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적응 국제심포움] Ⅳ. 기후변화 적응 물관리 정책

이병국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8월호 특집 기사 / 원문은 파일첨부 참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환경부 의뢰로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학적 분석을 실시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2011년 7월 발표한데 이어, 7월 8일에는 「기후변화 적응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물관리,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 필요
한국, 기후변화 피해액 2천800조원…안전한 물관리 체계 구축 시급
미국·영국·호주·캐나다·일본 등 환경선진국 정부차원 적극 대응

▲ 이 병 국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기상은 자주 변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기분과 비교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기후라는 것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평균 기상 변화를 의미해 사람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기후 또한 변화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러한 변동이 잦아지고 있다.

 

과거 수만 년 동안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변화를 보면, 최근 들어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칠 것인가는 상상하기도 힘들만큼의 큰 변화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산업혁명 이전 1800년대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90ppm 정도였다.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등에 대한 언급은 1900년대에 들어서 시작됐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얻는데 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인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은 1955년 하와이에서 시작됐다. 여러 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지구 대기의 복사열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고, 대양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 지구의 온도가 다시 낮아지면서 지구온난화의 존재 유무에 대해 논쟁이 이어졌다. 이 때,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315ppm이었다.

 

이후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발생, 1970년 첫 번째 지구의 날이 제정됐고 1970년 후반에 들어서야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언론과 일반인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0년대에는 전세계 기후에 변화가 생겼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를 통해 수만 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1900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인식됐다.

 

이에 따라 1988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 설립됐다. 이 때 이산화탄소 농도는 350ppm이었다. 1960년대 315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20년만에 350ppm으로 증가한 것은 급격한 변화였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IPCC에 참여했고 평가보고서가 꾸준히 나오기 시작했다. 1990년 채택된 1차 보고서에서는 2100년에는 세계 평균 온도가 섭씨 3도 정도 오르고, 해수면도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에 따라 1992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협약이 만들어졌고 1994년까지 185개국이 참여했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 계기가 돼, 이후 당사국회의 등이 꾸준히 개최됐으며, IPCC에서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지구온난화 규제와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일본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해 목표를 수정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알려주고 있다.

 

▲ IPCC가 작성하고 있는 5차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나온 자료들에 의하면 전세계의 온도가 섭씨 4.8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고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1년에 IPCC 3차 보고서가, 2007년에 4차 보고서가 각각 채택됐다. 내년에는 5차 보고서가 채택될 예정으로, 더욱 정확한 자료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회의에서 2012년 이후의 감축 방향에 대해 토론했으나 상당히 지지부진하게 마무리됐다.

 

내년 당사국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면, 처음 기후변화 국제회의가 만들어진 1992년부터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얼만큼의 노력을 해왔는지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이 만들어 진 것은 1992년이지만 감축을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한 것은 2005년이다. 이는 국제적 대응이 얼마나 늦게 시작됐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에 비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3년 12월 47번째로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다. 이 때 국내에도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1999년 1차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응대책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2005년 3차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응대책이 만들어지면서다.

 

2007년에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궁극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2008년 정부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만들어졌고, 이에 근거해서 지난해 10월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이 수립됐다. 이것이 기후변화 적응의 시발점이 됐다.

 

지구 평균기온을 그래프로 보면, 현재 상태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줄이자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에너지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IPCC에서도 섭씨 2도 정도의 증가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정도의 증가라면 극단적인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에는 385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 정도에서 유지하자는 것이 기후변화협약의 바탕이 됐다.

 

그러나 최근 5차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나온 자료들에 의하면 전세계의 온도가 섭씨 4.8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실제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고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50년에 이미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에 따른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도의 상승은 전지구적인 기상변동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있을 영향에 대한 자료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피해액을 약 2천800조 원으로 예상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노력 없이는 기후변화 적응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감축과 적응은 항상 균형을 이뤄야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적응은 당장 시행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이며, 이에 맞춰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감축과 적응의 중간 역할로는 옥상녹화사업과 같이 에너지를 줄이고 온도도 낮추는 기술들이 있을 수 있다.

 

기후변화는 크게 온도, 강수량, 해수면에 영향을 주고 세부적으로는 건강, 산림, 물, 생태계 등 우리의 사회기반에도 영향을 끼치며 문화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줄 경우 경제적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7천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열대야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물 관련 재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도가 강해지고 있고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사용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당연한 현상이므로 점점 빈번해질 것이고 아마 매년 기존의 기상기록을 갱신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연재해의 피해를 살펴보면, 시간당 강우가 140∼150㎜씩 내리고, 외국의 경우 하루에 3천㎜가 내린 곳도 있다. 이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밖에도 가뭄이나 대설 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자연의 기후변화는 선행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인공적인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선행적인 적응이 가능하다. 풍수해보험 등 피해를 예방하는 노력들이 그러한 것이다. 이런 적응을 미리 시행할 것인가, 나중에 시행할 것인가는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비용에 관한 문제이기도 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시행이 가능하다.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세계의 각 나라들이 사례를 보면, 미국은 범부처적인 시행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그 감축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이며 올해는 각 부처별로 기후변화적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선포하고 내년에 3∼5개 정도를 실제로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포함하는 법이 세계 최초로 개정됐으나, 아직 시행단계는 아니다. 호주는 최근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법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고, 캐나다는 각 도시별로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사례 연구를 통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일본은 「지구온난화 대책 추진 법률」을 1998년에 제정한데 이어 2006년에는 이 법을 개정했고, 내각총리가 본부장인 지구온난화대책 추진본부 및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여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2007년에는 일본 환경성에서 적응 전문위원회를 신설하여 기후변화 적응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 영향, 취약성 분석, 적응전략 수립 도구 개발을 위한 ‘S-4’ 및 ‘S-8’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물과 관련한 기후변화에 대해서 살펴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지구기상모델, 지역 기상모델 등이 얼마나 정확한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아쉬운 점은 다양한 기상모델들이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넘어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물 부족은 이미 전세계의 문제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한강을 비롯한 4대강의 유출량 증가와 감소는 점점 커지게 될 예정이다. 특히 심각한 영산강의 경우 2070년대에는 유출량 증가가 200%에 가까워 질 것으로 예상되며, 감소는 2040년대에 약 8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가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13개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건강·물관리·생태계·농업 등 10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중에서 물관리 분야를 보면, 홍수와 가뭄 등으로부터 안전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사회기반시설 강화 △재해 취약성 평가 △재해 기준 변경 △재해 예방 △우수 저류·유출 저감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기후변화 적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오적응, 즉 잘못된 적응을 해서는 안되며, 개발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시설들은 기후사태에 대응하도록 설계돼있지 않아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후회 없는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아직까지는 대안 마련의 준비가 부족하나,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은 이미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