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7월호 특집 기사 / 원문은 파일 첨부 참조]

 

 한국물환경학회(회장 정동일)와 서울시는 단절된 물 순환을 회복하고 깨끗한 물 재생 및 재이용 기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31일 ‘미래를 선도하는 서울의 스마트 물 순환’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취수 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하천수에는 이미 여러 종류의 오염물질이 나타나고 있다. 항생제, 내분비계 장애물질, 잔류 의약품 그리고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성호르몬 또는 피임약 성분까지도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하수처리장의 시설 현대화나 고도처리 등을 도입하면서 질산이나 인(P)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 개량을 실시했으며, 이제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는 현재의 하수처리장이 유입되는 항생제, 내분비계 장애물질, 각종 잔류 의약품을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으로는 점차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음용수 수준으로 처리해서 배출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하수처리장 방류수 처리를 위해 선진국에서는 어떤 연구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조사하게 되었고, 이러한 조사 중 알게 된 내용과 외국의 연구사례  등을 소개한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이용하는 외국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수처리 단지(OCWD, Orange County water district)의 GWR 시스템과 싱가포르의 NEWater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두 시스템은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막여과를 통해서 1차 처리한 다음, 고도산화 방법을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도산화(AOPs, Advanced Oxidation Processes)는 자외선(UV)과 과산화수소(H₂O₂), 자외선과 오존(O₃), 오존과 과산화수소를 사용한다.

 

오렌지카운티 지역은 LA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태평양과 접하고, 주변에는 어바인(Irvine), 풀러턴(Fullerton) 등 소규모 타운이 조성돼 있다. [그림 1]의 OCSD(Orange County sanitation district)는 2차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으로 OCWD는 OCSD에서 나오는 방류수를 재처리하는 곳이다. 이러한 OCWD의 GWR 시스템은 ‘Ground water refreshment’시스템의 약자로 막여과와 고도산화 공정으로 구성돼 있다. 

 

OCWD를 거쳐 고도처리된 물의 일부는 펌핑 스테이션(Pumping Station)을 통해 상류로 옮겨져 산타애나강(Santa Ana River)을 통해 흘러 내려오고, 일부는 해수의 침투를 막기 위한 지하수 충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OCWD의 처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림 2] 공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2차 처리된 하수처리 방류수를 받아서 정밀여과(MF, Microfiltration), 역삼투(RO, Reverse Osmosis) 과정 그리고 자외선과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고도산화 방법으로 처리한다.

 

이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MF와 RO를 통과하면 대부분의 용존 물질들이 제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산화 방법을 쓰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니트로스아민(NDMA, N-Nitrosodimethylamine)이나 1,4-다이옥산(1,4-Dioxane)을 추가로 제거하기 위함이다.

 

RO공정의 경우 막 공극이 0.0001∼0.01μm로 모든 병원서 미생물은 이 과정에서 제거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RO공정에서도 제거되지 않는 NDMA나 1,4-다이옥산 같은 물질 등 내분비계 장애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고도산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NDMA는 소독부산물로 인간이 발견한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이며,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잠정적인 음용수 수질 기준을 통해 0.01ppb 이하로 NDMA를 규제하고 있다. 이 NDMA가 바로 RO에 의해서는 제거되지 않는 대표적인 물질이자 고도산화를 통해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이다.

 

1,4-다이옥산의 경우 국내에서는 낙동강 일부지역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으며 위험한 발암물질로 꼽힌다. 이 또한 RO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UV/H₂O₂ 공정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지오스민(Geosmin), 메틸 부틸 에테르(MTBE) 등을 고도산화로 처리할 수 있다.

 

OCWD의 MF는 처리용량이 32만5천500㎥/일이며 지멘스(Siemens)의 CMF-S MF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RO공정의 처리용량은 26만5천㎥/일로 하이드러노틱스(Hydranautics)의 RO막을 사용하고 있다. UV/H₂O₂를 사용하는 고도산화 공정의 처리량은 26만5천㎥/일로 트로전(Trojan)의 자외선 램프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1분기∼3분기까지 고도산화 과정을 거쳐 처리된 물의 수질을 살펴보면 탁도(Turbidity)의 경우 각각 0.04NTU, 0.1NTU, 0.16NTU를 기록했다. 특히, NDMA나 1,4-다이옥산을 보면 2μm/L 이하로 안정적으로 처리됐다.

싱가포르에는 5개의 NEWater 플랜트가 있으며 처리수는 병에 담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NEWater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GWR 시스템과 똑같은 방식이다. MF공정, RO공정 그리고 고도산화를 거쳐 나오는 물을 저수지에 저류해서 지표수 등으로 이용하고, 각종 지표수와 섞인 처리수는 다시 취수해서 정수과정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오염된 하폐수는 하수처리장(WRP, Water Reclamation Plant)에서 처리된 다음 Water Factory로 보내진다. 오렌지카운티의 GWR 시스템과 비교하자면, WRP는 OCSD와 같은 역할을 하고 Water Factory는 OCWD처럼 재생용수를 만드는 곳이다.

 

NEWater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가 NEWater Factory 즉, 고도산화 과정을 거친 처리수를 NEWater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 우리가 병으로 접하게 되는 NEWater는 정수과정까지 거친 물을 말한다. NEWater Factory에서 처리된 처리수가 저수지 등으로 유입되고 이 저수지와 각종 지표수를 취수해 정수한 물이 바로 NEWater가 되는 것이다.

 

고도산화의 핵심은 공정에서 생성된 하이드록실 레디칼(hydroxyl radicals)이 일부 항생제나 내분비계 장애물질의 화학결합(chemical bond)을 끊어 알데하이드(aldehyde)와 같이 비교적 안전한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UV/H₂O₂공정에서 과산화수소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하이드록실 레디칼이 생성되고 이를 이용해 내분비계 장애물질의 화학 결합을 끊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정에 사용된 과산화수소 자체가 바로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제거하는 스캐빈저(scavenger)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공정의 경우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너무 높으면 생성된 하이드록실 레디칼이 파괴되기 때문에 과산화수소 농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O₃/H₂O₂공정도 오존과 과산화수소가 만나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생성하지만 동시에 오존과 과산화수소 모두 하이드록실 레디칼의 스캐빈저이기 때문에 농도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UV/O₃공정의 원리는 오존을 투입한 용액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과산화수소가 생성되고, 이 과산화수소에 계속해서 자외선을 쪼이면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만들어 낸다.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이용해서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내분비계 장애물질을 제거할 때,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는 질산성 질소(NO₃-_N) 이다. 외국의 경우 방류수 중 3∼5㎎/L,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5∼7㎎/L의 질산성 질소가 존재한다. 이는 하수처리장에서의 탈질 공정이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NO₃-나 NO₂- 이온은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생성하기도 하고 스케빈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NO₃- 이온은 하수처리수 방류수에 많이 포함돼 있으며, 자외선을 조사하면 NO₂- 이온이 생성된다. 결국 이 NO₂- 이온에 의해 하이드록실 레디칼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NO₂- 이온이 많아지면 질산성 질소와 결합해 하이드록실 레디칼의 스케빈저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도산화 방식을 이용해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만들기 위해서 자외선이나 과산화수소, 오존을 많이 사용하면, 적정한 농도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부는 하이드록실 레디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만, 일부는 스케빈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을 운영할 때, 현장 상황에 맞게 농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에틸 프탈레이트(DEP, Diethyl phthalate)라는 물질을 대상으로 고도산화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이 DEP라는 물질은 신경, 내분비계통의 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신장암을 유발하고 남성의 경우 생식 기능을 저하시킨다.

 

DEP를 연구대상 물질로 선정한 이유는 당시 팔당호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질검사에서 팔당호 상류의 DEP 농도가 6.5μm/L로 조사됐으며 약 5년간 자주 검출됐다. 무엇보다 과연 DEP라는 물질이 고도산화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느냐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외선만 쪼이거나 오존만 주입한 것과 UV/H₂O₂혹은 UV/O₃등 고도산화 방법을 이용해서 DEP가 제거되는 지 조사해 보았다. 파일럿 플랜트는 경기도의 한 하수처리장에 설치됐으며 pH는 조절하지 않았고, 온도도 조절하지 않았다. 파일럿 플랜트를 만드는데 약 5천만 원의 비용이 사용됐고 처리용량은 24㎥/일이었으며 과산화수소, 오존제너레이터, 2개의 자외선램프를 이용했다.

 

파일럿 플랜트가 설치된 하수처리장에는 분리막 생물반응(MBR, Membrane Bio Reactor)공정이 도입돼 있었으며 2차 침전지의 유출수를 MBR공정의 유입수로, 그리고 MBR공정 유출수를 파일럿 플랜트의 유입수로 이용했다.

 

유입수의 성상을 살펴보면 탁도는 평균적으로 0.05NTU였으며 0.04∼0.09NTU의 분포를 보였다. 문제가 됐던 질산성 질소는 평균 2.6㎎/L, DEP는 평균 13.9㎍/L를 기록했다.

 

실험당시 자외선 조사량 500mJ/㎠, 초기 과산화수소 농도가 40㎎/L였으며 DEP와 질산성 질소의 50% 정도를 제거했다. 파일럿 플랜트의 실험에서 사용한 초기 과산화수소 농도 40㎎/L는 굉장히 높은 수치로,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보통 5㎎/L를 이용했다.

 

[그림 5]는 파일럿 플랜트가 설치된 하수처리장의 DEP 농도 변화를 나타낸다. 1차 침전지 방류수의 DEP 농도는 9.09㎍/L였으며, MBR공정 유출수의 농도는 7.98㎍/L였다. 이 유출수에 각각 UV, UV/H₂O₂, O₃, O₃/H₂O₂의 처리를 하자 UV/H₂O₂일 때와 O₃/H₂O₂일 때 약 32% 46%의 제거율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UV/H₂O₂나 O₃/H₂O₂등 고도산화 방식을 적용할 경우 비교적 높은 DEP 처리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RO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좋으나 RO막이 없어도 MF나 UF막을 거치고 고도산화 방법을 적용하면 음용수 수준의 방류수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물론 사용목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RO막을 사용하면 에너지 소비도 많고, 여러 가지 운영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고도산화 방법의 적용을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