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기환경부 생활하수과장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존 강우빈도를 뛰어넘는 집중호우가 빈발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서울 도심이 침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초 국무회의 당시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방재기준 정립 등 제도 개선을 지시했으며 국무총리실 산하에‘재난관리 개선 태스크포스(T/F)팀 및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또한, 2012년도 재해예방 관련 예산은 2011년 대비 21.2% 증가한 4조5천615억 원이 편성됐으며 환경부 하수관거 정비 및 저류시설 예산도 17% 증가한 6천166억 원이 책정됐다.

사실 침수에 있어서 관거의 기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 오수처리 위주의 업무에 치중하다 보니 관거의 우수배제 기능을 등한시한 점도 있으나 최근의 기상이변 등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도심침수 예방능력 제고를 위한 2012년 하수관거정비 중점추진 방향 4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수관거 통수능 부족 침수 야기
우선 내년부터 하수관거의 우수배제 기능 회복을 위한 사업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며, 하수저류시설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부적정 운영 하수처리시설을 정상화하고 관거 사업을 확대함은 물론 차집관거 개량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환경부 생활하수과는 앞으로 하수관거의 우수배제 기능을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도시침수 유형을 살펴보면 강·하천 범람에 따른 외수침수와 빗물배제능력 부족으로 인한 내수침수로 나눌 수 있으며, 지난 몇 년간 도시침수는 내수침수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러한 내수침수는 빗물의 관거 유입 지연, 관거 이송능력 부족, 관거 역류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최근 5년간 3회 이상 침수됐던 지역의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수관거 통수능력 부족에 따른 침수지역이 23개소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저지대 배수 불량 22개소, 집수시설 불량 4개소, 펌프장 용량 부족 2개소, 반지하 가구 우수역류 4개소 등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침수피해의 많은 부분이 하수관거의 통수능력 부족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존 강우빈도를 뛰어넘는 집중호우가 빈발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서울 도심이 침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지자체 실무자들에게 우수배제에 대한 의견을 얻고자하면 간혹 ‘우리가 빗물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하수관의 우수배제 기능을 강조하게 된다.

예로부터 새로운 도시나 건물이 들어설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바로 빗물이 빠지는 길을 살피는 것이다. 따라서 그 형태가 개거(開渠)나 도랑이건 간에 하수도의 주요 기능은 바로 빗물을 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수도가 형성된 곳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도시가 생기게 되고 사람들이 밀집되다보니, 오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하수도에 오수를 흘려보내게 된 것이다. 즉, 오수와 우수가 모두 흐르는 합류식 관거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면서 오수와 우수를 분류하는 분류식 관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 [그림 2] OO시 시뮬레이션 사례

 

하수도시설 개선시 홍수량 감소
다음은 하수관거 정비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겠다. 모의실험에서는 어느 특정한 시의 조건을 대입해 하수관거 정비, 저류시설 확충 등 하수도 시설을 개선했을 경우, 우수배제 기능이 향상돼 홍수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 2]에서 괄호 안의 검은색 숫자는 개선 전 홍수가 발생했을 경우이며, 시간당 102.2㎜의 강우로 가정했을 경우, 전체의 18%가 홍수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하수관거가 부담하는 비율이 60.4% 정도 된다.
하수도 정비계획에 따른 개선 후 처리 비율은 빨간색 글씨로 표기했으며, 시의 총강우유출량이 2천610만3천㎥의 경우, 하수관거 부담률은 60.4%에서 6.4% 상승한 66.8%였다. 지역형 저류조를 개선했을 경우 부담률은 0.4%에서 1.6%로 상승했다. 빗물침투시설이 확충되면 우수배제 기능이 0.8%에서 1.7%로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특정시가 계획하고 있는 10년 정도의 하수도 정비 계획을 반영했을 때 나온 결과이다. 따라서 그동안 하수도 정비 없이도 침수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기존에 설치된 하수관거가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우수관거 정비기반 조성
이처럼 하수관거의 우수배제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며, 환경부는 2011년 말까지 우수관거 정비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선, 상습침수지역 현장조사와 주요 원인분석을 통해 기존 관거의 정비방향을 설정하고 하수관거 정비 및 침수예방시설 설치와 관련 표준 메뉴얼을 마련·보급할 방침이다.

또한, 우선 순위와 연차별 투자규모 등을 고려해 우수관거 정비 기본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지난 10월 한국환경공단은 ‘침수대응 하수도선진화 T/F’를 구성했다. 아울러 오는 2012년 상반기까지는 지역별 우수관거 정비 실행계획을 확정해 우수관거 정비 기본계획에 따른 우선 순위 지역 및 상습 침수지역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연차별 정비계획을 수립해 2013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하수도 정비 중점 관리지역’지정을 법제화해 상습침수피해 우려 지역의 하수도 시설 방재기준 강화 및 기술·재정적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며 ‘하수도 침수대응 시뮬레이션’을 전국 지자체에 보급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실제로 관거 정비에 있어서 시뮬레이션 결과는 대단히 중요하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침수지역을 확인하고 그 구역의 특성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수저류시설 도입 확대
두 번째 정책은 하수저류시설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게릴라성 폭우가 빈발하고 있으며, 기존의 시가지 밀집지역과 같은 곳은 실질적으로 관거정비가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은 하수저류시설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도시 내 대형 하수저류시설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서울특별시와 협력해 강서·양천 등에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하수도 정비 기본계획 수립 시 하수저류시설 설치 등 재해방지 기능을 강화함은 물론 다기능 하수저류시설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기능 하수저류시설은 17개소가 구축됐으며 내년에는 이를 23개로 확대해, 침수예방, 비점오염원 저감, 빗물 재이용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새만금 상류지역 4개 시·군에 1천140억 원을 투입해 하수저류시설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용인시 포곡지구의 경우 240억 원을 투입해 1만4천㎥ 규모의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수관거 계획적 정비 필요
앞서 하수도정비 기본계획 수립 시 하수 저류시설 등 재해방지 시설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하수도정비에 있어 관거는 물론 저류시설 등을 개선하고 확충하는 모든 사업이 연계돼 있다보니, 기본계획을 수정해 전체적인 틀 속에서 재해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함을 뜻한다. 즉, 상위 계획에서부터 차근차근 점검해서 계획적인 정비가 진행되어야지, 필요에 급급해 시설을 구축하다보면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하수도와 관련된 모든 시설이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의 체계 속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그래서 현재 기본계획 변경 승인과 관련된 내용을 이미 각 지자체에 지침으로 보냈으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 차원에서 저류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역별로 관거에 중점을 둬야 할 곳과 저류시설을 확충해야 할 지역을 구분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전반적인 큰 틀을 만들 계획이다.

 

▲ 저농도 하수 유입 사례.

세 번째로 오는 2015년까지 부적정 운영 하수처리시설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이 여전히 저농도 하수가 유입되는 하수처리시설이 많은 실정이다.

 

저농도의 하수가 유입된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합류식으로 연결돼 있어, 우수배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며 오수관과 우수관 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설계기준 대비 50% 이하의 저농도 처리시설이 전체 470개중에서 61개에 달했다.

환경부는 지자체, 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 민간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통해, 대상 처리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우수관거 정비계획과 연계해 계곡수, 하천수 유입 차단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내년 하반기까지 연차별 사업물량 및 투자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

 

▲ 환경부는 오는 2015년까지 부적정 운영되는 하수처리시설을 정상화하고, 2020년까지는 부실 차집관거(사진)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차집관거 개량 본격 추진
끝으로 차집관거 개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오수 이송 등을 위한 지선 위주의 관거정비로 인해 상대적으로 차집관거 정비는 미뤄져왔다. 이는 그동안의 하수도사업이란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때, 신속한 하수배제를 통해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하수관거 보급률 75%를 달성했으며 지난 10년간 약 4조4천억 원 규모의 지선관거 정비 투자가 이뤄진 만큼, 차집관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본격적인 차집관거 정비 시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도 일시에 정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업을 선별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오는 2020년까지 부실 차집관거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 전국의 차집관거 실태조사를 실시해 사업량 파악 및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지자체 수요조사를 거쳐 차집관거 개량 시범사업을 추진해 효율적인 사업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자체에서 차집관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예산 반영을 요구하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