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 갈라파고스 / 364쪽 / 18,500원 

우리가 SNS에서 누른 ‘좋아요’는 정확히 어떤 경로를 거쳐서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는 걸까? 인터넷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무국적의 공간일까? 스마트폰부터 모뎀, 해저케이블과 데이터센터까지 ‘좋아요’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상현실인 줄로만 알았던 디지털 세계가 사실은 육중한 물리적 실체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인간의 육체를 물질의 무게로부터 해방했다. 지갑 없이도 결제할 수 있으며 1천 권의 책, 1만 장의 사진, 계속 확장되는 검색엔진에 접근이 가능하고 챗GPT 같은 인공지능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일상 속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두 손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혁신이자 페이퍼리스와 같이 ‘환경 친화적’인 실천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러나 정말로 종이 책 대신 전자 책을 보는 게 더 지구에 이로울까?

이 책은 ‘좋아요’가 지나는 경로를 추적하며 디지털 세계를 구성하는 거대 인프라를 탐사해나가는 동시에 이를 소유하기 위해 기업과 강대국들이 벌이는 영유권 전쟁의 실상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더 많은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이 ‘좋아요’를 누를 것이며, 지구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갈 것이다. 이에 저자는 디지털에 대한 우리의 인식 체계를 재편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새로운 실천을 제안한다.

[『워터저널』 2023년 5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