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물관리 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와 함께 물관리 정책의 방향, 그리고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21세기 들어 환경위기와 기후변화에 대응해 물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물 제도 개혁을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임기 내 가시적 치적에만 몰두하는 정권의 물 정책에 대한 단시안적 접근, 정부부처의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물 관리 정책의 개혁은 항상 중요한 순간에 좌절되고 미루어져 왔다.

이에 지난해 12월21일 잠실 롯데호텔에서는 물관리 정책의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과 책임감으로 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심도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상하수도협회·대한상하수도학회·한국물환경학회가 주관하고 환경부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정부조직개편을 앞둔 현 시점과 맞물려 다양한 의견의 장이 펼쳐졌다.

발제자로 나선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통합 유역관리체계의 구축과 사전 예방적 비점오염저감시설 개발 추진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물 환경 관리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기훈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해외 산업실장은 세계 물 시장의 성장 전망으로 물 재이용 분야가 가장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며 권역에 맞춘 맞춤형 전략을 강화시켜 해외 진출을 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승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부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최종원 환경부 수도정책과장 △최지용 KEI 정책연구본부장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이태관 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옥동민 대우건설 상무가 패널로 참여해 미래 물정책 개선·추진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 송기훈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해외사업실장

상하수도와 공업용수, 물 재이용, 해수담수화 등을 물산업으로 지칭했을 때 물산업 전체의 성장 전망 수치는 연평균 4.9％로 환경시장 전체 평균 성장 전망 수치인 3.2％를 훨씬 웃돈다.

이는 중요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는 환경산업 중에서도 물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의미다. 물산업 중에서도 상하수도의 비중이 74％로 집중돼 있으며 앞으로는 물 재이용 분야가 남다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 시장 해외 진출 기회를 분석하기 위해 권역별로 분류했을 때, 앞으로 세계 물시장의 중심이 될 곳은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지역과 중국으로 예측된다. 그 중 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시장은 연간 10％ 이상의 성장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세계 물 시장의 주요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2020년 물산업 규모는 약 480억 달러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2005년과 비교하면 무려 5배나 성장한 규모다. 상하수도 인프라가 환경개선 투자 비중의 60％ 이상인 개도국에서는 물산업 분야가 가장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이 같은 지역으로의 물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막(膜)여과 시장이 2007년부터 연평균 19.6％씩 급속 성장하는 등 고도 수처리 기술과 수처리에 IT기술을 접목해 상하수도 수질 및 관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물 생산·공급 시스템의 보편화가 물산업의 현재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해외로 시야를 확대해보면 토털솔루션(설계·건설·파이낸싱·운영관리 통합)을 제공하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세계의 물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래 들어서는 세계적 물기업으로 지목 받던 프랑스의 Veolia의 점유율이 하락 추세에 들어갔으며, 중국의 NWS holdings, 브라질의 SABESP 등의 물기업이 급부상하면서 기존의 틀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선진국의 물산업 육성 정책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일본이 2011년부터 민간투자제도(PEI)를 수정해 상하수도시설의 민간운영과 민간기업의 육성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앞서 일본은 2009년부터 물산업 해외진출을 확대해 현재 해외 물시장의 6% 가량을 점유하는 등 물산업 강국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IOW(International Office for Water)를 설립해 개발 도상국의 경제 원조시 물 기업 동반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2006년 ‘Hydrohub’ 정책을 수립해 2015년까지 17억 싱가포르 달러의 부가가치와 1만1천 명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부문 기술은 선진국과 견줄 만한 높은 수준을 갖췄지만 고부가가치 기술 수준은 미흡해 선진국 대비 65%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기업 위주의 상수도 운영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가 곤란한 것도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에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물 전문기업이 국내에 부재할 수밖에 없다. 자금부족으로 인한 소극적 파이낸싱과 ODA(공적개발원조) 자금 중 물 산업 지원 규모가 미흡해 해외 수주 기회 확보가 어려운 것도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국토부가 합동으로 2010년 10월에 ‘물산업 육성전략’을 수립·보고했고 지난해 5월엔 추가적으로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까지 수립했다. 신기술 상용화 촉진 및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 민간 기업의 참여 확대, 전문 물 기업 육성, 먹는 샘물, 물 재이용 등의 연관 산업 육성, 해외 진출 활성화 등이 방안으로 제출됐다.

환경부는 2010년으로 종료된 차세대 사업의 후속으로 ‘에코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 (Eco-Innovation 기술개발사업)’을 2011년 착수했다. 이 사업은 환경부의 주력 R&D 사업으로 2020년까지 국고 1조 5천530억 원과 민간자금 7천억 원을 투자해 환경정책 목표 달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단기 계획으로는 올해까지 막여과 기술, R/O(역삼투) 담수화 기술, 스마트 상수도 기술을 국산화하는 목표가 있으며, 이에 따라 총 17개 정수장에서 막여과 개량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고 로봇을 활용한 상수관망 관리 시스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기 계획으로는 2017년까지 3대 선진 신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등이 있다. 이에는 에코스마트 상수 시스템, 하·폐수 고도처리 기술, 지능형 상수관망 기술이 있으며 총 2천335억 원을 투자해 이 같은 핵심 환경 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또한 상·하수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올해까지 수도사업 구조개편을 통한 경영의 효율화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수원·급수인구·경제성 등을 고려해 2014년까지 총 10개 권역 지방상수도를 통합한다.

현재 국내 물산업 관련 원천기술 보유회사가 컨소시엄이나 M&A를 진행하는 추세다. 대기업이 소재 개발 및 공급, 시공과 운영까지 맡아 수직 계열화를 추진하기도 한다. 특히 외국 회사와의 M&A로 현지 사업 수주 시 제약받는 장벽들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GS건설은 스페인의 담수 플랜트 회사인 이니마(2011년 기준, 담수 플랜트 10위)를 인수, 이 동력으로 북아프리카 및 중남미와 유럽, 북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ASE(2005년 기준, RO 원천기술 보유)를 인수했으며, 미국 최대의 수처리 엔지니어링 기업인 Carollo와 기술제휴를 맺었고, 영국의 상하수처리엔지니어링 전처리기술을 보유한 ENPURE를 인수해 상하수도 인프라에 뛰어들고 있다.

LG는 수처리 전문기업인 대우엔텍 인수와 LG 히타치워터솔루션 합작법인을 출범해 원천솔루션을 중심으로 하는 물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는 태영엔텍과 공동투자를 했고, 코오롱은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해 토털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지향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베올리아와의 협력으로 제일모직 수처리 막 제조 사업에 착수했다.

해외 물사업 추진 형태를 살펴보면 해외 수주 시 과거와 달리 수출 지역의 다각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중동과 아시아 중심으로만 편중된 수주였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아프리카 적도기니의 몽고모, 에비베인, 에비나용의 상·하수처리장 설비와 콜롬비아 베요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했다.

또한, 국내에서 원조 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져 경쟁 때문에 다른 국제원조자금 확보를 추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코오롱같은 경우는 일본의 자이카(JICA, 일본국제협력기구) 자금으로 베트남의 반증성, 베이마우, 방글라데시 카나풀리 등의 동남아 지역에서 물 시장을 개척 중이다.

한편, 투자개발형인 PPP(민관 협력) 프로젝트와 선투자 후회수(BOO)사 업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 엔지니어링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바레인하수처리장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설계, 조달, 시공,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은 물론 24년간 운영까지 맡기로 했다.

영국의 물사업 전문기관인 United Utilities와 아부다비투자공사(Invest AD)와 공동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한국수출입은행에서 2억4천만 달러, 국민연금에서 7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총괄적으로 우리의 10년간 물 산업 분야별 수출 동향을 살펴보자면 해수담수의 비중이 66.6％로 가장 크다. 뒤이어 상하수도가 합쳐서 23.3％, 하폐수처리설비가 5.5％, 댐이 4.4％를 차지한다. 앞으로는 건설보다 운영관리부문 등에 더 집중해 수출해야 한다. 대부분이 건설에 치중돼 수익률이 낮은 것과, 진출지역이 중동에 80%이상 편중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나라에도 진출 할 수 있는 방법론과 정부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의 해외 실적은 전체 세계시장의 0.3%(2010년 세계시장 전체 4천828억 달러 중 16억3천 달러)밖에 되지 않아 매우 미미하다.

국내 기업체의 들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기업의 요청 첫 번째는 상수도 분야에 대한 운영관리 참여다. 지방상수도 위탁 대상에 민간기업을 포함해 운영·관리 경험 확보를 통한 토털솔루션 역량을 제고하고 공기업 상수도 위탁 시 상수관망을 관리하는 등 일부 부분은 민간기업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수도 분야에 재정투자를 확대해달라는 의견도 있다. 상수관망을 정비하고 정수장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수도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한편, 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 등 공기업의 해외 진출시 컨소시엄 방식으로 해외 진출 참여 기회를 제공받길 희망하는 민간기업도 있다. 더불어 강화된 해외 정보 제공과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 확대, 진출 대상 국가와 우호적 관계 유지를 통한 신뢰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넛크래커(Nut Cracker)상태다. 신흥국은 경제성 있는 기술을 장악하고 있고 선진국에서는 고도기술과 자본력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물 산업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부족한 점들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동남아시아 시장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및 동아시아의 개도국 중심 시장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의 물기업과 낮은 기술력의 중국의 물기업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 정보 네트워크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해외진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법도 좋다. 민간전문가, 진출기업, 파이낸싱, 협회, 정부부처 등의 협동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먼저 협력모듈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 나라의 마스터플랜이나 공동연구연수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획의 수립된 사항을 직접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 사례가 알제리 엘하라쉬 하천복원사업이다. 이는 이후 다른 사업으로의 파급효과까지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지역별 특색에 맞춘 진출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해외 진출 시의 애로사항들을 많이 토로한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부분을 지원해 줄 수는 없고 권역에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 우리는 기업들의 경험에 따라, 권역에 맞춰 플랜을 짜고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역을 크게 네 가지의 권역으로 나누면 일단 첫 번째로 A권역은 중국, 중동, 북아프리카로 실제 돈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국가들이다. 중동 같은 경우엔 운영이 포함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추천하며 북아프리카는 돈이 있지만 아이디어가 없기에 어떤 사업이 일어나야 하는지 지원해주고 계획부터 수립해 주는 게 좋다.

중국은 성(省) 중심으로 각 성마다 많은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민·관 협력체계를 마련해 진출해야 한다. 공기업과 물 전문기업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

이어 B권역인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지역을 살펴보면 중앙아시아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Landmark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을 활용해 대규모 물 Landmark 사업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아프리카는 아직 하수도까지 가긴 힘들고 상수분야의 공적개발원조와 일부 간이정수처리장 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음으로 선진국인 C권역에서는 정부보다는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  물 시장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글로벌 선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권역별 진출을 공략 중이거나 현재 꾀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해 놓은 선진 물 전문기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장기적으로 토털서비스 기업을 진출시키는 방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D권역인 중남미와 동남아시아는 전통적 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곳이다. 멕시코나 남미에서는 담수 설비, 하수 인프라 설비가 성황리에 현재 구축되고 있다. 이런 시장에 우리가 뛰어들어 패키지사업 뿐만 아니라 국제지역 자금을 유입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태국과 멕시코, 콜롬비아에 하수도 개선 설비를 계획해 줌으로써 훗날 우리 나라 기업이 진출할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상수분야 공적개발원조 및 간이정수설비를 추진 중이다.

물산업 육성 및 수출 활성화 방안의 시사점을 정리하자면 물 분야 엔지니어링 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시장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물산업 관련 기자재 제조와 고부가가치 분야 역시 육성해야 한다. 건설 중심에서 해외 투자개발형 운영사업으로 수출 분야를 옮겨야 하며 진출 대상국을 중동 중심에서 북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시켜야한다.

민·관 협업 체제의 효율성을 확립하고 국내외 원조자금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투자 운영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이 지급돼 21세기 블루골드산업 가운데 우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