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동 곤 / 환경부 생활하수과장

하수관이 잘 갖춰진 지역에 디스포저 (Disposer)를 설치해보니 하수관이 막히는 현상은 없었다. 또한 하수처리장도 운행이 중단되거나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 지역 시범사업 결과 문제가 없다고 전국적으로 할 수는 없다. 일부 하수관이 잘 구축된 지역, 하수처리장 여유 용량이 있는 지역에 해보니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지역만은 디스포저를 도입해보자는 것이다.

임시 도입 방안에 대해서 상하수도와 음식물류폐기물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안을 만들었다. 안의 핵심내용은 첫째, 전국에서 하수관과 하수처리장이 잘 갖춰진 지역에만 도입하자는 것이다.

둘째, 만약 이러한 지역에 디스포저를 도입하더라도 하수관이 부실한 지역에서도 임시 디스포저를 불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디스포저를 설치하는 업체를 반드시 등록제로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디스포저가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부실한 하수관 때문이었다. 막힐지도 모르는 하수관으로 인해 디스포저가 도입되지 않았다. 디스포저를 도입할 수 있는 조건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하수관을 우수와 오수가 따로 흐르는 분류식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하수처리장의 경우 10∼20%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디스포저를 사용하면 음식물쓰레기가 갈아져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 고농도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다 갖춰져 완벽하게 구축되면, 음식물류폐기물의 용량이 확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지역은 오히려 디스포저를 허용하지 말자고 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조건들을 검토했다.

디스포저 허용 지역 하수관로 관리방안을 살펴보면, 하수관은 설계유속이 0.6㎧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하수관에서 퇴적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하수가 최소한 1초당 60cm 정도는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속도가 유지되면, 하단의 모래도 같이 쓸려나가게 된다.

그리고 인버트(invert)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도로 옆을 지나다 보면 하수관이 땅속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수관이 파손됐을 때 고치기 위해 80∼100m마다 맨홀을 반드시 설치를 하게 되어 있다. 주로 이 맨홀에 퇴적물이 많이 쌓인다. 여기에 퇴적물이 쌓이지 않게 하는 장치가 바로 인버트이다. 디스포저 허용 지역에는 분류식이 모두 의무화가 되어있다.

▲ 디스포저 설치로 인한 퇴적을 막기 위해서 인버트는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사진은 인버트가 없는 맨홀(왼쪽)과 인버트가 설치된 맨홀.

환경부에서 단독으로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어느 지역에 디스포저 사용을 허용하겠다고는 할 수가 없다. 지역 실정은 지자체가 더 잘 알고 있고 환경부에서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용 절차는 지자체의 장이 앞서 언급한 3가지 조건을 완벽히 갖췄다는 서류를 환경청을 통해 제출하면, 환경청과 한국환경공단에서 평가를 한 후,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세종시처럼 최근에 건설된 도시는 디스포저 허용조건을 만족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경기도 판교, 평촌, 산본 등 신도시는 하수관이 부분적으로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자체장(시장·군수)이 하수관을 개·보수할 경우 하수관과 관련한 허용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세종시의 한 지역을 보면 하수관이 제대로 분류식으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수처리장도 현재 운영 중이다. 아파트에 쓰레기 버리는 투입구가 2개가 있다. 하나는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투입구이고, 또 하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투입구이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1층까지 내려갈 필요 없이 버릴 수 있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는 밑에서 모아져 압송되어 온다. 수질보건센터 및 클린에너지센터가 하수처리장이다. 음식물쓰레기가 하루에 5톤이 배출되고,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하수슬러지도 5톤이 넘는다. 이 두 가지를 섞어 메탄가스를 만든다.

일각에서는 하수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 자원낭비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하수도로 버리는 하수슬러지도 결국 메탄가스로 회수하기 때문이다.

 

▲ 디스포저가 허용된 지역은 주기적으로 CCTV를 통해 퇴적물이 쌓이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나 부산시와 같은 도시는 대부분 합류식 지역이기 때문에 허용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 서울시는 분류식 지역이 17% 정도 있지만, 분류식 지역이라도 합류식 하수관이 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디스포저 허용 지역에 포함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갈아서 내보낸 음식물쓰레기가 분류식 지역에서 하수처리장으로 이동 중에 합류식을 만나게 될 때 하천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검토대상이 될 수 없다.

서남하수처리장 근처 등 서울시의 일부 지역은 분류식 지역으로 디스포저가 허용될 수 있고, 탄천하수처리장과 같은 분류식 지역 외에는 아무리 분류식 하수관이 되어 있어도 하수처리장까지 가는 와중에 합류식 지역을 만나기 때문에 검토 대상이 되기 힘들다.

하수관이나 하수처리장이 잘 구축된 지역에는 디스포저 도입이 필요한데, 이 지역뿐만 아니라 허용이 되지 않은 지역을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런 지역을 관리하기 위해서 디스포저 등록제가 필요하다.
디스포저 제조·설치업은 시설·장비·기술인력을 갖추어 환경청에 등록하고, 디스포저 전문기관에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게 된다. 디스포저 설치 장소와 수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디스포저 허용지역에 디스포저를 설치해놓고 허용되지 않은 지역으로 이사갈 때 떼어가면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반드시 디스포저와 싱크대를 일체형으로 만드는 기술을 등록할 필요가 있다. 즉, 타지역으로 이동을 방지하기 위해 디스포저와 싱크대를 일체형으로 제조하는 것이다.

등록업체는 3년마다 환경청에 시험성적서 등을 제출해 재심사를 받고, 전기용품 안전인증을 획득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하수도법」 제51조에 따르면,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계·시공하려는 자는 시설·장비·기술인력을 갖추어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스포저가 허용된 지역은 주기적으로 퇴적물이 쌓이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시범사업에도 CCTV (소형카메라)가 도입됐다. 작은 CCTV를 맨홀로 집어넣으면 밑으로 이동하면서 어느 부분이 퇴적이 되었는지 제대로 유속이 나오는지를 체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제가 없는지를 지자체의 장이 확인하고 계속 유지관리를 하도록 할 계획이다.

디스포저를 사용하게 되면 하나의 자원인 음식물을 하수처리장으로 버리게 돼, 경제성이 나쁘고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 부분은 상하수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이다.

서울시 하수처리장 4곳을 가보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하수슬러지를 집어넣어 메탄가스를 만들어내는 소화조, 메탄가스를 저장해 놓는 시설이 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이다. 음식물도 이곳에 같이 집어넣는다.
올해 초, 음식물류폐기물폐수(음폐수)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음폐수를 모두 하수처리장에 집어넣는 것으로 해결했다. 음식물을 집어넣는 것과 디스포저를 사용해서 메탄가스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음폐수 해안투기가 금지되어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먼저 금지된 품목이 하수슬러지이다.

▲ 디스포저와 씽크대 일체형.

디스포저의 경제성 분석결과, 생활의 편리가치(주부의 편리성, 1만2천 원/월) 증가로 디스포저 도입 후 편익이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 감량기 및 자동집하시스템 대비 운영비용이 감소하고, B/C(비용편익) 분석 결과, 1.12로 타 시스템에 비해 경제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디스포저를 통해서 하수처리장에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자원 낭비가 아니다. 발열량이 더 높기 때문에 에너지를 회수한다. 디스포저 허용 지역과 허용되지 않는 지역은 업체 관리를 통해 추진할 계획인데, 이때 업체가 반드시 싱크대와 디스포저를 일체형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 주방오수 전처리 방식(위)과 주방오수·분뇨 합병처리 방식(아래).

디스포저 고장을 우려해 수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나사로 고정시켜 뗄 수는 없게 만들어서 디스포저를 가져가고 싶으면 반드시 싱크대 전체를 교체해서 가져가야 한다. 수도계량기에는 납봉장치가 붙어져 있다. 이것은 소비자가 제거하면 불법이고 다시 붙일 수가 없다. 이와 같은 장치를 설치해 이사갈 때 가져가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 지역은 디스포저 허용이 어려운 지역이 많다. 분류식으로 교체를 하면 되긴 하겠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합류식 지역에서도 별도로 아파트 밑에 이런 시설을 만들어 허용을 하자는 주장이 많이 있다. 모든 아파트 밑에 하수처리장을 두자는 의견인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합류식 지역에도 무작위로 디스포저를 허용하면 관리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