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7년 6월호 / 데스크칼럼]

 

지난 3월 삼성경제연구소는 『미래의 첨단산업, 물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가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물산업이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 통계자료를 인용, 세계 물산업 규모는 지난 2003년 830조 원이었지만 해마다 5.5%씩 성장, 오는 2015년이면 1천59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인구기금은 2025년 전세계 79억 명 중 50억 명이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거주하게 돼 물이 석유만큼 귀중한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이며, 물산업이 IT·BT와 결합하면서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세계 유수 기업들이 물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수자원 관련기업 4곳을 인수했고, 애틀랜타 오·폐수 처리시설에 1천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멘스는 2004년 유에스필터를 인수하는 등 7개 수자원 관련기업을 인수하는 한편, 이스라엘 최대 수처리업체 메케로트와 공동으로 정수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우케미컬도 중국 수자원 관련기업을 인수했다. 이들 기업들은 물산업이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물산업’이란 각종 용수를 생산·공급하는 일 등 물과 관련된 산업전반을 가리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재 성격의 행정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위생적인 먹는물 공급, 산업을 뒷받침하는 용수공급, 그리고 하수·폐수처리의 시설확충과 기술개발 정책을 견지하면서 나름대로 물산업을 육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물산업은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물에 대한 그간의 투자로 우리의 물 환경은 분명 좋아졌지만, 먹는 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은 여전하며 5대강 수계의 1급수화는 아직 요원하다.

 

물론 R&D 투자로 많은 환경신기술이 만들어졌지만 IT산업과 같이 세계적인 큰 기술이나 조선·자동차와 같이 수출을 선도하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작은 내수시장은 물  분야 공기업과 사기업이 뒤엉켜 영역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와중에 세계 10대 물기업 중 8개 이상을 보유한 유럽연합(EU)은 WTO의 ‘도하개발아젠다’와 개별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물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10월에 발간 예정인 국제표준화기구의 ‘상하수도 서비스 표준화(ISO/TC224)’를 만드는 과정에 자국 기업의 시장확대를 열망하는 프랑스 등 EU 국가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대 이전부터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다국적화 된 거대 물기업을 육성해 왔다. ‘한­미 FTA’, ‘한­EU FTA’ 등으로 국제화·개방화는 우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좁은 국내 물시장마저도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다국적 물기업들에 내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깊게 인식, 글로벌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종합 추진계획을 지난해 2월 마련한데 이어, 최근에는 환경부 상하수도국에 ‘물산업육성과’를 신설, 이달 1일부터 업무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물산업육성과’를 통해 2015년까지 물산업 규모를 현재보다 2배인 20조 원 정도로 확대하고 글로벌 수준의 세계 10위권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해 세계적 수준의 물산업 강국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민간부문에 대한 진입장벽을 해소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낙후된 상하수도 서비스업을 구조개편해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자를 육성하는 한편, 사업기능과 관리·감독 기능을 분리해 보다 객관적인 감시를 실시, 소비자의 상하수도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경부의‘물산업육성과’신설은 환영할만 한 일이다. ‘물산업육성과’ 신설을 계기로 전문수도사업자 육성, 우수인력 양성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기반구축 내실화로 해외진출도 활발해져 우리나라가 물산업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