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 명 호 환경부 수도정책과 서기관

2010년도에 정의된 ‘물산업 육성 전략’에 따르면 물산업은 생활·공업용수 등 각종 용수의 생산과 공급부터 하·폐수의 이송 및 처리까지 이와 연관된 산업 전체를 총칭하는 용어로, 세부 분야로는 △상수도 △하·폐수처리 △재이용 △먹는샘물 △해수담수화 사업 등이 포함된다.

영국의 물산업 전문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서는 물산업을 먹는 샘물, 농업용수, 홍수조절, 생태 등의 분야를 포함하지 않고 △담수의 처리 △급·배수 △하수의 차집 및 처리에 관련된 재화와 용역 △산업용·폐수처리 △용수 관련 수자원 개발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세계 물시장 연간 4.9% 고성장 예상

세계 물시장을 분야별로 분류하면 상수 분야는 전체 물시장 중 46%(2천584억 달러), 하수 분야는 40%(2천207억 달러), 산업용수 분야는 9%(528억 달러), 수자원 분야는 5%(249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물시장 전체 규모 중 투자와 운영의 비율은 각각 약 38%, 62%로 신설 및 개·대체 사업보다 기존시설의 운영 및 수선·유지비용이 2배 가량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물시장은 연평균 4.9%씩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되며, 2030년까지 교통·통신·전기·물을 비롯한 4대 사회기반시설 중 가장 큰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 중 장비·부품시장은 전체 물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멤브레인을 이용한 수처리시장은 연간 20%씩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

국내 물시장은 연평균 2∼4%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상수 분야는 현재 보급률 포화상태로 인해 정체할 것으로 보이나 하수 분야는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국내 물기업 중 70% 이상은 직원수 10명 이하의 영세기업으로 해외에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은 4.3%에 불과하다. 해외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4개 업종은 펌프·밸브·멤브레인·배관(파이프) 등으로 모두 장비제조업체라는 특징이 있다.

▲ 대전 K-water 연구원에 설치된 정수처리 실증플랜트.

물산업 특징의 키워드(Key-word)는 공공 분야, 가치사슬(Value chain), 통합관리(Total solution), 경쟁심화 4가지로 요약된다. 물산업의 사업주체는 지자체 및 공기업 등의 공공기관으로 민간기업은 공급자 역할을 담당한다. 자국기업 보호의 특징을 지니며 보수적인 구매가 이뤄지고, 까다로운 인증 등이 필요한 대표적인 규제 시장으로 꼽혀 신기술 및 신제품의 진입장벽이 높다.

물산업은 제조·건설·서비스의 전후방 프로세스로 연관되어 있으며, 토목·기계·화학·전자·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 및 연계된 가치사슬 형태를 이루므로 집적화와 협업이 필요한 클러스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물산업의 추세는 단순히 부품 제조를 벗어나 수출 영역이 확장되어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DBO(Design Build Operate), BOT(Build Operate Transfer), 턴키(Turn-key) 등 토털솔루션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이에 걸맞는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의 배출이 필요하다.

물산업 내에서의 기술 평준화가 경쟁의 심화를 야기함에 따라 시공역량과 운영능력, 금융조달을 모두 아우르는 파이낸싱(Financin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술개발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킹, 파트너십 구축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역량을 집중해 물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선진·신흥국 사이 ‘넛 크래커’로 고전

국내 물산업의 강점은 △플랜트 건설 및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 △물 관련 R&D 사업추진 등 기술개발 및 연구인력 성숙 △세계수준의 IT 기술력 확보 및 부품·장비분야 경쟁력 등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담수화 기술력은 세계 1위로 꼽히고 있으며, 하·폐수고도처리 및 지능형 상수도를 개발하는 등 R&D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아울러 뛰어난 IT기술을 계측기, 정보 시스템 등 연관기술과 융합한다면 펌프, 밸브, 파이프, 막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도 유망하다.

다만 상·하수도 인프라가 이미 완성단계에 있어 내수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고, 대부분의 국내 물기업이 10인 미만의 소기업으로 물산업 활동주체 간 네트워크가 부족해 물산업 구조가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물산업의 입지는 물산업 선진국 대비 기술경쟁력이 떨어지고, 후발국 대비 가격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으로 선진국 및 신흥국 사이에서 ‘넛 크래커(Nut-cracker)’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다국적 물기업의 세계 물시장 선점이 고착화되고 신흥 물기업이 등장해 빠르게 성장하는 등 물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각 국가의 자국 물기업 보호·육성정책도 우리기업의 진출에 방해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 및 불확실성의 증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도 위협적인 요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인구증가 및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 물수요와 관리 필요성이 증대해 세계 물시장이 연평균 4%씩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우리 물산업에 있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국내기업의 해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대외적인 국가 신임도 개선되고 있어 국내 물기업의 해외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물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고 첨단·원천기술 개발, 국내시장 사업화 성공, 해외 물시장 진출을 통한 국내 물 인프라의 첨단·효율화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추진 과제는 크게 △물산업클러스터 구축 △물산업협의체 구성 △신시장 발굴 및 활성화 등 3가지로 거점구축부터 협력·지원, 제도개선까지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특정 산업의 가치사슬 내에서 상호의존적인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의 지식창출기관, 컨설턴트 같은 중개기관 등이 상호 연계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일정 지역에 입지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대구시에 구축될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기술검증 테스트베드(Test-Bed)로서 중소기업 지원 및 해외진출 등을 위한 물산업 지원체계를 강화해 물 관련 중소기업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 싱가포르 PUB 실증플랜트.

하이플럭스, 7년간 매출 6배 성장

해외에서 물산업클러스터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는 싱가포르의 하이플럭스(Hyflux) 사례가 있다. 하이플럭스는 싱가포르의 물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매출액이 2006년 기준 9천300만 달러에서 2014년 5억2천500만 달러로 성장해 7년간 무려 6배의 성장을 보인 바 있다. 싱가포르 물산업클러스터는 극심한 물부족 및 물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으로 추진됐으며 비전 제시자, 시스템 통합자, 전문공급자가 주요 3대 주체로서 역할을 했다.

비전제시자는 곧 정부로 기술개발부터 인재 공급, 비전 제시까지 강력한 물산업 육성의지를 실현했다. 시스템 통합자는 PUB와 하이플럭스 등 기술을 수요하는 기관으로 신기술의 촉진과 구매를 담당했다. 전문공급자에는 클러스터에 입주한 29개 글로벌기업과 300개의 협력업체가 속하며, 부품·기술·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싱가포르 물산업클러스터는 수자원공사 격인 PUB가 운영하는 전국의 수자원 및 수처리시설을 분산형 테스트베드 형태로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은 해당 테스트베드 내에 시험시설을 설치해 기술검증 및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구축됐으며 이를 통해 유기·협력적인 물산업 진흥개발이 이루어졌다.

▲ 하이플럭스는 싱가포르의 물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매출액이 2006년 기준 9천300만 달러에서 2014년 5억2천500만 달러로 성장해 7년간 무려 6배의 성장을 보인 바 있다. 사진은 하이플럭스가 운영중인 싱가포르 최대 규모 해수담수화시설인 투아스프링(Tuaspring) 플랜트.

미국 내 물산업클러스터 총 15개 운영

일본 키타큐슈(北九州)에도 소규모 특정기술 개발에 특화된 테스트베드 성공모형 사례가 있다. 타라이(Taray), 히타치(Hitach) 등 일본 주요 멤브레인 기업들과 경제산업성 산하기관(NEDO), 키타큐슈 자치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해외 수출용 막소재, 펌프, 저에너지형 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운영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미국에는 총 15개의 물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 클러스터는 기업과 기관이 손쉽게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공유할 수 있어 혁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연구자 간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시장으로 유도하는 기술개발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관리기관으로부터 시범연구를 위한 파트너 및 테스트베드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음으로써 신기술 적용을 유도할 수 있다.

한편, 클러스터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정부기관으로서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클러스터의 직·간접적 지원을 도맡으며 △정책·규정 연구에 대한 기업 및 이해관계자 교육 △환경적 도전과제 제시 △새로운 기술의 승인인증표지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연구자금 조달 △물클러스터 간 협력 주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하나의 사례로 ‘네덜란드 물협회(Water Alliance)’가 있다. 2010년 처음 시작된 물협회는 물기술과 관련된 공공 및 기업, 정부, 연구소 간 클러스터 및 협력체계로 1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20개 유럽 대학이 참여했다. 클러스터 지원 시스템으로는 물기술 분야의 물리적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워터캠퍼스와 세계적인 물기술연구소인 서스(wetsus), 물산업 응용연구 및 제품개발 실험실인 CEW 등이 구축됐다.

한편, 국내에 조성된 산업 클러스터 중 성공적인 사례는 대표적으로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구축된 반도체클러스터가 있다. 아산 탕정 클러스터의 3대 성공요소는 △네트워크 파트너십 △기술기반 △혁신 및 R&D 역량이 꼽힌다. 클러스터의 혁신주체인 정부·삼성전자·협력사 간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일류기술 개발을 넘어 품질혁신과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었으며, 클러스터 내에 1천여 명의 우수기술자를 입주시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 역량까지 확보했다.

이들 국내외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의 3대 주체는 정부(환경부) 및 물융합 연구동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비전 제시자와 K-water 및 수도사업소, 업계 선도기업으로 구성된 시스템 통합자, 마지막으로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으로 구성된 전문공급자로 구성될 예정이다. 아울러 네트워킹 및 기술기반과 R&D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클러스터 내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테스트베드, 기술지원센터, 워터캠퍼스 등 다양한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 물산업클러스터의 주요 목적은 민간기업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기술개발부터 실증 및 모형실험, 마케팅 및 해외진출까지 전 주기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과의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물·에너지·환경을 접목하는 ‘복합 클러스터’로의 발전기반을 마련한다. 국가산업단지 유치업종은 차세대 전자·통신, 첨단기계,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구성되며 물·에너지·환경의 융·복합 기술개발에 유리하게 적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R&D부터 해외진출까지 전주기 지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64만9천㎡(약 20만 평) 규모의 부지에 조성될 예정으로 실증화시설(테스트베드) 및 물산업 진흥시설의 기본계획 대상 외에 기업집적단지 및 상용시설 등 별도대상은 대구광역시에서 주관한다.

주요 시설로는 △물융합 연구동·워터캠퍼스·비즈니스 센터를 포함한 물산업 진흥시설 △기술검증을 위한 물산업 실증화시설 △물기업 유치를 위한 물기업 집적단지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대구광역시 주관으로 지역집적단지와 상용시설, 정수장, 하수처리장 등의 시설이 함께 구축될 계획이다.

물산업 진흥시설은 △입주기업의 기술개발 △국내외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해외지원 진출 △국내외 검·인증 지원 △벤처 창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인 지원 기반시설로 물융합 연구동, 워터캠퍼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가 포함된다.

물융합 연구동은 학계 및 기업을 위한 연구공간으로 공영·기업실험실을 제공해 물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워터캠퍼스는 물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산업 연계의 창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으로 기업인·교수·학생 등을 위한 복합적 업무가 수행된다.

국제 정보교류 및 수출지원 등 물산업 국제 비즈니스를 위한 행정지원 공간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는 클러스터에서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고 해외진출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해외 물산업 정보수집·유통·특허지원 등 관련 전문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물융합 연구동·워터캠퍼스·비즈니스 센터를 포함한 물산업 진흥시설, 기술검증을 위한 물산업 실증화시설, 물기업 유치를 위한 물기업 집적단지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사진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감도.

모형·실증·종합관망실험 구분 운영

실증화시설은 실증플랜트, 모형실험, 종합관망시험구역으로 구분된다. 실증플랜트구역은 모형실험구역에서 완성된 기술의 실규모 검증을 하는 곳으로 부품·장치·약품 등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 및 공정의 실규모 성능시험을 하게 된다. 이 곳에서는 환경기술검증제도의 국제표준화 및 국내 신기술 검·인증과 내수용 실적확보뿐만 아니라 모형실험구역에 필요한 공정수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모형실험구역은 기업이 소규모로 자유롭게 장치 및 공정을 설치해 기초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업이 개발하는 기술에 대해 완전한 프로세스 모델 수립이 가능하다. 수처리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 자립화, 기후변화 대응, 자원화, 악취처리 등 다양한 실험을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원수, 부지, 건축물, 전기, 공정수 등 기술개발에 필수적인 시설이 제공된다.

종합관망시험구역은 단기적으로는 관망 운영 및 유지관리 기술개발을 위한 공간으로, 장기적으로는 밸브·파이프·계측기 등 관망을 구성하는 설비의 성능시험 및 제품규격 인증과 관련된 시험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정수·하수·폐수 등 테스트베드 제공

이 외에도 대구광역시 6개 정수장 및 7개 하수처리장, 5개 폐수처리장이 클러스터에서 분산형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계획이다. 테스트베드는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시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처리장 옆에 구축될 예정으로 정수·하수·폐수·물재이용 등 4개 분야로 구성된다.

정수장에서는 오존공정제어, 응집제, 배출수처리시설, 맛·냄새 제거, 막여과 공정, 고도처리공정 등의 기술개발이 주로 이뤄진다. 하수처리장은 바이오가스에너지화, 유효자원회수, 슬러지가용화, 총인(T-P)처리시설, 색도 제거, 음식물쓰레기폐수처리, 멤브레인, MBR 등의 기술개발에 활용되며, 폐수처리장에서는 인(P) 회수, 고도산화, 생물막기술, 고도처리, 응집제 및 활성탄, 여재 및 하부집수장치 등의 기술이 개발될 예정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세계에서 우리 물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업으로, 성공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산·학·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