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Open Europe에서는 EU ETS에 관한 보고서(Europe’s dirty secret: Why the EU Emissions Trading Scheme isn’t working)를 2007년 8월 발간했다. Open Europe은 “EU의 과감한 개혁를 요구하는 독립된 씽크탱크”를 표방하는 단체이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기(2005∼2007년간) EU ETS 시행 결과
제1기 유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U ETS)는 배출권의 할당량 과다로 인하여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한때 톤당 33유로에 이르렀다가 현재 톤당 20센트 이하에 머물러 실패한 것으로 평가, 이는 EU ETS가 온실가스 감축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엄격한 감축목표(영국 등)를 설정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간에 EU ETS가 부의 이전효과(wealth transfer mechanism)를 나타내어 엄격한 목표를 설정한 나라에서 느슨한 목표를 세운 나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EU 전체적으로 배출량보다 할당량이 약 6%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영국의 경우 연간 2,200만톤의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고,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각각 2,800만톤, 2,300만톤의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제1기 EU ETS는 할당량을 유상화(auctioning)하지 않고 무상으로 할당함으로써 온전한 시장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큰 기업과 작은기업 간의 로비력의 차이에 따라 할당량 산정이 왜곡되는 경향을 보였다. 큰기업은 할당량이 과잉 설정된 반면 작은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2005년에서 2006년 사이 1년간 실제 온실가스 배출현황을 보면 영국의 경우 3.6% 증가하였고, EU 전체로는 0.8% 증가했다.

 

제2기(2008∼2012년간) EU ETS 전망
제2기에는 배출권의 할당이 제1기 보다 줄어들어 일견 배출권의 희소성(scarcity)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제2기에는 제1기와는 달리 Kyoto credits을 감축량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여 제도가 후퇴하였다고 볼 수 있다.

 

Kyoto credit은 교토의정서에 근거하여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1),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2)로부터 나오는 배출권이다.

 

전체적으로 회원국들은 할당으로 인한 희소성보다 더 많은 양을 수입배출권(Kyoto credits를 의미)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World Bank는 제2기 기간동안 할당으로 인한 감축필요분(scarcity of permits)을 약 12억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회원국들은 약 13억톤의 배출권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가되었다.

 

영국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넘치는 수입할당을 활용하여 남는 양을 배출권시장에 팔 수 있고, 수입할당량이 적은 나라들도 국내적인 감축노력에 의존하기보다 시장에서 구입하여 자국의 할당량을 충당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최근의 WWF 보고서(세계야생생물기금, World Wildlife Fund)에 따르면 교토기간(EU ETS 제2기 기간과 중복되는 2008∼2012년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수준이 높은 9개국의 경우 이들 국가의 감축소요량의 88∼100%가 Kyoto credits 구입을 통하여 충당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하원의 환경감사위원회는 영국의 경우 EU ETS상에서 이론적으로는 영국이 국내 감축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할당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평가하였고, 이에 대해 영국정부는 동 이론적 관측이 옳다는 것을 인정했다.

 

교토 크레딧(Kyoto credits) 현황
 Kyoto credits은 절대적인 배출감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배출을 줄이는 경우에도 적용되어 많은 경우 환경적으로 해로운 사업에도 credits이 부여된다. 현재까지 단지 2%의 credits만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발행된다.

 

Kyoto credits 부여사업 중 금액기준 약 절반이 특이한(exotic)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입했다. 일례로 HFC-23 가스의 경우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11,700배에 달하고 있어 이들 사업장의 경우 scrubber라고 하는 간단한 장치의 추가만으로도 막대한 credits을 인정했다.

 

HFC-23 사업의 경우 1억 유로 이내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46억유로 상당의 credits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HFC-23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Kyoto credits이 최빈국에 부여되지 않는 불균형의 문제는 Kyoto 사업의 대부분이 중국과 인도에 치우쳐 있으며,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전체 credits의 4% 이내이다.

 

현재의 전망으로는 제2기 기간 동안 Kyoto credits의 과잉 공급으로 배출권 가격이 낮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어 사업자로 하여금 근본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Catrinus Jepma 교수는 배출권시장의 수요가 35억톤 정도임에 반해 공급은 57억5,000만톤에 달하여 Kyoto credits의 가격이 매우 낮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2003년 영향보고서는 Kyoto credits으로부터의 수입 허용한도를 12.7%로 적용시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26유로에서 톤당 4.8유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실제 13.6%까지 수입을 허용됐다.

 

제1기 기간 중 영국의 발전소만 하더라도 ETS 도입에 따라 배출권의 무상할당으로 인하여 20억 파운드 이상의 불로소득을 거두었다. 회원국들이 석탄발전소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부문에 배출권을 무상으로 많이 할당함으로써 사실상 오염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왜곡현상을 야기했다.

 

현재 수준의 무상할당비율로는 ETS 신규 진입자에 대하여 온실가스 배출 감축 유인이 매우 적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규투자도 청정에너지 쪽보다는 석탄과 같은 오염기술 쪽에 치우치는 경향을 야기했다.

 

ETS 운영에 따른 과도한 행정비용 지출은 제2기 기간동안 영국에서만 65백만 파운드 소요가 추정되고 있으나 약 43%에 해당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기여도는 1% 정도에 불과하다.

 

관찰 및 평가
이 보고서는 EU ETS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보고서로 현재 제1기 배출권 가격동향과 높은 수준의 무상할당 비율, 제2기 할당에 있어 Kyoto credits 허용범위 등을 고려할 때 보고서에서 언급된 EU ETS의 문제점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EU ETS의 실상을 숙지하고 막연히 EU ETS를 추종하는 등 수세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정립하여 일관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