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불황 딛고 유조선 2척 수주

한진중공업이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6월 이후 계속된 수주 절벽을 유조선 2척을 수주함으로써 15개월 만에 돌파한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9월 말 싱가포르 선사인 EPS(Eastern Pacific Shipping)로부터 11만 5000DWT급 아프라막스 유조선 2척을 수주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 업계에서는 EPS가 선단 개편을 위해 선박 발주에 나섰으며 척당 가격은 약 4300만 달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선박은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며 동형선 2척에 대한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다목적훈련지원정(MTB) 1번함, 조달청으로부터 실습선 5척을 수주한 바 있으나 해외 선사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것은 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포함, 세계 유수의 조선업체들이 뛰어든 수주 경쟁에서 한진중공업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수빅조선소의 경쟁력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EPS가 세계 유수의 조선소를 제치고 한진중공업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EPS는 이전에도 수빅조선소에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을 발주한 바 있어 수빅조선소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 형성돼 있었기에 한진중공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으로 11㎞ 떨어진 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수빅조선소는 약 300ha의 부지에 연간 60만DW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건조에 특화시키고, 상선 건조는 수빅조선소에 맡긴다는 한진중공업의 투 트랙 전략에 따라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을 주로 건조하고 있다.

2007년 12월 1단계 공사가 완료돼 선박 건조를 시작한 수빅조선소는 초기에 저렴한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료, 법인세 인하 등의 지원 조건을 무기로 가격 경쟁력 앞세웠었다.

여기에다 한진중공업의 축적된 상선 건조 노하우가 이전되고 현장의 경험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에는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조선소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세계 최대급인 2만 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08년 이후 연 평균 10척 안팎의 상선을 수주해 현재 수주 잔량도 117만CGT에 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에서 모두 경쟁국인 중국 조선소들을 앞서 수주 잔량이 세계 18위 정도"라면서 "조선 시황이 조금만 나아진다면 소빅조선소가 한진중공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