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26일 인도양에서 발생, 서남아시아 일대를 초토화시킨 쓰나미(지진해일)와 2005년 가을에 미국 남부와 중앙아메리카를 휩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 충격은 과학기술이 아무리 최첨단을 달릴지라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예방도,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나라도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 수방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2002년 8월 ‘루사’, 2003년 9월 ‘매미’, 2004년 8월 ‘메기’, 2006년 7월 ‘에위니아’등 대형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어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수해피해사례를 분석해 보면, △무분별한 난개발 △하늘만 쳐다보는 수방행정 △늑장대처 △허술한 복구로 인한 수해 재발 등 인재(人災) 요인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이에 『워터저널』은 인재(人災)에 의한 수해피해를 줄이기 위해 2007년을 ‘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구촌, 기상이변으로 ‘몸살’(4월호)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 위협한다(5월호) △‘매미’·‘루사’급 태풍 언제든지 올 수 있다(6월호) △홍수피해 악순환, 대책은 없나?(7월호) △탁수(濁水), 수질·생태계에 심각한 문제 유발(9월호) 등을 주제로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등 국제기구에서 연구·조사한 보고서나 경고성 메시지를 비롯해 국내외 수해 피해사례, 수해방지를 위한 전문가 의견  등을 소개하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철저한 수방대책을 세워 올해만큼은 수해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지난 9월16일 제주도와 전남 해안지역을 강타한 태풍 ‘나리’가 이러한 기원을 허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최고 500㎜ 이상의 폭우와 최대 초속 50m를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나리’는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해안변에 이르기까지 제주 곳곳을 할퀴고 지나가 제주시내를 관통하는 산지천, 병문천, 한천, 독사천 등 4대 하천이 모두 범람, 도심지 침수피해가 대부분 복개지 주변에서 발생했다.

 

이번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고 초속 50ｍ의 강풍을 동반한 기록적인 폭우였지만, 산간 곳곳의 도로 및 골프장 건설과 하천복개 등 치수(治水)를 고려치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물 흐름을 차단, 물난리를 키운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이번 수해 역시 인재(人災) 요인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수해 복구에 해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수해가 발생한 지역에서 또다시 수해를 입는 등 ‘수해 발생→땜질 처방→피해 재발’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반복되는 수해피해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방 시스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즉, SOC 설계 및 시공단계부터 수해 예방 개념 도입이 필요하고, 방재 관련 예산운용은 복구위주·비용개념에서 예방중심의 투자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해 취약지역 관리방법도 국지적 시설 위주에서 집단이주를 포함한 광역적 체계로의 전환해야 하며, 피해복구도 지금까지의 시설별 개별 복구차원에서 지구 단위 종합복구개념을 도입, 예방복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방행정 시스템 운용에 있어서도 부처별 분산적 재난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민·관 연계를 통한 종합적 재난관리 시스템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하며, 특히 관계전문가, 공무원,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피해원인 조사평가단을 운영하는 피해원인 조사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밖에 위성정보, 첨단IT 기술 등을 활용한 과학적 피해원인조사기반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

 

태풍은 매년 평균 10개 정도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온다. 그러나 과거자료만을 가지고 상황판단을 하거나 대비책를 세울 경우 수해피해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특히 IPCC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해일, 태풍, 홍수 등이 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해방지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제부터라도 사후약방문정책이 아닌 사전예방으로의 수해 예방 시스템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수해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철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