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하수관거정비사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5년 7월호 / 데스크칼럼]

 

요즘 건설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BTL 사업이다.
‘BTL 사업’이란 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대해서 쓰는 민간투자방식이다. 다시 말해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서 공공시설을 건설(Build)하고, 시설 완공 시점에서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Transper)하는 대신 일정기간 동안 시설의 사용과 수익 권한을 획득하게 되며, 민간은 시설을 정부에 임대(Lease)하여 그 임대료를 받아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침체된 지방경기 부양, 새로운 일자리 창출, 그리고 국가 재정 부족으로 지연된 사업 조기 완공 등 세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BTL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을 도입했다. 2007년까지 진행될 1단계 사업은 23조4천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6조 원은 올 하반기에 시작된다. 기획예산처는 정부가 선정한 21개 선도사업에 대해 이달부터 사업제안서 접수와 우선 협상자 선정 등을 거쳐 다음달부터 충주 군인아파트 등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하수관거 사업의 경우 3년 간 5조6천억 원을 BTL 방식으로 투자하여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87개 지자체에 대해 연차별로 8천824㎞에 달하는 하수관거를 새로 설치하거나 개·보수를 실시하게 된다. 올해에는 오염총량제 실시 지역, 용량 초과 하수처리장 등 개선이 시급한 18개 시·군에 대해 최대 1조원(1천570km) 규모로 우선 실시되며, 내년부터 매년 2조3천억 원을 유치하여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규제로 민간 건설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건설 투자 감소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로 봐서는 BTL 사업이 ‘가뭄의 단비’인 셈이다.

하지만 BTL 사업은 시작부터 삐꺽거리고 있다. 최근 경기도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은 BTL 사업에 참여조차 않기로 의견을 모았고, 인천 지역 건설업계도 교육청 공사 발주방식에 공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학교 시설 공사나 하수관거 공사 등 소규모 사업들은 지금까지 지역의 중소업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들 공사까지 한나로 묶어 BTL 방식으로 추진, 대형 건설업체들의 시장잠식이 불가피하다는 데서 불만이 누적돼 왔다. 게다가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급하게 추진함에 따라 시행 과정에서 사업 포기, 고시내용 수정 등 많은 문제점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BTL 사업이 지방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영역을 크게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해 경제의 양극화가 더욱 확대, 당초 정부가 BTL 사업을 도입한 목적과 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건설시장에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BTL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을 도입하면서 민간의 창의와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BTL 사업으로 고시된 사업들을 보면 학교 시설 58%, 하수관거 설치 24%, 군(軍) 주거시설 8% 등으로 학교나 하수관거 공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공사에 무슨 창의와 효율을 제고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따라서 BTL 사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먼저 우선 대상사업을 선정할 때 BTL 사업에 타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군부대 이전, 신규 복합 학교시설 등 재정적 부담이 큰 사업에만 한정해 추진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BTL 사업에 지방건설업체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기본계획 관련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 소규모 시설을 묶어서 500억 원 이상 공사로 사업을 추진하지 말고 중소건설업체 참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위사업 추진 규모를 총 사업비 기준 500억 원 단위인 설정기준과 여러 개의 소규모 시설공사를 하나로 묶어 시행하는 사업 추진방법을 보완해 대규모 BTL 사업은 대형건설업체가, 중소규모는 지역 중소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환경부가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7개 다목적 댐 상류 지역 하수도 시설 확충사업’의 경우 당초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하려고 했지만 감사원의 ‘불갗방침에 따라 결국 2년이 지난 올해 초 국가 재정사업으로 변경, 오히려 해당 지자체에게 재정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는 BTL 사업은 결국 재정부담으로 다가올 ‘외상공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