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12년 1월호 특집 기사 / 원문은 파일첨부 참조]

 

 

 

 

▲ 박 재 영 처장

지난해 7월25일 이후, 태국은 50년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366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11만 명, 5천억 바트(18조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태국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해 침수지역에 위치해 있던 2만 개가 넘는 기업에서 5천300명이 실직했다. 태국의 한강이라 할 수 있는 차오프라야(Chao Phraya)강은 유역면적이 15만9천㎢로 낙동강 유역의 7배에 달하며 유로연장은 1천200㎞이다. [그림 1]에서 처럼 파랗게 나와 있는 부분이 침수지역으로 길이로 봤을 때, 약 250㎞가 완전히 물로 덮여 있다.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보니 K-water 직원들이 이와 같은 범람도를 4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차오프라야강이 타이만(Gulf of Thailand)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태국 수도인 방콕(Bangkok)이 위치해 있으며, 지난해 10월 대홍수로 방콕 일대가 큰 침수 피해를 겪었다.

 

RCP 6.0으로 기후변화 예측
지난 2010년 11월 태국 관계자의 초청을 받아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그 당시 태국 홍수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또, 이번 홍수 시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 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서 추진 중인 기후변화 시나리오 RCP 6.0(기후변화 예측을 위한 대표적 농도 패스)으로 미래 태국의 기후변화 전망을 살펴봤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시나리오는 최근 온실가스 농도 변화 경향과 예측모델을 반영한 5차 보고서를 위한 새로운 온실가스 시나리오로 RCP 6.0은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경우’이다. 복사강제력은 6.0W/㎡이고 CO₂는 670ppm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자료수집은 CMIP(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로부터 세계 각국의 20개 일반 해류대순환모델(GCM)의 태국 자료를 취득해 분석했다. 일반 해류대순환모델은 지구 전체에 걸쳐 있는 대기 또는 해양의 운동을 계산하는 수치 모델을 말한다.

 

▲ 태국은 지난해 7월25일 이후, 50년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366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11만 명, 5천억 바트(18조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겪었다. 태국 수도인 방콕 인근 도시가 차오프라야강 범람으로 물에 잠겨 있다.

9월 홍수기 강수량 상승폭 매우 커
RCP 6.0에 따라 태국의 미래를 전망해 본 결과, 평년의 평균값과 비교해 비정상적 온도차를 나타내는 온도 아노말리(Temperature Anomaly)현상이 뚜렷이 증가했으나 강수량 아노말리(Precipitation Anomaly)는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의기간인 1860∼2099년까지 월별 온도와 강수량의 분포를 보면, 태국은 4∼5월의 온도가 가장 높고, 강수량은 6∼10월에 걸쳐 집중됐으며 특히, 9∼10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아노말리에서는 구분되지 않는 우기의 강수량 증가가 확인됐다.

 

[그림 3]은 모의기간 계절별 강수량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3개월 단위로 끊어서 강수량의 변동성을 비교해봤을 때, 전체 모의 기간 중 갈수기와 4∼6월은 변동폭이 작은 반면에 7∼9월, 특히 9월 홍수기에는 강수량 상승폭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이번 홍수 피해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기상학적 원인을 들 수 있다. 즉, 태국은 2011년 예년에 비해 매우 큰 강우가 발생했으며, 대략 평년의 150% 수준에 달하는 규모로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그림 4]는 지역별로 평균강우량과 2010∼2011년 최대 강우량을 비교한 것이며 태국 탁(Tak) 지역과 수도 방콕, 그리고 핏사눌록(Phitsanulok) 지역의 강우량을 나타낸 것이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이 평균 강우량이며, 뒤에 파란색 막대그래프가 2010∼2011년의 월별 최대 강우량이다.

 

2011년 탁(Tak) 지역은 평균강우량인 995㎜보다 약 146%나 많은 1천450㎜의 비가 내렸으며, 방콕도 평균강우량 1천631㎜보다 146% 증가한 2천390㎜의 비가 내렸다. 태국 북부지역에 위치한 핏사눌록은 평균강우량 1천296㎜보다 156% 많은 2천27㎜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태국 전역의 강우지속일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차오프라야강 일대는 186일 동안 연속강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강우지속일수의 증가는 높은 유출률로 이어져 홍수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 차오프라야강 유역에는 무려 186일 동안 연속강우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강우지속일수의 증가는 높은 유출률로 이어져 대홍수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차오프라야강, 구조적으로 배수 불리
홍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형학적 요소를 들 수 있다. 차오프라야 유역은 상류는 급경사를 이루는 반면 하류는 평평하고, 높은 조위 등으로 인해 배수에 매우 불리한 지형이다. 또한, 상류 유역은 댐 부족 등으로 저수능력이 낮은 실정이다.  

 

[그림 5]는 태국의 유역체계이며 태국의 4대강이라 불리는 핑강(Ping River) 유역, 왕강(Wang River) 유역, 욤강 유역(Yom River), 난강(Nan River) 유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형학적 원인을 검토하기 위해 이들 상류 4대강의 경사도와 저류량 등을 검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강 유역에서 약 340㎜를 저류할 수 있고, 낙동강 유역은 150㎜, 금강 유역은 240㎜를 각각 저류할 수 있다. 그런데 태국은 핑강과 난강 유역이 각각 416㎜와 280㎜를 저류할 수 있는 반면에 왕강은 18㎜, 욤강은 4㎜를 저류하는 데 그쳤다.

중·하류 병목구간 침수 야기
이처럼 차오프라야강은 상류 지역이 급경사를 이루고 저류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중·하류 지역은 물 빠짐이 급속히 감소하는 병목구간이 있어 침수를 유발하고 있다.

[그림 6]과 같이 상류의 강이 흘러 도시를 거쳐 타이만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차오프라야 강 상류에서 3천700CMS(㎥/s)를 기록했던 유량이 중류에서 2천900CMS, 1천800CMS로 급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방콕 인근에서 3천CMS, 3천200CMS로 상승하지만, 일반적으로 하천이 하류로 갈수록 넓어져 유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차오프라야강 유역은 하류로 갈수록 좁아지는 병목구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에 태국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물 관리에 대한 투자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도 유역이 좁고 경사가 급해 이를 단점으로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기존 댐 홍수조절 기능 부족
이밖에 기술적인 원인으로 기존 댐의 홍수조절 기능이 부족한 것을 들 수 있다. 핑강은 소양강댐의 5배나 되는 큰 댐을 갖고 있고, 난강도 소양강댐의 3배 되는 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댐 운영에 있어서 홍수방지를 위한 목적은 채택되지 않은 채, 발전회사가 발전을 위해서만 댐을 운영하고 있다. 즉, 단일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댐 운영에 있어서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하고 통합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러한 이유로 인해 태국은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난 11월23일에는 탁신 치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 일행이 K-water 본사를 방문해 유역통합 물관리 시스템(IWRMS)과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현황 등을 살펴봤다. 특히, 다목적 댐의 홍수조절 능력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기상 예측, 과학적 물관리 기법, 유역통합 물관리 시스템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 태국의 홍수예방을 위한 단기 계획으로는 연계운영 및 IWRMS(유역통합 물관리 시스템)를 구축하고 병목구간 준설 및 농경지 개선 추진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다목적 댐 건설, 강변저류지 확보, 우회 방수로 건설, 배수 구역화 사업, 하구둑 및 보 건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

상·중·하류 맞춤형 대책 시급
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홍수관리의 기본개념은 교통관리와 매우 유사하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교통통제를 통해 차량을 분산시켜 교통체증을 예방하고 하이패스로 차량이 고속도로를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교통관리를 태국의 홍수관리에 접목시키면 일단 상류에서는 물을 저류해야 한다. 물을 저류하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장 기본적인 홍수예방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태국이 입지조건이 맞아 댐을 건설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류는 하이패스의 개념이 필요하다. 물이 빨리 바다로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방수로 등의 시설을 도입해야 하고, 중류의 병목구간은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물관리 자동화 개념 도입 필요
상·중·하류 지역별 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상류에는 댐을 건설해야 한다. 욤강 유역의 총 저수량은 약 11억7천500㎥이며, 상류의 급작스런 홍수 저감을 위해서 다목적 댐을 건설해야한다. 이러한 다목적 댐 간의 연계 운영과 통합 수자원 관리, 자동화 등의 개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화를 강조하고 싶다. K-water는 1분마다 운영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나 태국은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데이터 뱅크(Data bank)’라는 개념으로 매일 나오는 자료를 그냥 쌓아놓고 있다. 또, 담당자간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선진화된 관리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중류지역은 강변저류지와 홍수조절지 등을 통해 지체 효과로 홍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병목구간 준설과 농지 개선 등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병목구간 준설을 통해 홍수 통수능을 개선하고 준설토는 농경지 높임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왕립관개청, 방수로 계획 수립
하류는 방수로 및 기존 하도를 확장할 수 있다. 우선 유량배제용 방수로를 통한 침수구역을 최소화해야 한다. 방수로 확충은 이미 지난 2010년에 K-water가 제안했던 사업으로 이번에 조사를 위해 재 방문했을 때, 태국 왕립관개청(RID)으로부터 방수로 계획의 기술검토를 부탁 받았다. RID는 태국에서 실질적으로 물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이번에 RID가 수립한 방수로 계획은 병목구간에 길이 400㎞, 폭 250m, 깊이 10m의 수로를 설치하는 것이다. 기술검토 결과 이번 계획이 규모나 개념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단지 이 수로가 관수로가 아니라 개수로이기 때문에 낙차가 3∼4m인 일부구간은 1천CMS(㎥/s)의 유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수로 외에도 배수구역을 구역화하고 하구둑 및 보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이는 펌프 용량을 고려해 배수구역을 적정하게 나눠 홍수를 예방하고 염수침입 방지 및 준설 후 수위의 유지 관리를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태국 관계자들에게 4대강 사업의 가동보를 제시했다. 가동보를 도입할 경우 홍수 때는 보를 개방해 범람을 예방하고, 갈수 시는 저류한 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조사단 구성·운영해야
지금까지의 대책을 장·단기 계획으로 구분하면 우선 단기 계획으로 연계운영 및 IWRMS(유역통합 물관리 시스템)를 구축하고 병목구간 준설 및 농경지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태국은 2012년 6월 이전에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기 이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또 다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다목적 댐 건설, 강변저류지 확보, 우회 방수로 건설, 배수 구역화 사업, 하구둑 및 보 건설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장·단기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한국은 수자원 계획을 수립할 때 제일 먼저 유역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실시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따라서 태국도 공동조사단을 통해 차오프라야강 유역조사 및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지속적인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협력은 물론, 궁극적으로 차오프라야강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