카의 연평균 강우량은 약 500㎜이며, 아프리카의 재생 가능한 1인당 연평균 수자원의 양은 남미의 1/4 수준으로 열악하다. 또한 연간 강수량이 1천500㎜ 정도로 풍부한 캄보디아는 물 관리기술과 함께 제방, 관개수로 등 시설이 부족하여 매년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