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의 급속한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하수를 통해 수계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증가하고 있다. 과다 배출된 오염물질은 우선 담수로 흘러 들어가서 많은 호소가 부영양화(Eutrophication) 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의 이상 고온, 일시적인 가뭄, 높은 일조량이 더해져서, 부영화된 호소나 유속이 느린 강과 같은 정체된 민물수계에서 녹조(Algal bloom)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환경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녹조가 발생하면 경관의 심미적 가치가 하락할 뿐만 아니라, 정수처리 비용의 증가, 불쾌한 냄새의 발생, 종 다양성의 감소에 의한 생태계의 파괴, 이후 사멸과정에서의 산소고갈로 인한 어류의 폐사, 남조류 독소에 의한 보건상의 위해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이러한 녹조 현상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남조류(藍藻類, Blue-green algae)다. 이 미생물은 식물체와 동일한 방식으로 광합성을 수행하는 원핵생물(原核生物, Procaryote), 즉 세균(Bacteria)의 일종이다.

남조류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의 약 25%를 점유하는 중요한 일차생산자 역할을 담당하고, 온천에서부터 극지방까지 다양한 수계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과 같은 남조류 독소를 생산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남조류가 발생한 물을 마신 가축들이 폐사한 사례가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남조류에 오염된 물을 혈액투석에 사용하다 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국내 대부분의 대형수원지에서 현재까지 남조류 독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1㎍/L을 초과한 사례는 없었으나, 여름철 남조류가 증식하면서 녹조가 발생함에 따라 여름철 일시적으로 이에 근접하기도 한다.

또한 녹조발생시 수표면에 부유하는 남조류의 덩어리가 바람에 의해 국지적으로 농축될 수 있는데, 이때 남조류 독소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독성 남조류의 비율 증가가 보고되고 있어, 상수원의 수계 안전성이 더욱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녹조 및 독소 발생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환경부에서는 1996년 대청호에서의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2007년에는 17개 호수로까지 확대하여 조류경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조류경보제는 남조류의 세포수와 엽록소의 농도를 기준으로 주의보, 경보, 대발생의 3단계로 발령하며, 각 수자원 관리 담당기관과 지자체는 발령 단계에 맞추어 대응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남조류 세포를 현미경으로 동정, 계수하는 것은 숙련된 전공자에게도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특히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남조류는 수천 개의 세포가 군체를 이루거나 (Microcystis), 염주알 또는 환형동물의 체절과 유사한 형태의 필라멘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Anabaena, Oscillatoria), 계수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엄밀한 정확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본 연구에서는 조류경보제에서 감시하는 위해성 남조류 5종(Microcystis, Anabaena, Oscillatoria, Phormidium, Aphanizomenon) 외 Nostoc까지 빠르고 정량적으로 검출하기 위한 DNA chip을 개발했다.

 

DNA chip 기술의 기본 원리는 미생물이 자기복제를 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DNA 염기서열 정보에 기반한다. 조류경보제에서 감시하는 Microcystis, Anabaena, Oscillatoria, Phormidium, Aphanizomenon 종 고유의 유전정보를 선택하고, 이 유전정보에 상보적인 프로브(probe)를 설계해서, 프로브를 DNA chip에 집적한다.

따라서 DNA chip 제작에서 가장 먼저 수행되는 점은 각 목표 미생물의 다양한 유전정보 중에서 바이오마커로 사용할 유전정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녹조를 유발하는 남조류의 경우, 다양한 선행연구를 통해 mcyE, cpcBA, ITS, rbcS, rbcX, nifD와 같은 유전자가 바이오마커로 사용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되어 이들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목표 남조류를 특이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프로브를 제작했다.

예를 들어, 조류경보제의 남조류 항목 중 하나인 Aphanizomenon의 검출용 프로브의 설계는 먼저 NCBI 데이터베이스에서 Aphanizomenon 관련 유전자 정보를 검색하여 총 360개의 유전정보를 확보했다.

이 유전정보를 다시 살펴보면 △160개의 16S rRNA 유전자 정보 △117개의 남조류 색소인 phycocyanin에 관련된 cpc 유전자 정보 △42개의 Polyketide Synthetase에 관련된 sxt 유전자 정보 △11개의 RNA polymerase에 관련된 rpo 유전자 정보 △10개의 Ammonia Monooxygenase에 관련된 amo 유전자 정보 등이었다. 이 염기서열들은 생물정보학 프로그램을 사용해 Aphanizomenon 특이적인 프로브 부위를 결정하고 프로브를 제작했다.

이후 유사한 방법으로 조류경보제에서 감시하는 Microcystis, Anabaena, Oscillatoria, Phormidium, Aphanizomenon 종을 검출하기 위한 프로브를 설계했으며 각각의 프로브는 10개씩 이상의 반복수로 DNA chip 위에 집적했다.

각 남조류의 표준균주를 배양하고 이를 이용해 제작된 DNA chip의 성능을 평가했다. 결과로 제작된 DNA chip은 남조류 Microcystis를 다른 미생물에 비해 약 1천배 이상 특이적으로 검출할 수 있고, 10⁴∼10⁶cells/mL 농도구간에서 Microcystis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DNA chip의 신호값도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양의 상관관계(R²>0.95)를 보여, 개발된 DNA chip을 이용해 Microcystis를 특이적으로 10⁴∼10⁶ cells/mL 범위 내에서 정량분석이 가능했다.

 

 

또한, 남조류 Anabaena의 경우 다른 미생물에 비해 1천배 이상 특이적으로 검출할 수 있었으며, 10³∼10⁶cells/mL 농도구간에서 Anabaena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DNA chip의 신호값도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양의 상관관계(R²>0.95)를 보여, 개발된 DNA chip을 이용하여 Anabaena를 10³∼10⁶cells/mL 범위에서 정량분석이 가능했다. 개발된 DNA chip은 그 외 남조류 Oscillatoria, Phormidium, Aphanizomenon를 특이적·정량적으로 검출했다.

 

 

녹조의 억제와 제거 및 녹조 발생 시 정수처리 비용 등 많은 예산이 소모될 수 있는데, 독소의 함량이 늘어날 경우 이러한 비용은 더욱 증가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 남조류 독소에 의한 물적 피해가 발생하여, 이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 및 수자원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 전에 녹조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이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DNA chip 기술은 녹조 발생을 사전에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환경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본 기술은 환경·보건·경제적으로 큰 의의를 갖는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