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와 같은 상수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 양적 발전시기에 급속히 도입됐던 정수시설 등이 현재 시점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급속히 보급됐던 정수시설은 급수보급률 확대라는 순기능을 했지만, 노후화된 시설과 후진적인 정수처리방식으로 인한 역기능이 두드러지는 것이 현 시점의 문제점이다.

2009년 기준 전국의 지방상수도 정수시설은 총 508개소이며, 시설용량은 2천151만6천㎥/일이다. 이중, 설치된 지 20년 이상된 노후시설이 243개소로 전체 정수장의 48%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대규모 정수장이 대부분인 특·광역시가 33개소, 중소도시에서 운영하는 정수장이 226개소이다. 특히, 30년 이상 경과되어 시설물 내구 연한을 초과한 정수시설 79개소가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수방식별, 시설용량별로 정수시설을 분석한 결과, 시설용량 5천㎥/일 이하의 소규모 시설이 318개소(60만7천㎥/일)로 전체의 6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규모 시설의 정수방식은 대부분 기계식 여과기나 완속여과방식인 것으로 조사되어, 소규모 시설일수록 정수처리 방식의 표준화 및 현대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수질현황 및 수질기준 최근 산업의 첨단화 및 생활환경의 도시화 등에 따라 상수원에서 신규 유해물질 및 병원성 미생물이 지속적으로 검출되어 국민 건강 위해성이 증대되고 있다. 염소 소독만으로는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한 지아디아(Giardia) 및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 등 병원성 미생물이 상수원수에서 다량 검출됐다.

인간과 생태계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나 잠재적 내성균 출현, 내분비계 교란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항생제 등 잔류의약물질 및 중추신경계, 신장 및 간에 영향을 미치는 브로모포름(Bromoform) 등 발암성 유전적 독성물질 등이 검출되어 상수원 오염은 심화되고, 그에 따라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수원 내 신규 유해물질 출현 등 수질의 위해성 증가와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적 욕구 증대에 대한 대응으로 수질기준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먹는물 수질기준의 항목은 지난  1963년 29개 항목(암모니아 등)에서 2011년에는 58개 항목으로 항목 수 기준으로 2배 이상 강화됐으며, 1990년도 이후에는 기존의 처리공정으로는 제거가 어려운 미량유기물질에 대한 규제도 신설됐다.

또한, 수돗물 수질기준의 지표가 되는 탁도의 경우 1999년 2월 이전에는 2도 이하였으나, 2001년 이후 0.5NTU로 강화됐으며, 2002년 정수처리기준이 제정된 후에는 여과지 유출수의 탁도를 관리해 2010년에는 여과지 유출수 95% 이상이 0.3NTU 이하를 만족하도록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 문제점 중·소규모 취수원의 경우, 유역이 협소하고 수량이 적어, 갈수기시 양적 희석효과가 감소되어 수질의 급격한 악화 가능성이 있으며, 홍수기에는 단시간에 축산폐수 등 비점오염원의 유입으로 수질 악화의 우려가 있다. 또한, 중·소도시의 소유역 상수원의 경우 수질오염사고에 대한 다중방어시스템이 미비해 수질오염 사고 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지난 2008년에 수질오염사고는 총 53건으로 2007년 대비 3건이 증가했으며, 배출업소에서 방류되는 산업폐수에 의한 수질오염사고는 감소하고 있으나, 유류·유독물 시설 부적정 관리에 의한 유출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상수원 수질의 위해성 증대 및 국민의 기대수준 향상에 따라 수질기준은 점차 강화되고 있으나, 정수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수질관리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최근의 정수시설은 장래의 상수원 수질을 예측하고, 향후에도 강화되는 수질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설계·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통수시점의 먹는물 수질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수시설이 설계·건설되어, 이러한 시설로는 2000년대 이후 미국 등 외국의 수질기준 강화추세와 국민의 기대수준 향상 등에 따라 강화된 국내 수질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설치된 노후 정수시설 중 문제가 많은 기계식여과기 및 완속여과는 대부분 소규모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소규모 도시 특성상 비전문가의 운영 및 담당자 순환 보직 등 운영인력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여건상 투자가 어려워 정수 수질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수도의 급속한 보급 시기에 예산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도입된 기계식 원통형 여과기는 도입취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돗물의 보급 확대 측면을 강조, 상대적으로 점차 강화되는 수질의 안전성 면에서 취약했다. 폐쇄적인 철제 구조물로 구조적으로 유지관리가 어려운 형태이며, 이에 따라 경과연수가 지날수록 정수 수질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기계식 여과기가 설치된 소규모 시설들이 대체적으로 원수 수질이 양호해 과거 정수 수질기준을 만족시켰으나, 원수 수질이 악화되거나 수질 기준이 강화될 경우에는 정수 수질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설치 후 일정기간 이상 경과된 기계식 여과기는 강화되는 수질 기준에 적합하도록 표준급속여과 공정으로 대체해 수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계식 여과기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우선, 자동여과기의 특성상 역세척 강도가 낮아 충분한 역세척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역세척 직후에 탁도 누출이 발생한다. 또, 여과수를 이용한 역사이펀 방식의 역세척이므로 염소 소독된 정수로 역세척하게 되어 있는 상수도시설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식 여과기가 설치된 곳 중에는 원수의 탁도가 매우 낮아 응집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응집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원수 중의 미립자가 응집되지 않아 여과지를 통과해 건강상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과수조가 역세수조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역세척 시에 여과수 저장 탱크의 수위나 수량이 부족해 역세척이 적정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과사 주기적 교체 어려워

기계식 여과기는 유지관리 시 여과실 맨홀을 개방해 여과사층을 점검, 오염된 여층을 걷어내고 여과사를 보사해야 하나, 폐쇄적인 철제 구조물로서 대부분의 시설이 주기적인 여과사 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인 기계식 여과기의 경우, 상부 맨홀 및 하부 여과층 맨홀이 설치되어 있으나, 밀봉이 되어 있어 여과사 교체 시 이외에는 개봉을 하지 않는 실정이며 주기적인 유지관리 어려움으로 내부 부식, 여과사 머드볼 형성, 탁질 누출, 여과사 손실 등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구조상 자동 역세척이 이뤄지도록 되어 있으나, 유지관리 미흡으로 자동 역세척이 이뤄지지 않는 시설이 대다수이며, 수동 역세척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마저 주기적으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 기계식 여과기 노후 실태. 여과기 내부 정수조 부식(왼쪽), 여과실 철제 격벽 이격(가운데), 여과사 오염 및 머드볼 형성(오른쪽).

▲ 완속여과 노후 실태.

정수처리 강화에 따른 대책 필요

2010년 7월부터는 시설용량에 상관없이 모든 급속여과시설에서 여과지 유출수의 95% 이상이 탁도 0.3NTU 이하를 준수하도록 정수처리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최근 40개월간 전국 지방상수도 정수장의 월별 수질관리실태를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처리공정의 급속여과시설 161개소 중 59개소가 1개월 이상 초과했으며, 이중에서 13개소는 5개월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식 여과기의 경우에는 총 124개소 중 1개월 이상 초과시설이 102개소이며, 이중에서 63개소는 3개월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95% 이상 0.3NTU를 맞추기 어려운 시설이 전체의 51%로 매우 심각한 실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완속여과 상수원수 수질에 좌우

완속여과 시설의 경우에는 지난 2010년 7월 이후에도 정수처리기준상 탁도기준은 0.5NTU로 유지하고 있으나, 이는 수질기준을 강화할 경우 완속여과시설로 준수가 어려워 수질기준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완속여과는 수질오염이 심하지 않은 원수에 대해서는 급속여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러 물질에 대해 정화 효능을 보이지만, 표면에 탁질이 집중되고, 생물여과막에 의해 정화하는 특성 상, 상수원수의 수질에 제약을 많이 받아(연중 최고 탁도 10NTU 이하), 정상적인 생물기능을 저해할 정도의 오염된 원수가 유입될 경우에는 적정 처리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총 176개의 완속여과 정수시설 중 원수에서 병원성미생물이 검출되거나, 원수 수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상수원정밀조사 및 개선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 개선방안 시설 노후화와 표준 이하의 정수처리 방식으로 인해 수질기준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수시설을 대상으로 수질 여건 및 공정별 정밀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시설 여건에 적합한 맞춤형 정수장 리모델링을 통해 적정 수준의 처리능력을 갖춘 표준정수시설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본적으로 리모델링이 필요한 정수시설에 대해 현재의 원수질을 분석하고 장래의 수질을 예측하여, 정수처리공정별로 정밀기술진단을 선 시행해야 한다. 또한, 진단 결과에 따라 일부 시설 및 공정개선, 정수처리공정 전면 변경, 시설물 교·대체 등 시설별로 구분하여 리모델링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시설 개량 외에도 소규모 노후시설이 농어촌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점을 고려, 첨단 IT기술 등을 활용해 정수장 자동화 및 정보화를 검토하고, 수질분석 및 예측 결과 인근지역의 개발로 인해 유해물질 유입 등이 불가피한 경우나, 시설운영 효율화 측면에서 합리적인 경우에는 타 정수장과의 통·폐합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