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1년 12월호 특집 기사]

 

 

 

 

▲ 신진호    기상청 기후예측과 연구관

먼저 지난 여름철 강우 특성과 겨울철 장기전망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올해 집중호우로 인해 도시가 침수되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추석 서울 강서·양천구가 물에 잠겼고, 지난 7월에는 강남일대가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큰 피해를 당했다. 특히, 지난 7월27일 서울의 하루 강수량은 301.5㎜였으며, 관악구 남현동의 경우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13.0㎜를 기록했다. 즉, 재해위험이 크고 예측 한계를 벗어난 특이기상 발생빈도가 증가했다.

올해 여름철 기상 특성을 살펴보면,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렸고 장마가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났다. 또, 여러 차례 국지적 집중호우가 발생했으며 서해상으로 북상한 2건의 태풍으로 전체적으로 강수일수가 많고 일조량이 부족했다. 

 

올해, 도시지역 집중호우 빈발
[그림 1]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강수량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연간 1천300㎜의 비가 내린다. 그런데 올해 여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천48㎜로 평년 726㎜보다 약 322㎜나 더 왔다.

서울의 경우 1천702.3㎜의 비가 내렸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많은 비가 왔다. 상대적으로 보면 경북동해안에 비가 가장 적게 내렸으며 영덕의 경우 422.2㎜에 그쳤다. 이처럼 올해 여름철 기상은 지역적인 편차가 큰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림 2]는 올해와 평년의 강수량 편차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강화지역의 강수량 편차는 870.2㎜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에 비해 올해 870.2㎜의 비가 더 내린 것이다. 이에 비해 포항의 경우 115.3㎜ 정도가 덜 내렸다. 즉,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지역에서 주로 많은 비가 내렸고 상대적으로 동해안 쪽에는 비가 적게 내렸다.

 

▲ 지난 7월27일 서울의 하루 강수량은 301.5㎜였으며, 관악구 남현동의 경우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13.0㎜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강남일대가 집중호우와 우면산 산사태로 큰 피해를 당했다.

장마전선 발달로 집중호우 유발
이러한 원인으로 장마의 특성을 꼽을 수 있다. 여름철 장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어떤 모양을 가지느냐에 따라 장마전선과 특성이 결정된다. 올해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파동이 발달하면서 공기의 흐름들이 큰 뱀의 모양으로 사행(蛇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보다 북쪽으로 치우쳐지면서 장마전선이 잘 발달됐고, 그에 따라 장마가 일찍 시작해 일찍 종료된 것이다. 즉, 한반도 북서쪽 기압골(Trough)과 기압능(Ridge)이 발달, 정체를 반복하면서 우리나라 상층에서 온난다습한 공기와 한랭건조한 공기간의 충돌이 지속적으로 발생, 집중호우를 유발했다. 
 

강수폭 좁아 지역 편차 커
특히, 올해 여름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실제로 서울지역 자동기상관측기기(AWS) 89.3%에서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적인 강우를 관측했다. 또한 같은 서울지역이라도 강수폭이 좁아 강수량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27일 8시10분 기준 1시간 누적 강수량을 보면 강남 관악산 일대에 100㎜가 내렸는데 강북 노원은 0.5㎜가 내렸다. 거리상으로 30㎞의 차이지만, 강우량은 거의 200배나 차이를 보였다.
지난 7월26∼28일까지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의 특징을 봐도 이러한 지역적 강수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7월26∼28일까지 3일간의 강수량은 587.5㎜ 였으나 경기도 동두천과 문산의 경우 7월27일 하루만에 강수량이 각각 449.5㎜와 322.5㎜를 기록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7월27일 서울 남현동의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13.0㎜였던 반면 강북은 2.0㎜에 그쳤다. 즉, 강수폭이 좁아 지역적 강수량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지난 7월27일 1시간 최다 강수량이 96.0㎜를 기록했다. 이는 부산지역 관측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으로 부산지역 AWS 중 60%에서 시간당 50㎜이상의 강수량이 관측됐다. 특히, 부산도 지역적 강수량 편차가 매우 컸으며 남구 대연동과 동래구를 비교해 본 결과 7월27일 하루 누적 강수량이 각각 269.5㎜와 79.0㎜로 나타났다.

다음은 전라북도 사례이다. 지난 8월9일 정읍시의 하루 강수량은 420.5㎜로 이 지역 관측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좁은 지역에서 지형적 특징과 위치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났으며 정읍과 19㎞ 떨어진 북흥면은 하루 강수량이 109.5㎜를 기록했다. 약 3∼4배 정도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아리·무이파 집중호우 동반
올해는 제 5호 태풍 ‘메아리(MEARI)’와 제 9호 태풍 ‘무이파(MUIFA)’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태풍에 의한 집중호우도 동반됐다. ‘메아리’의 경우 지난 6월22일 필리핀 마닐라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6월27일 신의주 동남동쪽 육상에서 소멸됐으며, 이례적으로 6월에 서해상으로 북상한 것이 특징이다. 보통 태풍이 6월에 우리나라까지 올라오지 않으나 올해는 6월에 서해상까지 올라와 장마전선과 만나면서 중부지방에 6일 연속 많은 비를 내렸다.

‘무이파’는 지난 7월28일 미국 괌 서쪽해상에서 발생해 8월9일 평안북도 강계 북쪽 육상에서 소멸됐다. 무이파는 올해 서해에서 북북서로 북진한 두 번째 태풍으로 따뜻한 바다를 느리게 이동하면서 아주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해 집중호우를 유발했다.

이상기상 강도·발생빈도 증가
이러한 태풍의 원인으로는 역시 북태평양 고기압을 꼽을 수 있다. 즉 고기압이 북쪽으로 발달하면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태풍이 서해상으로 통과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 접근할 때, 북태평양 고기압이 대한해협 이남으로 발달하면 태풍은 그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 내륙을 통과한다.

그러나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북으로 발달하면서 태풍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 서해안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은 섭씨 0.74도 상승했으며 기온상승으로 인해 공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집중호우, 가뭄 등 단기적 이상기상 현상 강도 및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까지 합쳐서 아시아권에서 비로인한 피해가 매우 컸다. 최근에는 태국에서 홍수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그 반대편 미국이나 아이티공화국, 칠레 지역에서도 홍수로 인해서 많은 피해가 있었다.
 

▲ [그림 5] 태풍의 이동경로 비교

여름철 강수량·강수일수 증가
지난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올해의 기후 특징이 과거에 비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비교해보면 여름철 평균 강수량과 강수일수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침수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집중호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표 2]에서와 같이 지난 198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해보면 최근 들어 집중호우의 양상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극단적인 강수가 증가하면서 예년에 찾아볼 수 없는 굉장히 뚜렷한 집중호우 양상을 보여줬다. 이러한 현상은 하수를 처리하는 입장에서 심각한 도전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장마 전에 강수량이 적은 반면 장마기간과 장마 후에 강수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올해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기간 동안 757.1㎜의 강수량을 기록해, 366.4㎜의 평년 강수량 대비 약 207%나 많은 비가 내렸다. 장마이후에도 평년 316.6㎜ 보다 170% 많은 537.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장기예보 활용 집중호우 대비
이처럼 여름철 집중호우가 일상화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앞으로 집중호우의 변화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도시 홍수를 유발하는 집중호우 등에 대한 정보는 기상청 날씨예보와 장기예측을 통해서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장기예보는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기상청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료는 하수를 처리하는 단기 또는 장기 계획 수립 시 유용할 것이다.

다음은 올해 겨울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70%의 강수량이 집중되는 반면에 나머지 30%는 겨울, 봄, 가을에 내리고 있다. 30%는 큰 수치는 아니지만, 겨울철의 경우 호남이나 영동지역에 대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해서 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기상청에는 ‘기상이 강해야 선진국’이라는 사내 표어가 있다. 이 말을 하수처리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치수가 강해야 선진국’이라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국에서는 도시 홍수와 침수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따라서 기상청의 정보를 잘 활용해서 도시침수에 대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주기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