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3월 09일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김갑수 박사는 지난 2월3일 오후 5시 서울시 인재개발원 다솜관에서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음식물쓰레기와 디스포저』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환경 분야 연구를 맡고 있는 김갑수 박사는 지난 2월3일 오후 5시 서울시 인재개발원 다솜관에서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음식물쓰레기와 디스포저』(광문각 발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갑수·유기영 공동으로 집필된 이 책은 보관이나 수거과정에서 악취를 발산하고 불결한 환경을 초래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디스포저라는 작은 장치를 활용하여 배출하고 처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디스포저(Disposer)란, 주방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해서 그 분쇄물을 오수관거로 배출하는 장치로서, 북미나 일부 유럽국가, 일본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편리하게 배출코자 디스포저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에 디스포저가 보급됐으나, 분쇄물이 하천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하수처리시설의 기능을 방해한다는 여론에 밀려 1995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자원화와 공존하는 사용방법 소개

▲ 『음식물쓰레기와 디스포저』 출판기념회에서 저자인 김갑수 박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와 디스포저』는 이런 디스포저의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자원화와 공존하는 디스포저의 사용 방법과 함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총 10장으로 이뤄진 이 책 1장에서는 디스포저 장치 설명과 나라별 보급현황을 실었다. 2장에서는 음식물쓰레기의 발생현황과 디스포저 처리 현황을 수록하고, 3장에서는 일본에서의 사용자 실험결과와 현장 적용 사례를 담았다.

4장은 디스포저에서 나온 분쇄물이 지나가는 옥내배관에 대해서 설명하고, 5장은 일본의 디스포저 배수관의 설치와 유지관리 기준을 언급하고 있다. 6장은 디스포저 오수가 흘러들어 가는 하수관거에 대한 내용을 수록했다.

이어 7장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법으로서의 디스포저를 재조명 하고, 8장에서는 디스포저의 경제성을 분석, 9장에서는 오수처리시스템의 정화기능과 미소동물의 기능평가를 알아봤다. 마지막으로 10장은 디스포저의 바른 활용법 등을 담고 있다. 다음에서 책 내용을 간략히 소개코자 한다.

 

분쇄물 인한 오염 우려로 사용 금지

디스포저는 싱크대 밑에 장착된다. 전원을 켜면 투입된 음식물이 칼날과 고정판이나 회전판에 의해 부딪혀 부서지고, 파쇄된 음식물쓰레기가 한번 더 잘게 분쇄돼 이 때 분쇄된 음식물쓰레기는 바닥판의 구멍을 통해 물과 함께 배출된다.

연속식 디스포저는 음식물스레기 투입과 물 주입, 디스포저 작동이 동시에 이뤄진다. 반면 회분식 디스포저는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하고 투입구의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 물을 흘려보내며 분쇄하는 형태로 처리된다.

정부와 학계에서 디스포저의 보급을 크게 우려했던 큰 이유는 디스포저의 사용으로 인해 하수의 오염부하가 증가하고, 하수관망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에서 사용하면 하수가 직접 지하수와 지표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으로 분쇄된 음식물쓰레기의 퇴적으로 하수 흐름이 방해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1994년 10월 한국환경과학연구협의회는 “디스포저 사용은 하수처리시설에 부하량을 증가시키고 하수관거가 미비하거나 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 수질오염을 가중시키는 원인을 될 뿐 아니라, 음식물쓰레기가 하수관거 내에 퇴적하여 부식 등 부차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수처리능력 향상…가능성 열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1995년 6월 수질을 악화시키는 주방용 오물 디스포저의 유통 및 사용을 금지하는 고시를 발표했고,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디스포저가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디스포저는 주방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의 신속한 처리를 보장하고,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원천적인 발생을 방지한다. 또 쥐나 파리, 바퀴벌레 등과 같은 각종 해충의 번식을 방지하고, 식기 세척과 음식물쓰레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뿐만아니라 조리시간과 설거지 시간이 단축됨과 동시에 별도의 쓰레기 용기를 두지 않아도 되고, 쓰레기의 수거에 수반되는 인력과 비용이 절감된다. 최근에는 디스포저 사용 시 우려되는 하수처리시설이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10㎎/L 이하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하수처리시설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불량한 하수관거도 꾸준히 정비되고 있다.

주부들은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등 음식물쓰레기가 초래하는 불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끊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러한 불편과 하수처리 여건의 변화가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디스포저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부정적 환경영향 최대한 줄여 사용

디스포저는 음식물쓰레기의 분리보관과 분리배출에 따른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편리한 기구지만 디스포저의 사용은 전통적인 자원화 사업과 일정부분 경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디스포저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적어도 예상되는 부정적 환경영향이 철저하게 예방되는 조건에서 사용돼야 한다.

하수도가 수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 디스포저를 사용할 때는 적정 성능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제작자는 소음과 진동이 적은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자는 늦은 밤의 사용 등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시간에 디스포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디스포저 도입 시범사업을 할 경우, 디스포저만 설치하는 경우 가구 당 약 50만 원, 공동주택에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경우는 가구 당 200만 원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고 사용과정에서도 전기사용, 물 사용에 따른 운영비가 별도로 소요된다.

 

‘디스포저 사용허가제’ 도입 제안

디스포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디스포저 사용허가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즉, 디스포저를 설치코자 하는 자는 지정된 절차에 의해 관할 관청에 의해 신청하고 설치와 사용이 이뤄지는 체계로 뉴욕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한국형 디스포저 개발이 필요하고, 동시에 디스포저 분쇄 오수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디스포저 전용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개발이 필요하다. 즉, 질소를 제거하기 위해 생물학적 질활탈질법이 도입된 맞춤형 정화조가 개발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으로 하수도정비형태 중 합류식관거인 경우 반드시 정화조를 설치해야만 하는 규정에 따라 전국적으로 엄청난 수의 정화조가 지하에 묻혀 있다. 이런 오수정화시설은 분뇨와 음식물쓰레기 디스포저 오수처리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즉, 이를 이용해 분뇨와 음식물쓰레기 분쇄 오수를 동시에 처리하는 개인 하수처리시설을 개발하는 것이 디스포저 사용에 있어 사용자의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고 토지자원의 절약에도 기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와 디스포저』는 지난 2월10일 출간돼 전국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문의 = 031-955-8787 / 가격 1만2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