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7월호 특집 기사 / 원문은 파일첨부 참조]

 

 한국물환경학회(회장 정동일)와 서울시는 단절된 물 순환을 회복하고 깨끗한 물 재생 및 재이용 기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31일 ‘미래를 선도하는 서울의 스마트 물 순환’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하수 재이용 ‘제3의 물산업’으로 성장
물 부족·기술 발전…수자원으로써 ‘하수’ 주목받아
국민의견 수렴·사용처 개발 등 추진 기반 마련 시급

하수 처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근대까지는 하수를 위생적으로 분리·배제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고, 1910년 이후 현대에 들어서야 관거가 처리장과 연결되고 하수를 ‘처리한다’는 개념이 생겼다.

 

그러나 이 처리라는 개념도 위생적인 처리가 목적이었을 뿐, 물환경 보존에 대한 내용은 1960년대 이후에 등장한다. 현재 우리는 재생과 재이용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에는 자원화와 원상 회복이라는 개념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하수의 개념은 항상 바뀌어 왔으며, 실제로 하수는 차집한 물(collected water)에서 생산된 물(manufactured water)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약 300Lpcd(1인 1일 평균 사용량)의 하수가 배출되며, 이를 재이용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처럼 일정한 수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자원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생각이 스마트 워터(SMART Water) 개념의 한 부분이다. 또한, 수량뿐만 아니라 기존 처리 시설에서 일정한 수준의 수질 확보도 가능하다.

 

최근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국민들의 요구, 환경적 요구 등으로 인해 하수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하수에는 물뿐만 아니라 유기물, 질소(N), 인(P) 등의 폐자원이 함유돼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 또한 회수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하수도법」은 지난 1966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의 법을 보면 환경, 보건에 관련된 얘기는 없다. 단지 도시 발전과 공중위생을 위해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그 후 1982년도에 「하수도법」이 개정되면서 공공 수역의 수질 보전이라는 환경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다. 그런데, 1992년 「수도법」에서 중수도 조항이 추가됐다. 사실 중수도는 하수 재이용과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후 2010년에 환경부에서 「하수재이용법」, 즉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 하수도 관리청은 하수 재생과 재이용 분야에 있어, 처리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기술과 관련해서 우선 하수를 재생할 때 어느 수준까지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방류수 배출 기준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 진 것으로, 지난 1975년에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30㎎/L,  SS(부유물질) 30㎎/L라는 농도 기준을 정했다. 이 기준은 당시 미국 하수처리장에서 배출 가능한 수준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고 적당히 만들어낸 기준이었다.

 

한국의 기준은 현재 BOD 10㎎/L, SS 10㎎/L, T-N(총질소) 20㎎/L, T-P(총인) 2㎎/L의 수준이며, 이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좁은 국토에서 4대강에 의존해 물을 공급받다보니, 물이 더러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현재 우리는 미래의 기준까지도 충족할 수 있는 처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의 기준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며, 미량유해물질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권한은 전문가나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국민들이 직접 처리기준을 결정할 때가 오게 될 것이다.

 

▲ 최근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국민들의 요구, 환경적 요구 등으로 인해 하수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으며 하수에는 물뿐만 아니라 유기물, 질소, 인 등의 폐자원이 함유돼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 또한 회수가 가능하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25%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사실 한강의 물은 다 이 시민들이 사용하고 버린 물이다. 만약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그 원금과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따라서, 한강의 물을 사용했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빚지지 않기 위해, 최소한 원수 수준의 수질로 한강에 방류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어느 정도의 수질 기준을 결정해야 하겠는가 라는 고민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또 재생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은 가장 민감한 자원이자 인프라이기 때문에, 재생한다는 개념 또는 스마트한 재생이라는 개념은 수치(水治, water politic)의 기본이 된다.

 

사실 서울시는 고도처리가 가장 지연돼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는 재정적인 이유라고 하는데, 앞으로 1년 내에 발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노력과 소통이 시급하다.

 

물재생 기술에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는 기존 시설, 즉 활성 슬러지와 BNR(생물학적고도처리) 기술로 T-N이 6∼8㎎/L, T-P가 약 1㎎/L까지 처리가 가능했다. 만약 여기에 멤브레인 정도의 기술을 더한다면 ‘맹물’수준까지 처리가 가능하다. 이는 모든 시설을 초고도화 할 필요는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서울시 정도 규모의 도시에서는 초고도 처리가 필요할 수 있다. 사실 초고도 처리는 비용과 에너지 소비가 큰 것이 단점인데, 서울시는 이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시험적인 시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물환경학회(WERF)에서 ‘하수처리장 방류수 내 질소·인 허용 기준 연구’를 실시했다. 미국 하수처리장의 허가 기준을 레벨에 따라 나눠 조사했으며, 대부분의 미국 하수처리장의 허가 기준이 레벨 3임을 고려했을 때, 투자를 통해서 분리막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 이는 전문적인 인력과 충분한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금전적인 문제와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 탄천하수처리장(왼쪽)은 처리장 옆에 공원을 조성(오른쪽)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비용편익비(B/C)를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물을 왜 재생해야 하며, 잘 처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결과적으로 그 물을 우리가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 시민의 경우 사용한 물은 한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갈 것이고, 절대 다시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이 인천 앞 바다에서 회를 먹게된다면, 결국 그 물을 마시게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하수로 인해 인천 앞 바다는 굉장히 오염돼있다. 단지 밝히지 않고 있을 뿐이고, 담수는 환경부 담당이고 해수는 국토해양부 담당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재생하는 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기술에서 돈으로 넘어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물의 재생과 재이용은 국민들이 어떻게 요구하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 한해서 상수도에 대한 대체 사용처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법·제도적인 규제와 함께 인센티브까지 줄 수 있다면 이는 획기적인 개념의 자원으로 재탄생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후변화나 물 환경 보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 탄천하수처리장은 펌프를 이용, 인도에 내를 조성하고 있다.

금전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서, IT-통신 서비스 요금은 일반적으로 5만 원 정도이고, 상하수도 서비스 요금은 약 1만 원이다. 아시다시피 자본주의 사회는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금의 정책적인 부분에서, 전기-통신 분야는 우대받고 있으나 물 분야는 홀대받고 있다. 상수도 평균 요금은 609원이다. 현실화율은 약 80%이다. 이 말은 곧, 국가와 지자체에서 약 20%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수도 요금의 현실화율은 38.3%로 국민들이 내는 요금은 274원이다. 이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61% 이상을 부담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공공성 때문이다. 물론 적은 요금은 내는 사람에게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재이용 부분에서는 문제가 생긴다. 재이용에 필요한 금액은 상수도 요금보다 비쌀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도 없다. 이는 요금 정책이 왜곡됐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수돗물 값이 재이용하는 값보다 저렴하므로 재이용할 필요가 없으며, 수도요금을 올리면 물가가 올라가므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10년 동안 하수도 요금을 한번도 올리지 않은 지자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더욱이 상수도 요금에는 감각상각비나 신기술 적용비 등의 금액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감각상각비라는 것은 30년 전에 지은 하수처리장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30년 전의 금액으로 만들 수 없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비용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또,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수질 기준은 높아져 가고 있는데, 이 또한 요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다 포함해 요금을 책정하면 수도 요금이 얼마나 증가할지 상상할 수도 없다.

 

탄천하수처리장을 예로 들어보면, 하수처리장 옆에 작게 공원 등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B/C(비용편익비)를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옆에는 재생한 물을 펌프를 이용, 인도 옆에 작은 내(川)를 조성하고 있다.

 

사실 금전적으로 보자면 이는 엄청난 손해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 가치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시에서 현재 디자인서울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물 없이는 녹색이 있을 수 없다.

 

또, 녹색 없이는 도시의 경쟁력도 없다. 예를 들어 양재천을 생각해보면, 양재천이 조성된 이후 그 부근의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올라갔다. 부동산 가격의 상당 부분이 물로써 조성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 패러다임은 영원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하수처리라는 명칭을 물 재생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굉장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연예인들이 가명을 사용함으로써 더 크게 발전하는 것처럼 명칭의 선점은 개념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재생한다는 개념은 장기적으로 보면 전통적인 상하수도에서 물의 통합관리의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의 재생·재이용은 물 환경 통합관리의 핵심이다. 기존의 상하수도가 제1, 제2의 산업이었다면, 재이용은 ‘제3의 물산업’이 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전문화와 소통으로 앞장서는 물 환경 보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