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6월호 특집 기사 / 원문은 파일첨부 참조]

 

 

 

▲ 김 형 수 교수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

최근 멤브레인(membrane)이 활성화되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마치 기존의 모래여과 공법은 나쁘고 멤브레인만이 우수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모래여과 방식도 멤브레인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모래여과 공법은 응집, 침전, 여과 등의 단계별 과정을 거쳐 처리수를 생산하고 각 공정별로 일정한 체류시간을 갖고 있다. 즉, 이를 다시 말하면 어느 한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처리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뜻이다.

 

그런데 멤브레인의 경우 전·후 처리를 생략한다면 원수와 처리수가 멤브레인 하나만을 거치게 되고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리스크(risk) 관리 측면에서 불완전할 수 있음을 뜻하게 된다. 때문에 멤브레인 방식의 경우 완결성 실험을 강조하고 있으며, 테스트에서 도출되는 강도의 범위 내에서 설계를 해야 한다.

 

이렇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상수도 시설에 접근하다 보니 오늘의 주제인 ‘재해 대비 상수도 안전성 확보 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현실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재해를 중심으로 안전성 확보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 [그림 1] 세계 자연재해 발생현황(1975∼2004년)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회 인프라 시설의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이상홍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가뭄빈도 증가는 물론 가뭄의 지속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국부적인 지진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연재해 대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단적으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한 도시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때문에 수도 공급 체계는 우리가 기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생활의 불편은 물론 다른 사회기반 시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빠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경제적 시스템 마비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각종 상수도 시설물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 및 재해대책 마련이 절실하고 시설물 설계 시 입지 기준 및 내진 설계 기준 등 재해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09년 통계 기준 93.5%였으며 대도시의 경우 보급률은 99.1% 이상이었다. 이 중, 초기에 설치된 관망은 노후화로 인해 누수 및 오염 가능성이 있어, 보수와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상수도 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 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안전성을 고려해야 할 시기이다.

 

▲ 지진, 홍수, 폭우 등 자연재해에 따른 상수도 시설물의 피해는 정수장 손실, 관 파손, 상수도 시설물 붕괴, 배·급수 시스템 오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7월17∼18일 강원도 인제군에 내린 폭우로 내린천변에 산사태가 발생, 고사취수장(인제읍 고사리)의 벽과 기계설비가 모두 쓸려 내려가 천장과 기둥만 남아 있는 모습.

상수도 관련 주요 시설물로는 취수시설이 있으며 파이프로 이뤄진 도·송·배·급수시설이 있다. 또, 수질을 변환시키는 정수시설과 기계·전기·계측 설비 등이 있다. 취수 및 정수시설과 같이 건축물로 이뤄진 시설의 경우, 지진과 같은 재해 시 취약할 수 있으며 정수시설 내 계측 및 전기 기기의 경우 누수가 되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주로 배관으로 이뤄진 급수시설의 경우 파손여부 확인 및 보수 작업이 어려우며 사실상 홍수나 지진과 같은 재해 발생 시 그 피해 규모는 매우 크고,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자연재해에 따른 상수도 시설물의 피해를 살펴보면 지진의 경우 관 파손, 전력 손실, 상수도시설물 붕괴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홍수는 정수장 손실, 배·급수 시스템 오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풍해 및 폭우의 경우 홍수 유발 문제, 건축물 파손, 전력 공급 중단, 상수도 시설물 파손 등의 피해를 예측할 수 있다.

 

수질오염 사고는 질병·사망 유발 및 공공보건이 상실되고 가뭄 혹은 먼지의 경우 단수, 수질 문제, 재정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혹한·폭염·폭설·빙결·번개의 경우, 관 동파, 단수와 누수, 사용량 증가, 도수 불량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산불, 잡목림, 화재 폭풍이 발생하면 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이에 대비해야 하며 이류, 산사태, 퇴적의 경우 지표수 시설의 피해, 접합부에서의 토사 유실이 발생할 수 있다. 화산 폭발, 분진 낙하의 경우 용암에 의한 시설 피해는 물론 분진에 의한 상수 원수 오염이 우려된다.

 

이러한 자연재해 외에도 인적 재해로 테러 등의 공격과 사고, 고장, 심리적 위험에 의한 피해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자연재해와 달리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02년 지진, 화산 폭발, 산사태, 허리케인(태풍), 홍수, 가뭄 등 발생 시 각각 상수도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그 영향이 가장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진발생 시 상수도 시스템 구조물의 손상, 관로의 손상, 전력, 통신, 도로파손, 장비 부족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그 뒤를 이어 태풍, 허리케인의 경우도 시스템 손상이나 병원성 오염물, 화학적 오염물이 유입될 수 있다. 이처럼 상수도 시스템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는 재해로는 지진, 허리케인, 홍수 등을 꼽을 수 있고 이와 관련된 예는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일본 토카치오키 지진의 경우 취수시설 침하 및 원수의 탁도가 상승하고 지하수 취수량이 감소했다.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PE관의 피해가 경미했으며 조인트, 곡관부, 연결부에 피해가 많아 관의 종류와 구경 등에 따라 영향 정도가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매설관로의 파괴와 지진의 세기, 지형, 구조물의 이탈 등에 명백한 상관성이 있음을 밝혔다.

▲ 일본은 지난 2003년 토카치오키 지진으로 취수시설 침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외 피해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도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약 30개소의 상수도 시설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2003년 태풍 ‘매미’의 경우, 23개 시·군에서 47개 정수장 운영이 정지되고 대구 지역 8개 배수펌프장에서 펌프를 가동시켰으나 한계에 도달해 50여 개 공장이 침수됐다. 지난 2006년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시설물 피해액이 320억 원에 달했으며 336개소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지난 2004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쓰나미의 경우, 네트워크의 80%, 정수장 펌프시설의 65%가 파손됐으며,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 2005년 지진으로 일부 정수장이 완전히 파괴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1천220개 이상의 상수도 공급 시스템이 파괴됐으며 피해 발생 후 2주가 지난 후에도 상수도 시설물의 30% 만이 재 가동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 3조 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지난 2005년 일본에 태풍이 왔을 때, 미야자키시는 정수장 침수로 인해 약 100억 원의 비용이 소모됐고, 시설물이 복구되는데 약 190일이 걸렸다. 그 190일 동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크나큰 문제가 발생했으며, 사회 기반 시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모든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100억 원의 비용보다 몇 배의 비용이 소모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 [그림 2] 한반도 역대 주요 지진 현황

최근 동일본 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한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78년 충남 홍성 지진의 경우 상수도 시설물이 피해를 받을 만한 유사 피해 사례가 보고됐으며, 1990년대 초반 15∼20회에 그쳤던 지진이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5년에 1회 정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상수도 시설의 경우 내진 설계 여부에 따라 그 피해액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몇 가지 대처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상수도 시설 및 재해 관련 데이터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홍수 및 가뭄, 지진에 대한 데이터 축적을 통해 피해를 예측하고 자연재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해야한다.

 

다음으로 모든 관망의 위치 및 상태 파악은 재해의 피해규모 예측 및 대책 마련 시 중요한 근거가 됨에 따라 이에 대한 데이터 관리도 필요하다. 평균 90% 이상의 상수도 보급률에서 알 수 있듯이 무수히 많은 상수도 관망이 존재한다.

 

특히, 관망의 경우 대부분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계속적인 영향평가를 통해 관련 시설물의 개량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상수도 시설물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내진 설계를 통해 시설물의 붕괴를 방지하고 내부 설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파손 시 밸브 자동 잠금과 같은 안전장치와 자가 발전을 통한 시설물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수도 관망은 내구성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이용해야 하며 관망의 설치 시 지반의 특성을 파악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IT를 융합한 상수도 시설물의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IT를 융합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며 인적 재난의 경우 예방까지 가능하다. 또한 관망은 연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피해의 최소화 및 데이터 관리가 편리해질 것이다.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대비하지 않는다면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액과 복구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제는 상수도 시설에 투자함에 있어 재해에 대비하는 안전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