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0년 12월호 특집 기사]

 

 

 

지자체 수도사업 적자 매우 심각

시설 노후·원수 악화 대응 미흡으로 수질 불안정…수도서비스 개선 한계
지역별 수도요금 편차도 현실화 걸림돌…유역별 수도사업 통합관리 시급 
 
 

▲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발생이 심각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그 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물이다. 그러나 물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에너지가 없어도 고통을 받지 않으나 물이 없으면 목숨까지 위태롭다. 앞으로 만년설이 녹아 내려 호수가 마르게 되면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이제는 물을 쉽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고,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수질은 해외 어떤 나라에 비교해도 좋은 편이다. 유럽에서는 비싼 수도요금을 내지만 워낙 원수가 나쁘기 때문에 물을 그냥 먹는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먼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 수도요금 현실화 문제이다. 지난 10월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김건호 사장은 의원들의 “4대강 재정난 타개를 위해 물 값을 인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4대강 사업은 물 값과 관계가 없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인상은 물론이고 다른 이유에서도 현재 물 값 인상 계획을 세운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이로 인해 수자원공사는 물 값을 인상하기 어려워졌다.

 

물 값은 현실화가 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실화를 했기 때문에 1998년 4조 원에 육박하던 지방상수도의 부채가 10년이 지난 2008년 1조1천억 원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규모는 자본수입이 5조2천억 원이나 이월금 1조6천억 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월금을 제외하고 실제로 요금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3조6천700억 원 정도라 할 수 있다. 국고지원 등 보조수입이 7천500억 원, 기채 1천억 원 수준이다.

이 돈은 공사비 1조8천억 원, 유지관리비 2조3천400억 원, 원리금 상환 3천500억 원, 이월금 1조6천600억 원으로 지출된다. 즉, 전체규모는 약 4조5천억 원 규모로 요금을 1%로 올리면 4천500억 원 가량 이익이 난다. 전체 규모 중 보조수입 및 기채가 8천500억 원으로 20%는 빚을 내고 있는 상태이다.

각 지자체마다 부채를 지고 있는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한마디로 현재 수도사업자는 거지라고 불릴 정도로 적자가 심각하다. 적자는 일반회계에서 전입을 하거나 빚을 내서 충당하기에 당장 운영에 근근히 연명하는 처지에 불과하다. 

가계로 생각하면, 300만 원 지출을 해야 하는데 벌어들이는 돈은 200만 원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빌린 100만 원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 가기 때문에 집에 벽지가 낡았다고 고치기 힘들고 지붕에 물이 새는 데도 보수하기 어렵다. 

▲ 정수시설이 노후화로 원수악화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고, 수질 불안정으로 간혹 수질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관망은 낡아서 누수가 많이 되고 있지만 재정이 열악해 고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열악한 지자체 생산원가 높아

이로 인해 정수시설은 노후화되고 원수악화 대응은 미흡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질불안정으로 간혹 수질사고가 발생하고, 관망은 낡아서 물이 새는 데 그것을 다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냥 간단한 조치로 넘어가는 것이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물을 100톤만 공급하면 되는데 200톤을 강에서 끌어온다. 100톤은 누수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수생태가 위협을 느끼게 되고 에너지는 낭비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일수록 생산원가가 높으나 높은 수도요금에도 불구하고 부채 누적(2007년 1조3천272억 원)으로 재투자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수도시설의 중복투자, 시설 간 연계 미흡으로 국가적인 낭비요소도 존재한다. 수도시설 가동률(68%), 누수율(2008년 12.2%) 측면에서 영세화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중복 투자와 누수 손실액이 각각 약 3조7천억 원과 5천614억 원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유수율 제고, 노후 정수장 개선, 지역간 불균형 해소 등의 정책목표 달성과 재원의 효율적 투자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상수도 부문 재원투자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요금을 100% 현실화하면 이 문제들이 해결될 것인가? 요금 100% 현실화는 미래에 투자할 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발상이다. 현재 수도생산비용에는 관망 개선, 노후정수장 개선 등 정상적인 수도사업 운영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 상황이라면 100% 수도요금 현실화한다는 것은 현상유지 이하의 상황을 예고하며, 개선을 위해서는 더 많은 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좋은 수질로 수도요금까지 저렴하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구심을 덜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이것은 수도사업자의 문제이자 소통의 불충분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은 비싼 돈을 내도 수돗물을 먹는 물로 이용하지 않는다.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생수를 사먹는 게 현실이다. 독일 2천241원/톤, 일본 1천590원/톤으로 GDP 대비 수도요금은 선진국의 1/2이하이며, 가계소득 중 수도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의 42∼62%수준이다.

1인달 한달 수도요금은 서울시의 경우 2천223원에 불과하다. 20% 인상한다고 하면 445원 정도가 오르는 것이다. 이는 아이스크림 반값에 불과하며, 부담이 될 비용은 아니다.

 

원수오염은 증가하고 수질기준은 강화되고 있다. 1990년대에 수질기준 항목은 28개였으나 현재 58개로 굉장히 많이 늘었다. 수도사업자는 최고의 수질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처리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수도요금의 인상요인이다.

“먹는 물을 생수, 정수기 쓰는데, 그렇게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가”,“고도 정수처리한 수돗물을 화장실에 쓰는 것이 말이 되나”“수돗물 먹지도 않는데 지금도 비싸다. 수도요금 올릴 생각하지 말고 유지해라”등의 의견들이 있다.

수도요금 현실화가 불가능하게 되면 노후시설 개선이 지연되고, 관망개선 불과는 물론 지속적 악화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누수 증가 및 적수출현 △노후 정수장으로 인한 탁도악화 △미량물질 제거 난망 △맛·냄새 발생 등의 피해를 초래한다.

가정의 하루 사용량은 하루 190L인데, 마시는 물은 2L에 불과하다. 정수기 및 생수 사용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세탁, 샤워, 식기세척, 음식물 장만 등 부엌용수, 청소용수는 수질과 무관한가? 더러운 물로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생수를 사용할 것인가? 또, 식당, 사우나 등 영업용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 164개의 소규모·영세 지방상수도 사업자를 약 30개 광역 관리 체계로 전환토록 지원하고 생산·공급 효율성 제고, 중복 방지, 조직 슬림화 등으로 지방정부 수도사업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진은 뚝도정수장 전경.

수도요금 현실화에 대한 문제는 지역별로 수도요금이 상이하며, 태백, 정선 등 현실화로 인한 요금인상이 가계에 부담이 되는 지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현실화 시에 생계지원 대상, 차상위층의 부담이 증가된다.

이에 유역별 수도사업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인상되는 수도요금으로 산간지역의 고가 수도요금을 지원이 가능해진다. 먼저, 상수도사업의 규모의 경제를 고려, 수도사업 통합을 통한 광역화로 경영효율성 제고와 수도서비스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164개의 소규모·영세 지방상수도 사업자를 약 30개 광역 관리 체계로 전환토록 지원하고 생산·공급 효율성 제고, 중복 방지, 조직 슬림화 등으로 지방정부 수도사업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급수체계 조정만으로도 453만4천 톤/일의 신규 설치가 불필요하고 3조565억 원의 절감이 예상(‘급수체계 조정 기본계획’ 연구용역, 2006년 12월)되는 만큼 이를 위해 상수관망 선진화 등에 대한 국고 지원의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돗물은 생활용수로서 항상 최고의 수질을 유지해야 한다. 수도사업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노후시설 개선과 수도서비스 개선에 한계가 있다. 이에 지속 가능한 수도사업을 위하여 개선사업을 고려한 100% 현실화가 필요하다.

수도요금 20% 인상은 수도사업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비용은 아이스크림의 1/2, 커피 1잔의 1/2, 생수 500mL 1병 수준으로 대부분의 가구에 용납되는 비용이다. 단, 수도요금의 지역별 편차가 현실화에 있어 걸림돌이다. 이에 유역별 통합관리가 필요하고 인구밀집 도시와 소규모 산간 읍·면의 수도요금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보호 대상과 차상위층에 대한 수도요금 감면 또는 경감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