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시민 입장에서 본 수돗물 값 평가 / 이정수 녹색미래 사무총장
11월 1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는 (사)대한상하수도학회(회장 김영관 강원대 교수)·(사)한국물환경학회(회장 고광백 연세대 교수) 공동주최로 ‘우리나라 수돗물 값 적정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적정요금 통한 투자재원 마련 필요
품질 향상 위해 요금인상 불가피…생산·공급과정 시민참여 제도화 시급
누수 개선·중복기능 통합·지역간 시설연계 운영 등으로 원가 절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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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수 녹색미래 사무총장 |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여전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2달에 걸쳐 서울시에 거주하는 25∼64세 주부 7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수돗물 음용율 향상을 위한 신뢰도 및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결과가 전 국민의 의견이라고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수돗물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것이기에 다른 조사들보다는 신뢰도가 높다고 본다.
시민들은 수돗물에 대한 자유 연상 이미지로 △아리수 △고마움·편리함 △낡은 수도관 △염소 △한강 등을 떠올리고 있었다. 생활용수로서의 수돗물은 생활에 편리하고 고마운 느낌인 반면, 낡은 수도관, 염소 냄새 등의 부정적인 연상으로 인해 음용수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염소가 있어서 음용이 가능하다”,“선진국에선 염소냄새가 나지 않으면 물을 안 마신다”,“몸에 들어가면 안 좋은 걸 유발한다”, “사실 염소는 독극물이다”,“약품냄새가 나는 것이 싫다”,“수돗물이 깨끗하다고 해도, 거쳐서 오는 배관 자체가 과연 정말 깨끗할까”,“과거에는 녹물이 나왔지만 요즘은 녹물 나오는 곳이 거의 없는데도 수도하면 녹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등 기존의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존재하지만, 국가적 수준의 관리 및 그로 인한 편익을 연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수로서 아리수 신뢰도 약 47%
수돗물 불신의 이유로는 △막연히 불안(45%) △물맛이 나빠(5%) △냄새가 나서(26%) △언론보도(6%) △녹물(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수를 식수로 이용하는데 있어 경제성 측면과 원하는 때에 쉽게 마실 수 있는 편리성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된 반면, 물탱크·낡은 수도관의 문제로 녹물 등 이물질에 대한 걱정과 한강 상수원 오염 불만 등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수로서 아리수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는 전체의 약 47%정도로 조사됐다. 아리수를 식수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수도관·물탱크 등에 대한 관리 소홀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이물질, 약품냄새 등에 대한 걱정 순으로 나타났다.
비음용자를 대상으로 수돗물 음용 의향을 묻는 대답에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 정도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음용을 위한 개선점으로는 물탱크 관리(28.8%), 수도관 교체(22.9%), 수질전문가의 지속적 수질관리(22.1%) 등을 꼽았다. 시민들은 정수과정보다는 가정으로까지 운반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사결과, 시민들의 수돗물에 욕구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공급·수질 기준을 준수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 건강하고 맛있는 물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수시설 개량, 정수처리기술개발, 원·정수 수질관리, 배·급수 관리, 고도처리가 시급한 시점이다.
상수도관리 이원화, 예산낭비 우려
현재 상수도 공급 체계는 광역상수도(국토해양부·수자원공사)와 지방상수도로 관리가 이원화되어 있다. 광역상수도는 수자원공사가 개발한 원수 또는 정수를 시·군 경계까지 공급, 이후 사용자에게 용수공급과정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으며, 지방상수도는 지자체가 자체 취수원이나 댐 원수를 직접취수, 또는 광역상수도 원수를 공급받아 정수처리하여 사용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수도 관리기능 이원화는 중복투자를 야기 시켜 예산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
수도사업 구조는 연간 10조 원 규모(GDP의 1.3%)의 자본집약적 정치산업으로 164개 행정구역별로 분할되어 있다. 행정구역별로 사업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지역별 독점체제, 지자체 공무원 조직원 직영체제의 성격을 띄고 있다. 164개 지자체 중 112개가 지방공기업(직영)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18개 지자체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운영 중이다.
전체인구 92.1%인 4천605만 명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으며, 1인당 하루 급수량은 340L로, 물 수요관리, 유수율 제고사업 등으로 1996년 이후 지속적 감소추세이다.
지역간 수도원가·요금 차이 심각
수도요금 및 생산원가의 지속적 상승으로 인해 2008년 말 기준 전국 평균요금은 609.3원, 생산원가 730.7원을 기록하고 있다. 2007년에 비해 요금은 0.9% 인상된 반면, 생산원가는 2,1% 인상됐다.
원가에 비해 낮은 요금수준은 수도사업 여건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수도요금은 OECD 국가에서 가장 낮다. 주요국 평균의 1/3수준인 반면 저렴한 물 값 때문에 물 소비량은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지역간 수도요금 및 총괄원가 편차가 극심한 상황이다. 수도요금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정선군으로 톤당 1천442.2원이며, 가장 낮은 지자체는 경북 군위군 톤당 369.0원으로 격차가 무려 4배에 달하고 있다.
총괄원가의 경우 가장 높은 지자체는 임실군으로 톤당 2천703.0원이며, 가장 낮은 지자체는 구미시로 총괄원가가 톤당 413.7원에 불과하다. 특·광역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97.4%로 농어촌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도·농간 수도요금 격차는 3∼4배, 생산원가는 최대 7배에 달한다.
이처럼 지역간 수도원가 및 요금 수준 차이는 △자체 취수원의 존재 유무 여부 △취수원 개발의 용이성 △취수원과 물 공급 지역과의 거리 및 지형적 요건 △수돗물 생산시설의 규모, 개수 및 분포도 △정수처리비용 △수도사업 경영능력 및 재정상태 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요금의 경우 현실화에 대한 단체장 및 의회의 의지 여부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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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돗물의 생산 공급과정에 시민참여를 제도화하고, 수도요금 설정 시 비용회수, 물 서비스 이용수준, 지불 감당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수도사업 통합으로 효율성 제고
지역간 수도요금 편차로 인해 수도서비스 격차도 심각한 상태이다. 특히 영세·노후화로 인한 재정 손실이 심화되고 있다. 먼저 관망 노후화로 인한 누수발생이 심각하다. 2008년 누수율 12.2%, 7억885만 톤이 누수되어 5천17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1998∼2007년 사이 누수량 84억 톤, 누수 손실액은 5조8천억 원에 달했다. 또한 누적 적자 등 재정기반이 열악하여 시설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6천400억 원 적자로 누적 부채가 1조5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광역·지방상수도 중복·과잉투자는 3조7천억 원으로 예산낭비가 추정되고 있으나, 광역·지방 평균 가동률은 50.8%로 시설용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개선하지 않고 수도요금이 싸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수도사업 효율성 제고와 관련 서비스 향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행정구역별(164개 지자체)로 나뉜 상수도 사업 관리체계를 개편해 유역별로 광역화하고 광역·지방상수도를 통합운영하는 한편, 전국단일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누수개선, 중복기능 통합, 지역간 시설연계 운영 등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방안으로 요금과 세금의 적절한 비율을 설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돗물의 생산 공급과정에 시민참여를 제도화하고, 수도요금 설정 시 비용회수, 물 서비스 이용수준, 지불 감당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OECD 국가는 평균 가구소득의 1.4%미만을 물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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