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반세기가 가기 전에 지구상의 동식물종에서 약 25%가 멸종될 것으로 예측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생물이 최근에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야생 동식물 중에서 총 246종(어류 25종)에 대해 멸종위기등급을 1급 및 2급으로 나누어 지정하고, 생물종 보존 및 서식지 복원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크게 생물의 서식환경을 개선해 종의 증식을 도모하는 서식지 복원과 종 자체의 인공배양과 유전자원의 확산을 위한 서식지 외 복원으로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활동이 총체적인 생태복원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하천의 생태복원에서는 서식지 환경개선이나 생물종 증식을 위한 노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서식지 환경개선을 위한 생태복원 기술의 개발이나 활동이 부족하다. 생물의 서식지 환경에는 이화학적인 조건 외에도 그 서식지가 포함된 물리적 공간과 생물적 구조를 포함한다. 하지만 국내의 하천 생태복원에서 서식지의 물리적 공간과 생물적 구조를 복원하기 위한 공법이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하천에서 사용되는 생태복원 공법은 하천정비 공법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천의 생태복원을 말하면서 개발과정에서 또는 복원과정에서 훼손과 파괴, 축소되고 있는 생물의 서식지를 복원하는 기술에 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진정한 생태복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근 도시와 농어촌을 막론하고 개발과 오염으로 단절 및 고립, 축소·훼손되어 가는 서식지 환경의 개선 또는 인위적인 조성을 위한 기술의 개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많은 수중생물의 감소는 서식환경의 물리적 구조와 생물과 물질 순환구조의 변화, 생물과 생물 또는 생물과 환경에서의 상호관계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생물의 서식지환경은 다양한 원인과 과정으로 훼손되는데 물론 대부분은 인위적인 영향이 강하다.

 

과거에는 이수·치수를 위한 시설의 설치나 제방·저수로의 인공화, 도시화에 따른 하천의 경관적 변형이 가장 큰 훼손요소로 작용했으나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강우패턴의 변화로 집중강우가 늘면서 산사태 및 그와 연관된 수해가 빈번하게 발생해 하천을 훼손·교란하고 있다.

 

하천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수해 자체도 수생태계의 훼손이지만 이후에 진행되는 재해복구사업도 큰 훼손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재해예방을 위한 정비사업과 마찬가지로 재해 이후의 복구사업에서도 하천 생태계의 훼손이 진행될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이수·치수를 위한 방재하천과 경관하천으로 지칭되는 하천사업이 하천 생물의 생태에 부적절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지만 최근에 시행하고 있는 생태하천 또는 자연형 하천복원사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비슷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앞으로의 생태하천사업이 현재와 같은 기술이나 공법을 기반으로 진행된다면 그것이 하천의 생태복원을 위한 길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천의 훼손요소를 적절히 파악하고 ‘생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우리나라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맥아더의 명언 중 하나인 “전쟁에서 승리를 위한 대안은 없다”를 각색해 표현하자면 “생태복원의 달성을 위한 비슷한 대안은 없다”라는 것이다.

 

맥아더의 주장처럼 전쟁에서 승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해도 ‘승리’ 자체가 아니라면 그 결과는 그저 패배일 뿐이며, 생명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서식지 환경을 다룸에 있어서도 ‘친환경’이나 ‘친생태’ 또는 ‘생태적 고려’라는 수식으로 달성되는 ‘생태복원’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수생태계에서 생물서식지 및 서식지 환경의 주요 훼손요소와 그 영향을 [표 1]에 정리했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점이 수생태계의 자연도와 건강성이다. 훼손이 작용했다고 해도 기존의 평가항목과 기준으로는 그 판정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아직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수역의 건강성이 우선돼야 훼손의 평가기준과 복원 목표도 수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천의 건강성은 수역에서 출현하는 전체 종수 및 종다양도의 분석을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과연 개체나 개체군의 수준에서도 건강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함께 평가돼야 한다. 이것을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특정 지역에 많은 인구가 있다고 해서 현재 건강한 군집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건강성을 어류군집을 통해 평가하면 개체의 체중, 체장, 난발생, 치어생존율, 개체 건강도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한다. 현재 환경부의 ‘Eco-STAR project’에서는 수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수역에서의 생태복원과 관련되는 개체군의 크기 및 개체 체장의 변이 등의 조사로 수역별 서식지의 건강도를 비교·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를 통해 개별 하천생태계의 복원목표가 구체화된다.

 

서식지 훼손은 지금까지 주로 하천의 종·횡적 선형, 단면의 크기, 수변·하상의 재료와 퇴적·침식구조와 같은 하천의 규모와 형태가 관련되는 물리적 요소와 연관되어 왔다. 경제발전이 급속하게 진행되던 시기에는 하수 및 공장폐수 등에 의한 수질악화와 그 이후의 부영양화와 관련된 화학적 요소가 주로 조명됐다.

 

 

▲ [표 1] 수생태계에서 생물서식지 및 서식지 환경의 주요 훼손요소와 그 영향

최근에는 여기에 생물적 구조와 이러한 요소의 복합적 작용에 따른 훼손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하천에 설치된 수중보와 같은 시설이 어떤 생태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로, 어떤 생물에게 끼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단편적으로는 수계별로 공통적으로 서식하는 어류의 개체·개체군 특성을 비교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업은 특정한 생물종에게 필요한 서식지의 규모(길이, 면적, 여울 및 소의 개수 등)와 건강성 평가를 통해 개별 수역에서 필요로 하는 적정한 복원사업의 규모를 설정하는 기초가 되며, 최소한으로 필요한 서식지의 환경요소를 정량적으로 도출해 서식지복원을 위한 설계·시공에 활용될 것이다.

 

 

서식지 훼손의 대부분이 도시하천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생물이 살아가며 겪는 현실은 도시하천과 농촌하천의 구분이 없다. 오히려 그 심각성이나 중요성은 농촌하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도시하천의 복원은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생물종과 그 종의 서식지 복원이 갖는 생태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시하천이 수질환경이나 기타 하천의 물리적 구조 등의 문제에서 더이상 생태적인 고려를 확대할 수 없도록 하는 한계가 있다.

 

한 가지 극적인 상황을 대비해 비유하자면 마치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어떤 생물에게 부분적으로 최상의 서식지 환경을 조성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연계에 서식하는 종 복원이나 증식과 직접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물론 특정한 생물의 서식지 환경조건을 시험하고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자연계에서의 서식지 환경조성에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원 대상으로 하는 주변의 생물과 동물원에서 전시되는 생물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하천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복원의 파급효과가 기술이 적용된 대상 수역에 한정되고 연결된 수계의 생물종 복원으로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한계로 작용한다. 하지만 농촌하천에서의 복원은 연결된 지천과 상·하류 수계 전반과 유기적으로 복원의 효과가 전달·확산된다.

 

따라서 생태적인 효용성의 측면에서 보면 생태복원의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할 수역은 농촌하천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적인 효과가 크다는 이유와 부수적인 경제성을 들어 대부분의 생태하천사업은 도시하천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적인 서식지조건이 잘 갖추어진 농촌하천을 공원하천으로 정비하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지양되어야 한다.

 

 

수생태계에서의 생물서식지 복원을 위한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요소가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각각의 대상 생물군과 여러 비교 수역 간의 특성을 분석해 공통사항과 함께 독특한 개별사항이 각각 정리돼야 한다. 왜냐하면 공통사항만으로 서식지 모형을 구축하게 되면 전국의 수역은 동일한 물리·화학·생물적 특성을 갖는 공간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생물서식지 복원기술을 개발하는 기본 방향이며, 향후 다양한 수역으로 확대해 각각의 특수한 조건을 반영한 설치 및 시공기준이 되어야 한다. 생물서식지의 기술개발이 먹이-포식자 생물군에 따라 동시에 결과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며, 상호관련성이 높은 생물군을 중심으로 우선 배치할 필요가 있다.

 

수생태복원의 영역에서 다루는 생물군은 어류, 수중무척추동물, 양서류, 파충류 등이 해당되며, 대상수역도 하천을 포함해 호수와 습지 및 하구와 석호 등 다양한 수생태 공간에 대한 복원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어류 및 수변을 이용하는 수서곤충, 양서류와 파충류의 경우에는 서식지의 이동을 위해 필요한 이동로 기술 및 관리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시험하천이나 호수에 현장 적용되어 연차별로 평가 보완되고, 개발된 기술은 설계·시공, 관리 등의 종합적 지침으로 작성한다. 그 결과는 연구진의 홈페이지에 구축해 개별적인 연구, 기술개발 진행과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수생태복원과 생물서식지의 관련 사업 및 개발기술의 홍보, 교육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그림 1] 참조).

 

 

▲ [그림 1] 생물서식처복원연구단 홈페이지(http://www.haco.re.kr)

 

생물의 서식환경조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장자료의 축적이 요구되나 현재 국내 생물종의 서식환경을 현장조사를 통해 자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기존의 발표 자료와 전문 연구진의 현장조사 경험 등 다양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통적이거나 개별의 특수한 서식환경조건을 DB로 구축했다. 동시에 기술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된 내용은 현장평가를 병행하도록 했다.

 

 

▲ [그림 2] 생물서식환경 DB 예시(좌측은 쉬리, 우측은 가재의 DB)

[그림 2]는 현재까지 작성된 쉬리의 서식환경 DB 구축 결과이다. 서식환경 DB에는 대상종의 일반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항목과 서식지의 환경조건 항목, 산란지의 항목, 먹이원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속성항목에서는 서식지 복원 이후에 인공적인 종 생산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기재해 배양 및 인공방류의 가능 여부를 표시했다. 서식지 항목은 연중 수량변화와 수온변화에 대응한 생리생태적 행동특성을 중심으로 정리해 향후 서식지 복원시 가뭄이나 홍수에 따른 수량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산란조건은 이러한 일반적인 항목 외에 특수하거나 좀 더 높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서식지는 반드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도록 그 기준을 제시한다. 모든 항목은 정량화해 가능하면 수치로 표현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설계도면으로 작성, 서식지모형을 구축했다.

 

현재 어류 60종, 수중 무척추동물 63종, 양서류와 파충류 25종, 조류 20종, 포유류(수달) 1종에 대한 DB를 구축했다. 이렇게 작성된 DB는 현장조사 및 자문의견에 따라 서식영역·이동범위 등의 조사결과에 따른 규모와 형태를 반영해 서식지 단위모형을 구축한다([그림 3] 참조).

 

 

▲ [그림 3] 생물서식환경 DB를 통해 작성한 서식지 모형

 

[그림 4]는 국내 4개 하천의 수중보에 설치된 어도에서 조사된 어류의 종수 및 개체수의 분포이다. 하천의 규모에 따라 어도를 이용하는 어종과 개체수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에서는 동해안의 양양 남대천과 연곡천이 하천규모가 오히려 적은 가평천에 비해 종수와 개체수가 적다.

 

 

▲ [그림 4] 잠실수중보와 가평천, 연곡천, 양양 남대천에서 어도를 이용하는 어류의 종수와 개체수 비교

이것은 하천환경의 차이에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고, 어도의 형식이나 위치 등의 문제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현재 각각의 어도에서 출현한 어종, 개체수 및 전장을 비교해 서식지 영역에 대한 비교평가가 진행 중이다. 또한 이러한 자료를 통해 어도의 형식별 적합성과 설치·관리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어도의 대부분은 소상하는 어류의 이동을 위한 시설이다.

 

 

▲ [그림 5] 양양 남대천에서 황어의 이동에 장애가 되는 수리시설물과 인간의 포획 장면. 소상을 위한 어도의 필요성과 함께 강하를 위한 이동통로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림 5]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강하하는 어류를 위한 어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술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 특히 동해안의 황어와 같이 산란 후 바다로 돌아가는 회유어종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산란 이후 하류로 이동하는 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어도가 필요하다.

 

이번 과제에서는 어도의 이러한 현실을 감안, 임시 이동로 복구를 위한 간이어도(특허등록 제10-1035676호)와 수위변화 대응이 가능한 어도(특허등록 제10-1156309호)를 개발했다([그림 6] 참조). 낙동강 상류지역에서 열목어는 월동기에 뚜렷한 이동특성을 보이지 않고 범위도 좁았다. 평균적으로 8.6m/일 정도를 이동했으며, 지형적으로는 서로 인접한 소를 이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산란기에는 높은 활성도를 보여 긴 이동거리와 변동특성을 보이고 있다. 평균적으로 96.2 m/일을 이동했다([그림 7] 참조).

 

 

▲ [그림 6] 간이어도(좌) 및 수위대응어도(우)의 실제 현장 적용 모습

▲ [그림 7] 낙동강 상류 수역에서 열목어의 시기별 이동특성

열목어는 지류와 본류로 나뉘어 이동해 본류구간에 대해서도 산란처로 활용하거나 수량변화에 안정적인 서식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어류가 종별, 또는 시기별로 요구하는 서식지의 영역이 다르며 일부 하천구간의 복원으로 서식지복원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류와 수중무척추동물의 경우에는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로 서식지를 공유하고, 같은 서식환경조건을 요구하는 특성을 반영해 생물서식환경 DB의 항목 및 항목별 기준범위를 공유하도록 설정했다.

 

 

댐호나 저수지는 하천 유입부를 제외하고는 큰 수위변동으로 수변의 식생이 자라지 못하는 나지상태로 남아있고 토양도 잦은 침수와 노출로 영양분의 함량이 적다. 국내 인공호의 경우 [그림 8]의 소양강댐과 같이 수위변동이 크게 발생해 수변나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로 인해 수변 생물상이 빈약한 실정이다.

 

 

▲ [그림 8] 소양강댐에서 1978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도별 댐내 수위(표고, m)변화. 가운데 점선은 평균수위 변화

인공적으로 조성된 댐이나 저수지와 같은 호수의 건강하고 건전한 생태환경은 어떤 상태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연호수의 수변이 잘 발달되어 있고, 이와 함께 다양한 생물이 출현하는 것을 비교하면 인공호수의 수변과 수중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된다. 하지만 댐과 같은 호수의 수변환경은 수위변동이 커서 인위적으로 식생대를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소양강댐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인공댐으로 저수량과 수심이 국내 최대이다. 강우기와 비강우기에 따라 수위의 변동도 매우 커서 연중 30m 이상을 오르내린다. [그림 8]은 수위변동이 크고 빠르게 진행되는 소양호의 경우에도 수위의 변동이 어류의 산란기에 최대 하루 3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산란기에 해당하는 적절한 수위에 산란 공간, 서식 및 은신처를 제공하면 수위변동에 대응해 충분히 수변 생물상을 복원할 수 있다. 한편, 호수에서 주로 서식하는 어류의 산란과 부화에 필요한 시기는 대체로 5∼6월이다.

 

이 시기에 어란의 부화는 약 3∼5일이 소요되며, 대체로 약 3일이면 부화에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위변동이 크게 나타나는 시기는 대체로 강우에 따른 것으로 물고기의 산란기에 해당하는 시기에는 다행히 수위변동이 크지 않다.

 

이 정도의 변동에서는 수면 아래의 수변에 산란해도 쉽게 대기 중에 노출되어 폐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년간 수위변화에 노출되어 수변의 식생 등이 빈약한 상태에서는 산란을 하기 위한 장소가 부족하다. 따라서 댐호에서도 연안에서 사용하는 어소나 어초와 같은 시설을 통해 어류의 은신산란처나 수생식물의 서식이 가능한 시설의 도입이 필요하다([그림 9] 참조).

 

 

▲ [그림 9] 댐호에 설치 가능한 어소 및 어초시설

 

한편, 이러한 수변공간과 함께 수중생물의 서식, 산란, 은신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특히, 수변 및 수중 서식산란시설은 수달이라는 포식자가 존재함으로써 기존의 난폭한 포식자로 기능하던 베스와 같은 외래종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그림 10] 참조).

 

 

▲ [그림 10] 수변공간이 부족한 댐호의 수표면에 설치할 수 있는 수변 및 수중서식 산란장. 부유체의 내부에는 수달의 서식공간으로 구성(환경신기술 제358호)

호수의 경우, 하천 유입부와 호 내의 수역이 갖는 생태적 특성과 특정지역을 서식지로 이용하는 생물의 분포가 다르다. 댐호는 수변이 나지 상태인 경우가 많아 수변 서식공간의 복원과 함께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서식지의 연결 방안에 대해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댐 시설물은 그 규모가 커서 하천의 차단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댐어도의 개발·평가도 요구된다.

 

이처럼 댐호의 수생태 환경조건을 분석하고 생물상의 현장조사 결과와 연계하여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조치방안이 곧바로 수생태복원 기술 또는 공법이 되지는 않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해 효율평가·관리형태를 분석함으로써 복원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댐호 뿐만 아니라 하천이나 습지의 생태복원에서도 각각의 수역에 따른 구조적 특징에 대한 분석방법만 다를 뿐 기술개발을 위한 절차는 동일하게 진행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인공습지의 조성이 주로 유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저감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습지를 통해 생물의 서식지로 조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직 생물의 서식에 필요한 습지의 형태적 요소와 환경요소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상태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중생물의 서식에 절대적인 용존산소의 분포와 관련된 환경이다.

 

습지에서의 용존산소는 일출과 함께 식물플랑크톤 및 부착조류의 광합성이 진행되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일몰과 함께 감소해 일출 직전에 최저 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한 시기와 시간에 습지의 수중에서 호기성 생물의 서식이 불가능한 조건이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유기물관리와 습지구조에 대한 배치 계획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습지를 수처리장으로 이용하면서 생물서식지로 활용한다는 것은 모순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 11] 부유습지에 출현한 생물상

▲ [그림 12] 시화갈대습지공원의 개방수역에서 용존산소의 일주기 변화(2009년, 최 등)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반도의 특성을 가져 남북의 위도 및 고도에 따른 기후환경의 변화가 매우 크다. 또한 남북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산맥과 그 산 사이를 흐르는 크고 작은 하천이 서로 나뉘어서 바다로 흘러가 생태적인 격리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고황하수계와 고아무르수계를 중심으로 서로 왕래하던 수중생태계의 생물은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격리되었고 많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반도지역의 다양하고 고유한 자연환경에 적응한 생물로 진화했다.

 

이러한 결과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위도상의 지역에 비해 면적당 생물종의 총수는 적게 나타나지만 고유종의 빈도가 높은 특징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역설적이지만 자연지리적인 격리효과가 낳은 결과일 수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체 출현종이 적은 이유는 혹독한 겨울기간이 장기간 유지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러한 결과가 고유종의 빈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하천에서 재해복구 및 정비사업 등으로 상·하류 간 고유 특징의 구분이 사라지고, 또한 수계 간의 인위적인 이입종이 늘면서 발생하는 생태적 훼손과 교란이 심각하다. 다가오는 미래는 생물의 유전자가 식량과 의약품 등 인류를 위한 소중한 자원이 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기후환경을 바탕으로 가진 수많은 생물종의 자원을 보전하고 서식지를 복원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생물서식지 복원기술은 수생태복원 달성의 원천이며, 수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고유생물의 탄생과 그 생명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계를 구성하는 작업이다. 최근 급속하게 변화하는 하천 등의 수역에 대한 기술현장의 여건변화에 발맞춰 국가산업의 한 축으로 발전하고 수생태복원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생태복원 기술의 원대한 진보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수생태복원을 위한 생물서식지 기술에서는 어류 및 수서곤충, 양서류 등의 서식지 복원이 진행되고 있으며, 수계에 따라 하천과 댐호, 습지를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각각의 수역에서 생활하는 생물의 서식지를 복원하는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서식지의 공간구조와 함께 서식지환경의 조건을 정량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에 하나의 생물과 동서종이 요구하는 서식지 환경 DB를 구축하고, 정량화 한 각각의 요소를 반영하여 단위서식지 모형을 구축했다. 또한 서식지의 영역을 생물의 이동능력에 따라 구분해 향후 복원의 범위 설정기준 등에 활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