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성 제 미래자원연구원장

물 문제가 전세계가 당면한 최대의 위기로 부각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97년 모로코 마라케시(Morocco Marrakesh)에서 열린 1차 세계물포럼에서는 맑은물 공급이라는 21세기 비전을 제시했다.

 

2000년에 네덜란드 헤이그(Netherlands Hague)에서 열린 2차 포럼에서는 이러한 비전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행동으로 실행하려고 보니, 이해당사자가 많고 지역별로 물 격차가 심하다는 것이 광범위하게 나타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물 위기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4차 멕시코 멕시코시티 (Mexico Mexico City) 포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국제적으로 인식하고 제도적·정치적·사회적으로 물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2009년에 열린 5차 터키 이스탄불(Turkey Istanbul) 포럼에서는 기후변화 적응에 대처하는 물안보의 개념이 등장했다. 내년 프랑스 마르세유(France Marseille)에서 열리는 6차 물포럼의 주제는 물 문제 해결로 선정됐다.

 

▲ 영국의 물관리의 최우선 전략은 기후변화 적응 및 피해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템즈강 홍수조절센터.

해외의 수자원 정책 동향을 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2000년 「물관리기본지침(WFD, Water Framework Directive)」을 제시했고, EU의 여러 국가들이 WFD에 관한 사항을 국가 물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WFD는 구체적으로 유역관리나 주민 참여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영국의 물관리 주요 조직을 살펴보면 환경식량농림부(DEFRA) 산하에 중앙 환경청(EA)과 8개의 지방 환경청(Local EA)이 있으며 물 서비스 규제부(OFWAT), 음용수 감시국(DWI), 물 소비자 위원회(CCW) 등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10개의 민간 물 회사와 16개의 소규모 민간사업자가 있다. 현재 영국은 중앙 환경청 주도의 통합 물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통합 「수(水)법」 제정 및 유역단위 물관리를 이행하고 있다.

 

영국의 물관리 계획을 살펴보면, 환경청이 장기 국가계획으로 수자원 전략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수자원계획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산하의 수도회사들은 장기 지역계획으로 수자원 계획을, 단기 지역 계획으로 가뭄 계획을 확립했다.

 

특히, 실천 계획의 의무화로 물관리 장기 계획의 실행력을 강화했으며, 상세한 지침을 제공해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하위 계획이 수립되도록 했다. 영국의 이러한 사례는 국내 물관리 기본계획과 유역별 물관리 기본계획 및 관련 계획의 지침 작성 시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영국은 수자원 전략과 유역관리 계획·수자원관리 계획의 이원화된 체계를 갖고 있다. 세부적으로 물관리 계획 체계를 살펴보면, 영국 환경청은 수자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수자원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 수자원 실행계획은 8개 지방환경청의 지역별 수자원전략 실행계획 수립의 바탕이 된다.

 

유역관리 계획은 환경청이 주관하며 유역의 수질, 환경, 유지관리 등 하천관리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유역단위 물관리 종합 계획이다. 총 10개 유역별로 WFD 지침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수자원 관리계획은 지역별 수도회사에서 주관하며 상하수도의 투자계획, 서비스 강화계획, 재원마련 계획 등이 포함된 수자원의 수요와 공급 유지관리 계획이다. 수도회사들은 매년 관련 자료를 업데이트해 그 결과를 환경청에 제출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은 중앙정부 계획과 지역계획, 유역계획 등 순차적으로 계획을 수립했으며, 수자원 최우선 전략은 기후변화 적응 및 피해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수자원 및 환경관리 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유역단위로 수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지난 1964년에 제정된 「수(水)법」에 의해 지역 의원이나 다양한 물 이용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공공의 성격을 가진 6개의 물관리청을 만들었다. 각 관리청 산하에는 공무원, 물 사용자, 지방정부에서 지정한 사람으로 구성된 물의회 또는 유역위원회가 구성됐다.

 

지난 1992년 강화된 두 번째 수법에서는 물 관리청의 역할이 증대돼, 유역위원회에서는 하천유역 수준에서 균형적인 물 관리를 할 수 있는 도시계획과 수자원관리 지침을 제정했다. 지난 2000년 EU에서 통합 수자원관리(IWRM)를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함에 따라 2003년에 이를 새로운 「수(水)법」에 적용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는 수자원을 국가의 공통 유산으로 인식하고 유역관리 원칙, 생태계 존중 원칙, 협력 공조의 원칙에 의해 지하수와 지표수를 관리하고 있다. 유역관리의 원칙이란 대하천 유역의 수자원 관리에서 ‘물은 행정적인 경계가 없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며, 이에 따라 주요 6개 강 유역의 공공기관과 개발자들이 서로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수자원 및 환경관리 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유역 단위로 수행하는 프랑스는 지난 2008년 생태, 지속발전, 그리고 국토정비라는 3개 부처를 하나로 통합해 환경부를 생태·에너지·지속가능개발부로 개편했다. 프랑스의 6개 지방환경청은 중앙정부의 조직통합으로 인해 생태·에너지 지속가능개발의 주요 업무를 유역 차원으로 수행하고 있다.

 

수상의 자문기구인 물위원회는 의회 의원 중 1명이 의장을 맡고 국회와 상원, 국제 기구와 관련된 국가기구의 대표자들로 구성된다. 국가 물위원회는 물 관련 정책의 경향과 법, 규제에 관해 협의하고 국가나 지역의 대규모 사업계획에서의 물관리 및 물공급에 대해 수자원 분야 장관간 조정이 필요할 경우 관련 협의를 진행한다.

 

독일은 연방환경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주정부가 실질적인 환경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있다. 독일 환경청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연방 차원의 환경보호와 규제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주정부 환경 관련 부서와 협력해 전반적인 수자원 관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정부는 실질적인 수자원 정책 수립·집행기관으로 자치단체, 정부기관 별 독자성을 갖고, 지역상황에 맞는 수자원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호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정부 물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거대 부서화했으며 주정부 차원의 유역 단위 통합 물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물관리 주요 연방조직을 살펴보면 환경물관리전통문화부(DEWHA) 아래 생물다양성 그룹, 물 관련 그룹, 문화예술 자연유산 그룹, 에너지 및 폐기물 그룹이 속해 있고 물 관련 그룹은 물 이용 효율 분과, 물 거버넌스 분과, 물개선 분과로 이뤄진다.

 

물 이용 효율 분과에서는 수자원 재생, 관개 효율, 유역 커뮤니티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물 거버넌스 분과는 수계의 건강성 물 관련 정책, 다양한 형태의 수자원 관련 사업을 추진중이다. 물개선 분과는 환경용수, 사업관리 및 거버넌스, 도시지역의 물안보를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집행 기관 및 사업기관으로는 국가 물위원회와 기상국 등이 있다.

 

호주의 물관리 계획은 연방과 주의 합의제에 의해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재원 마련은 물론 자발적인 참여로 실행력을 확보했다. 연방과 주정부는 국가 수자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 계획으로 국가 물안보 계획을 마련했다. 주정부는 이를 토대로 실행 계획을 설정하고 세부 지침성격의 물 계획을 세운다.

 

호주의 유역관리는 주정부와 유역, 지역이 연계해 이뤄지고 있으며 연방 차원의 국가 물안보 계획이 수립되면 유역별 계획이 수립·집행되면서 통합유역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우선 유역관리 1단계로 주정부는 유역관리조정위원회를 통해 유역관리 계획과 실행에 관련된 조정, 평가 업무를 실시토록 했다.

 

2단계에서는 유역 차원에서 유역관리위원회와 유역재정위원회가 관리와 재원조달 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이들은 징수 및 재원 확보는 물론 수자원 이용에 관련된 문제를 확인하고 유역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침과 실행사항을 전달한다. 3단계는 지역에서 이뤄지며 실제적으로 침식방지, 토양보존, 수생태계 보전, 수질보전 및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전국 차원의 물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주정부는 유역 단위 물관리 체계를 수립해 이행하고 관련 법률을 제정한다. 중앙 조직으로는 환경 질 위원회와 환경청 등이 있다.

 

미국 물관리 계획의 기본 원칙은 지역 단위의 의견 수렴 및 계획을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계획 수립 절차 중 공공의 참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체계 정비 사례로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실제로 캘리포니아(California)주는 지난 2009년 주 수자원관리 전략 제시 및 지역별 수자원계획 정보를 수록한 물관리 계획(Water Plan)을 수립했다. 특히, 이 계획은 자문위원회(65명) 회의, 확대검토포럼(400명) 브리핑, 작업그룹 회의, 공개 워크샵 등 197회 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로 도출해낸 것이다.

 

텍사스(Texas)주도 지난 2007년 물관리 계획을 수립했으며, 주 수자원관리 전략 및 지역별 수자원계획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텍사스주도 16개 지역별 이해당사자 약 20명, 전체 450명 이상의 계획 그룹 회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 우리나라도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관리 방향으로 수자원 계획이 수립돼야 하며 물안보, 물안전, 물산업 등 물자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진은 팔당댐 방류 모습.

일본의 물관리 업무는 후생노동성, 환경성, 국토교통성, 경제산업성, 농림수산성 등 여러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전국 수자원개발 및 관리, 하천관리, 장기 수자원종합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지방건설국은 하천관리, 특정유역종합관리, 수문 관측 업무를 담당한다.

 

농림수산성은 관개용수를 관리하며, 환경청은 수질기준 및 규제업무를 맡는다. 후생성은 음용수 수질관리와 상수도 시설기준을 제정하고 있다. 이 중, 물관리 업무의 운영주체는 국토교통성이며 토지수자원국, 하천국, 도시지역정비국이 있어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조직으로는 국토교통성 산하에 7개 수계를 담당하는 6개 지방청을 두고 있다. 또, 수계별로 지방청 산하의 유역통합관리사무소를 운영해 수문 분석 및 댐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물관리 계획을 살펴보면 지난 1999년 신(新) 전국종합수자원계획이 수립돼, 오는 2015년까지 이행되며 지속적 물 이용, 수환경 보전과 정비, 물 문화 회복과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속적 물 이용 분야는 환경보전 대책, 갈수 대책, 수질사고 대책 등을 마련하는 것이며, 물문화 회복과 육성을 위해 지역 연계, 물 문화 보전, 새로운 물 문화 창조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물 계획은 전통적 이수·치수 부문에 환경과 물문화 부문을 보완한 것이며, 국내 물관리 기본계획이 포함해야 할 이수·치수 분야와 수질 및 수생태계 분야 등의 포괄적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벤치마킹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선진국 물관리의 시사점을 짚어보면 통합 수자원관리의 도입과 발전, 기후변화에 대비한 기술개발과 정보화, 물관리 계획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유역 단위의 물관리, 중앙-지방의 유기적 연계, 주민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 확대, 장기간의 제도 정착기간 등을 들 수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물관리 전략을 살펴보면 지난해 10월13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녹색성장위원회 제 9차 회의에서 기후변화에 강한 물 강국 실현을 위한 대응 5대 전략이 마련됐다. 세부적으로 이상가뭄 대처 능력 확보, 신규 수자원 확보, 대체 수원 개발, 비상 급수체계 구축 등이 언급됐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로 수자원이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 평가, 수자원 관리 기본법 법령·제도 및 조직의 개선, 극한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 구축, 가뭄에도 제한급수 없는 사회 실현 등을 제시했다.

 

환경부도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을 조성, 물 이용 효율화를 통한 수요관리, 안정적 수자원 확보, 대체수원 기술개발과 시설 확충 등의 물관리 대책을 내 놓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수자원 관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실제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자원 관련 기술이나 관리 영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렇게 크게 뒤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수자원 계획의 통합과 연계가 필요하고 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관리 방향으로 수자원 계획이 수립돼야 하며 물안보, 물안전, 물산업 등 물자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