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카야마 대학 대학원 자연 과학 연구과 이론 화학 연구실의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과냉각된 물의 미세한 질서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본 연구 성과는 2015년 11월 10일 미국 물리 학회 국제 과학 저널 "Physical Review Letter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저온의 물은 균질이 아니라 다양한 내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물은 생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으며, 물에 새로운 성질이 발견되면서 물과 생명의 관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과냉각된 물의 미세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물은 액체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분자의 배치가 결정 같은 주기성을 갖지 않고, 균질하게 흐트러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물을 과냉각하면 "확장 다포체"라 불리는 1나노미터 정도의 질서를 가진 클러스터(그림 1)가 점차 증가해 불균일한 구조가 되는 것이 밝혀졌다. 본 연구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그래프 매칭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액체 속의 흐트러진 구조를 망라적으로 분류하여 확장 다포단체가 과냉각 물이나 비정질 얼음에서 가장 주요한 질서 구조임을 밝혀냈다.

이번에 발견한 확장 다포체 구조는 오른손형과 왼손형의 서로 거울 대칭인 2종류의 구조(키랄 구조)가 있어, 과냉각 물이나 비정질 얼음은 이 2개의 미세 구조가 혼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그림 2). 향후 실험에 의한 관측이 기대된다.

물을 4℃ 이하로 냉각하면 팽창하기 시작한다. 이 저온에서 액체의 팽창은 물 이외의 물질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 성질이며, 물이 지닌 여러 다른 특이한 성질(비열이 크게 고체 밀도가 액체보다 낮은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을 0℃ 이하에 과냉각한 경우에도 팽창은 이어져 실제로 물을 냉각시킨 비정질 얼음의 밀도는 결정 얼음과 상온의 물의 중간이 된다. 이 때문에 과냉각된 물이나 비정질 얼음은 결정 얼음과 비슷한 질서 구조를 가진다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유동성 있는 과냉각 물이 결정 얼음과 똑같은 구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며, 물이 과냉각되면서 어떤 구조가 되는지는 오랫동안 미해명된 문제로 지금까지 많은 모델이 제창되어 왔다. 물이 얼음으로 바뀌면서 보이는 다양한 특이한 성질이 이러한 구조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하면, 기존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포 내 등 좁은 공간에 있는 물이나 전해질 수용액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물과는 다른 성질의 물이 존재하는 것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구조 차이를 나타내는 방법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사용한 망라적인 구조 분류 방법으로 이런 구조 차이를 찾았고, 그 역할을 더욱 잘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생물의 세포 속의 물은 단백질이나 이온을 녹이는 단순한 용매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생체 분자의 작용에 깊이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물 이외의 물질에서도, 동일한 해석을 실시함으로써 기존에는 균질하게 흐트러져 있다고 여겨지던 액체 속에 미세한 질서 구조와 이에 따른 새로운 성질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아미노산과 당 등 생체 분자의 대부분은 키랄이며, 생명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거울상 이성질체만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호모 키랄리티"가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화학 진화상의 미해결 문제 중 하나이다. 호모 키랄리티의 기원을 우주에서 찾기 위해 현재 유럽 우주국(ESA)의 탐사기가 추류모브 게라시멘코(Churyumov-Gerasimenko) 행성에 착륙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물이 키랄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태양계에서 처음으로 키랄 구조가 생성된 시기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고, 생체 분자의 호모 키랄리티의 기원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성질이 알려졌는데, 그 대부분이 상온～과냉각 온도 영역에서 일어나는 물을 냉각시키면 점차 현저하게 나타난다. 이 온도 영역은 지구상의 생물이 살고 있는 온도 영역과 겹치는 영역이다. 물이 넘치는 지구에서 진화한 생명은 물의 다양한 특성을 빠짐없이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발견한 물의 새로운 성질로 물이 어떻게 생명에 이용되어 온 것인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발표 논문]
M. Matsumoto, T. Yagasaki, and H. Tanaka, Chiral ordering in supercooled liquid water and amorphous ice, Phys. Rev. Lett . 115, 197801 (2015); (DOI : 10.1103 / PhysRevLett.115.197801)

 

[출처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