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0년 12월호 특집 기사]

 

 

 

수도요금 격차 해소·현실화 시급
우리나라 수도사업, 재정 악화로 현 상태 운영에만 ‘급급’
현행 요금체계 원가보상만 강조…미래 투자재원 확보 소홀
 
 

▲ 김길복 한국수도경영연구소장

우리나라 수도요금은 낮은 요금 현실화율에 따른 악순환으로 적정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총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수준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유수율 제고나 음용수의 수질개선을 위한 배관망 교체 등에 투자할 적정한 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에 수도요금의 현실화는 물 수요 관리를 위한 정책 수립과 수돗물 품질 향상을 위한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수도요금 및 원가에 대한 인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수도요금 원가산정은 지나치게 원가보상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즉, 자기자본 보수 산정 시 시설분담금, 원인자부담금, 공사부담금, 재평가 적립금을 요금 기제(rate base)에서 차감 항목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수도사업자가 부담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자기자본 보수를 지나치게 기회비용 측면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요금 기저에서 국고보조금을 차감하자는 주장도 역시 원가보상 측면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수도요금을 지나치게 총괄원가라는 ‘원가’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은 수도사업이 갖는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미래 투자재원 확보 측면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도사업은 현 상태를 운영하는 데만 급급하게 되는 재정수준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있다.

 

회계투명성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지방상수도 요금 산정 요령’,‘지방공기업 결산지침’에 의하여 요금 및 회계처리가 이루어지나, 이 방식은 지방 직영기업에만 적용되고, 기타특별회계는 적용이 쉽지 않아 수도요금 총괄원가산정 및 재무제표작성이 곤란하다. 또, 회계담당 공무원의 비전문성에 따른 회계처리 왜곡 및 부적절한 적용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수도요금원가산정에 어려움이 있다.

상수도 생산 및 하수처리와 관련된 비용이 다양한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현 수도요금은 이러한 다양한 물 흐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원가보다 매우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공기업 자체도 특별회계가 아닌 일반회계 등에서 집행되는 상하수도관련 비용 및 투자비를 반영하기 곤란한 시스템이다.

요금 결정체계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총괄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수준으로 인해 유수율 제고나 음용수 수질개선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 어려워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액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총괄 원가의 주요 요소인 투자보수율이 외국에 비해 낮고, 전국적으로 6%로 통일되어 있어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상존한다. 또한, 단체장, 물가대책위원 및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동기와 수도사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요금인상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낮은 공정 보수율에 따라 기업유지원칙이 약화되고 있다. 현행 공정 보수율은 정기예금금리를 적용하여 무 위험 자산에 가까운 금리(6%)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정율의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상하수도 사업은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교체개량·신규투자에 대한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며, 공정 보수율이 적정 수준에 결정하지 못하면 상하수도 사업의 기업유지원칙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업종체계와 현실과 맞지 않는 누진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업종체계는 2∼5종형으로 차등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업종의 업태는 조례에 일일이 열거하여 지정하기 때문에 신규 업태 발생 시 신속한 적용이 어렵고, 자의적 판단에 의해 업종이 정해지는 문제가 있다.

또, 현행 누진체계는 실제 평균 사용량을 고려하여 단계를 설정한 것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단계를 설정하여 목표로 하는 절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수도사용의 낭비와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있다.

누진체계 실시근거는 물의 다량 사용에 대하여 높은 요율을 적용함으로써 절수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나 현재의 누진단계 기준이 가구당 평균 사용량과 차이가 많아 누진요율에 의한 절수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업종별 평균사용량에 대해 실제 사용량과 상관없이 단계별 톤당 기준이 임의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각 단계에 적용되는 가중치 또는 설정의 합리적인 근거가 미약하거나 없는 상황이다. 누진요율제의 경우, 상하수도 요금 조정 시 사용구간의 설정이나 구간별 요금인상율 결정시 정책당국자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또한, 요금을 부과하는 업종 중 가정용 비중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가장 낮아 가정용 공급에 따른 원가가 비가정용으로 전가되는 상황에 있어 누진체계에 따른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비하다.

▲ 지자체간의 수도요금 격차는 통합과정에서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자자체에게는 급격한 요금인상이 발생하게 되며, 원가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에는 원가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요금 및 원가 상승 지자체에게는 손실분에 대한 일정부분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도요금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째, 원가 시스템 재조정이 필요하다. 수도요금을 원가보상 측면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 등 미래투자에 대한 비용확보 측면에서 볼 것인가? 현재의 수도요금체계는 지나치게 원가보상측면만 강조하고 있어 수도사업이 갖는 미래 투자재원 확보 기능이 약화되어 있다.

따라서 자기자본 보수 산정 시 요금 기저에서 차감하고 있는 각종 부담금(시설, 공사, 원인자)과 재평가적립금을 차감하지 않도록 하며, 자기자본 보수가 갖는 본래의 기능, 즉 미래 투자재원 확보 기능을 되살려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전년도 집행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원가산정 방식을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처럼 미래, 즉 향후 3∼5년간의 투자계획을 반영하여 원가를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외 미래투자 재원확보를 위한 원가구조상 별도항목 신설을 검토하고 수도요금에 대해 원가보상측면보다는 선진국처럼 ‘받아야 하는 수익(Revenue Required)’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업종 통합 및 누진체계 개선을 들 수 있다. 업종 통합으로 기존의 3∼7개의 업종구분을 1∼2개로 업종을 단순화함으로써 기존의 수도요금체계가 갖고 있는 요금의 형평성 문제, 자의적 업종구분의 모호성, 열거주의 업종구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현실에 맞는 수도사용량의 누진구간을 설정함으로써 요금부과체계의 합리성 및 행정비용의 절약이 가능하다.

▲ 상수도 요금의 경우, 깨끗한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반 사회적 비용, 물의 본래적 가치반영, 기타 환경적 비용을 계량화하여 상수요금 원가에 반영하고, 일반회계에서 집행하고 있는 하천 정비사업, 상수원 보호구역에 대한 제반 집행액 등도 반영해야 한다. 사진은 강원도 태백·정선지역 식수원인 광동댐.

 
“수도사업통합으로 요금격차 해소를”

셋째, 수도사업 통합에 따른 지역간 형평성 추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도서비스는 지리적 여건이나 수원확보 여부 등에 따라 보급률, 요금수준 차이가 발생한다. 지역별 격차는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요인으로 지역간 수도통합을 통해 사회 전 계층이 동등한 요금수준의 서비스를 수혜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상수도는 국가에서 일정 부분 책임을 짐으로써 지자체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지자체간의 수도요금 격차는 통합과정에서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자자체에게는 급격한 요금인상이 발생하게 되며, 원가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에는 원가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요금 및 원가 상승 지자체에게는 손실분에 대한 일정부분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하수도 요금 원가산정방식은 회계처리원칙상 역사적 원가주의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과거 20∼30년 전 투자된 투자비를 기준으로 감가상각비(減價償却費) 산출과 자본비용을 계상하고 있어 실제 재구축비 확보는 불가능한 구조이다.

어느 시의 경우 1987년 정수장 시설비가 80억 원이었으나 현재 재구축계획상 480억 원이 소요되어 외부차입금으로 신설했다. 이는 현재의 총괄원가 산정이 과거 80억 원 기준으로 산정되었기 때문이다. 자산재평가를 하더라도 2009년 현재 144억 원 밖에 되지 않아서 역시 재구축비 확보는 어렵다. 이에 상하수도 요금의 재구축비 확보를 위한 원가구조의 대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째, 요금현실화를 강력히 추진, 효율적인 물 수요 관리 도모 및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낮은 수도요금은 물의 과소비를 유발하여 물 부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물 부족 국가로 1인당 물 사용량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요금현실화는 효율적인 물 수요 관리 정책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으며, 적정요금 부담에 따른 향후 투자재원 확보도 가능케 한다. 저렴한 수도요금은 기존 차입금의 상환과 운영 유지비 확보도 어려워 신규 투자비 대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재원 부족액을 모두 차입금으로 조달할 경우 미래의 수요자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되어 세대간 비용부담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다섯째, 공정보수율 결정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정보수액은 경영성과에 대한 보수이나 지자체별로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간 여건에 따른 형평성을 저해하게 되며, 규모가 작고 재정이 열악한 수도사업자는 원가에 턱없이 모자라는 요금을 회수하게 된다.

투자보수율은 수도사업의 계속성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준비자금 개념인데 현재의 실질투자보수율로 선정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은 낮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나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한 개념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기본 비율에 수도사업자의 수도시설 규모, 생산량, 서비스 수준, 물 절약 정책, 경영효율성 등 다수의 변수를 이용하여 공정보수율을 조정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이 재무성 증권의 기본이자율에 10여 개의 변수, 즉 경영성과, 재정여건, 시설규모, 서비스수준에 따라 자동 조정하는 인센티브 공정보수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비용구조가 도입돼야 한다. 즉, 원가에 자원 및 환경적 비용(환경세) 등을 반영하여 요금을 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상수도 요금의 경우, 깨끗한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반 사회적 비용, 물의 본래적 가치반영, 기타 환경적 비용을 계량화하여 상수요금 원가에 반영하고, 일반회계에서 집행하고 있는 하천 정비사업, 상수원 보호구역에 대한 제반집행액 등도 반영해야 한다. 또 하수도 요금의 경우, 일반회계에서 집행되고 있는 각종 하수관거 유지보수비 등을 하수원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