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자 ■ ·좌장 = 이종태 경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김규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지난 3월5일 서울 중구 수하동 소재 페럼타워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제3차 시민대토론회’에서는 서울시의 종합대책 중에서도 대심도 저류배수시설 설치계획을 중심으로 전문가 토론 및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지명토론자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김규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은 광화문 지역 대심도 터널 설치 계획안을 놓고 “예산낭비를 야기할 수 있다”라는 반대 의견과 “시간당 100㎜ 강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심도 터널 설치가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으로 팽팽히 맞섰다.

“대심도 터널, 지난해 급조된 사업”

▲ 박 창 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박창근 교수 지난해 7월27일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침수피해를 겪으며 서울시는 2011년을 ‘기후변화 대응 도시 방재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수해방지 대책을 수립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대심도 터널로 지난해 10월에 급조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이런 사업 자체가 없었다.

앞서 서울시 고태규 과장의 발표에서 언급된 서울시의 저지대 지역 7곳에서도 대심도 빗물터널 사업은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이 7개 지역에 대해서 획일적으로 대심도 빗물터널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아예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는 빗물저류시설인지 지하하천인지의 개념도 없었다가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하하천의 개념으로 정립됐다.

실제로 신월동의 경우 지난해 7월27일 홍수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지하저류조를 건설하는 것으로 공고가 나서 설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지하하천 개념으로 사업이 바뀌게 됐다.

무엇보다 유량배분 계획도 제대로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 강우량 중 기존 하수관로를 통해서 70%를 처리하고 나머지 30%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유량배분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한 계획이 제대로 없었던 것이다.

또 나머지 30%를 처리하는 방안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하하천이나 지하저류조도 있고 배수관망을 분산시키는 방식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으나 오직 대심도 빗물터널 하나로만 계획됐다.

“지역맞춤형 홍수대책 추진해야”
그래서 제시했던 것이 지역맞춤형·생활밀착형 홍수대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언급한 7개 지역의 상황은 다 다르다.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여러 대책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대심도 빗물터널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츠루미강(鶴見川) 같은 경우, 3천400개 정도의 작은 지하저류공간을 확보하고 유역차원에서 약 390만㎥을 저류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바로 생활밀착형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소규모의 생활밀착형 사업은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단은 대심도 빗물터널 사업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차피 대심도 터널을 지금부터 설치한다고 해도 3년 내지 5년은 공사를 해야한다. 그렇다면 몇 개월만 더 확보해서 대심도 빗물터널이 필요한 지에 대해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다.

우선 홍수위험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50㎜ 강우 시 신월동 어느 지역이 잠기는지, 또 70㎜의 경우 얼마나 침수가 되는 지 등 홍수위험지도를 만들고 그에 따른 대응방안이나 행동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대안 꼼꼼히 검토해야”
자료의 신뢰성도 문제이다. 광화문의 경우, 이전에 발표된 서울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95㎜까지는 해소할 수 있다고 했으나 오늘 발표에서는 75㎜/hr까지는 안전하고 시간당 75∼95㎜까지는 부분침수, 95㎜/hr 이상이면 전면 침수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지난 2010년 집중호우 당시 시간당 최대 72㎜의 비가 내렸으나 광화문 일대가 침수됐다. 현재의 기준대로라면 지난 2010년의 집중호우는 견딜 수 있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지하 6층을 홍수 저류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 층이 1만5천㎥으로 3개 층을 이용하면 충분한 저류공간을 확보하는 대안이 된다. 또, 광화문 광장도 재산상의 피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대규모 저류지로 활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가 이러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 도입 가능한 여러 대안을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유량배분 계획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심도 빗물터널을 급조하는 논리를 내세운다면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추진된 사업은 자칫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 김 규 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홍수방지 국민 생존권과 직결”
·김규호 연구위원 도시홍수에 관심을 갖게된 때는 지난 1984년 풍납동·망원동이 큰 수해를 겪고 난 후부터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도시홍수 대응책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빗물펌프장을 증설하거나 우수배관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그 동안 대한민국의 도시홍수에 대한 행정측면과 재난관리측면에서 많은 모범을 보여줬으나 몇 가지 미흡한 점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근본적인 치수대책의 수요와 공급방안에서 고려돼야 할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말이 있듯이 동서고금 어느 나라이건 간에 홍수, 가뭄 등에 대한 재해방지는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왕조의 청계천이라 할 수 있다. 조선 21대 영조는 청계천을 증설해서 역사적인 치수사업을 했으며 그 사업에 의해서 서울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왔다. 그러다 일제시대를 거쳐서 하천변, 특히 중랑천, 안양천에 제방을 건설했으며 지난 1960년에 들어서는 제방건설이 지자체가 아닌 지역화되어 각 지방으로 넘어갔다.

1970∼1980년대부터는 외국에서와 같이 빗물펌프장이 치수대책의 주를 이뤘다. 그러나 사실 제방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의 이러한 치수대책은 예산이나 기술적·경제적 요건에 의해서 지금과 같이 고도화되지 못했다.

“서울시, 수해방지 종합대책 필요”
지난 1975년 강남·반포지구 개발부터 1980년대 잠실 개발까지, 서울시가 동서지역을 확장시키면서 도시면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 자체의 홍수피해 잠재 가능성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이제 서울시는 지금처럼 국부적인 대책이 아니라 서울시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별로 단편적인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분석과 중기대책을 겸해서 10년 단위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오늘 발표된 내용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10년 단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박창근 교수께서 말씀하셨지만, 지역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하천변은 빗물펌프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그러나 하천변이 아닌 내지쪽은 방어능력이 부족하다. 물론 최근 일부 중·소하천을 정비하고 우수배제 기능을 강화하긴 했으나 강우량 증가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대심도 터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도 충분히 검토해야겠지만, 주민들을 생각하는 사회안전망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고 수요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수요가 뒷받침돼야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침수대책 목표 보다 명확해야”

▲ 배 덕 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배덕효 교수 침수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예전에는 5∼10년 빈도의 침수대책을 수립했지만, 이제는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시민들의 요구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 서울시에서 이 부분을 해결해 줄 것인가 하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10년 빈도라는 것은 10년에 한 번 정도의 비에 대해서는 특정 지역이 침수된다는 것을 감안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침수지역은 서민들이 사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을 대상으로 서울시에서 어느 정도의 목표를 세울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지난해 서울시는 소방방재청과의 논의에서 시간당 100㎜ 정도는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100㎜/hr은 50년 빈도에 조금 못 미치는 강우량이다. 그러다가 30년 빈도를 기준으로 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보다 명확한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만약 시에서 100㎜/hr에 대응하는 침수대책을 세운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과연 이 기준이 적정한가 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침수 취약지역은 45곳으로 지난 2001년과 2010년 집중호우 시 이들 지역은 8.9% 밖에 견디지 못했다.

또한, 현재 서울시가 수립한 침수대책을 적용해 100㎜/hr이라는 목표 강우량으로 분석할 경우, 특정지역에서 맨홀 월류가 반 이상 발생하는 곳이 35%이었다. 맨홀 월류는 반 이하지만 일부지역 침수가 예상되는 곳은 62%나 됐으며 100㎜/hr에 안전한 지역이라고는 2∼3%밖에 되지 않았다. 즉, 정말로 서울시가 시간당 100㎜의 강우량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수방대책의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수방대책, 기후변화 영향 반영해야”
세 번째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는 10년 빈도 1시간 강우량으로 75㎜를 생각하고 있는데 오는 2020년이 되면 30년 빈도 혹은 50년 빈도의 폭우가 10년 빈도로 잦아질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시간당 100㎜ 강우에 대비하는 것은 서민 대책으로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와 맞물려서 대심도 터널은 우리가 충분히 도입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지난 2010년과 2011년 집중호우의 특성을 보면 4가지의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강우일수가 증가했다. 2010년에는 여름 3달 동안 56일의 강우일수를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47일이었다. 거의 하루건너 하루씩 비가 와서 우리가 온대 지역에 사는지 아열대 지역에 사는지 모를 정도였다.

강수량도 증가했다. 2010년 여름에는 1천400㎜, 2011년에는 1천640㎜의 비가 내렸으며 이는 우리나라 연강수량의 70∼80%가 3달 동안 내린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강우의 지역적 불균형을 들 수 있다. 강서구·양천구 일대는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내렸으나 의정부는 23㎜/hr 정도에 그쳤다.

특히, 서울시 내에서도 강수 분포에 있어 큰 차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3시간 지속강우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도시의 배수시설을 설계할 때, 대부분 1시간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를 하는데 3시간 지속강우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렇게 3시간 지속강우량이 증가하게되면 도시는 물을 저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한다. 물론, 과연 2010년과 2011년의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지, 일시적인 현상일 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45개 지역 중에서 오늘 7개 지역이 새로운 침수대책이 필요한 곳으로 꼽혔다.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면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월동이나 광화문 일대, 특히 신월동의 경우 고지배수로나 기존의 관거개량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 봤으나 큰 틀에서는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 박 재 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실현 가능한 목표부터 수립해야”
·박재현 교수 광화문 일대의 통수능을 보면 시간당 40∼50㎜로 5년 빈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울시의 간선하수관과 우수배관은 10년 빈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서 오늘 발표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서울시가 오는 2021년까지 시간당 100㎜에 해당하는 강우를 견디도록 침수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따른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지가 큰 문제이다. 침수 취약지역 대부분이 광화문 일대와 같이 5년 빈도로 설계되어 있는데 100㎜/hr이면 50년 빈도에 해당된다.

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우수처리를 위해 하수관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따라서 무엇보다 현재 매설되어 있는 배수관망의 검토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배수관망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의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유역 중심 홍수총량제 도입 필요”
두 번째는 예산절감을 위해서 기존 우수관거의 방어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퇴적물로 인해 물 흐름이 막히면 청소를 해야하고 일부 병목구간이 있다면 그 부분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관리가 예산을 줄이는 핵심요소이다.

세 번째로 유역 중심의 홍수총량제 도입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오늘 발표된 내용을 보면 상당히 파편적인 대안이 분석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놓고 처리되지 않는 물을 대심도 터널로 처리하겠다는 논리인데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와중에 새로운 대책을 추진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유역 중심의 홍수총량제는 전체 홍수량을 정하고 소유역별로 홍수량을 배분해 관리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각 소유역별로 저류할 수 있는 양은 충분히 저류하는 것이다. 불투수율 저감도 필요하다. 현재 도시화율이 49%이기 때문에 불투수율을 줄이면 홍수저감에 도움이 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도 있었다. 약 20%의 불투수면적을 줄이게 되면 홍수량을 1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기술적 오류 파악해 대안 제시 필요”
이러한 대안들을 실행해도 잉여분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야말로 다른 대안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이 잉여분을 계산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함정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홍수량은 합리식에 의해 산정하고 우수관거에 대한 것은 일반 관거계산으로 산정해서 통수능을 결정했다. 그런데 실제 간선 우수관거의 경우, 계획통수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도시유역에 관한 수문모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즉, 계획은 10년 빈도로 되어 있을지라도 5년 빈도도 견디기 힘든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문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기술적 문제로는 우리가 홍수량을 평가할 때 임계지속시간 개념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서울시는 지속시간이 2∼3시간 정도 되는 강우가 상당히 많은 홍수량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산정방법은 실제 강우강도보다 훨씬 더 홍수량을 과다하게 산정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도달시간이라는 개념과 임계지속시간이라는 두 가지 개념의 조정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대심도 터널 도입에 대해서는 우회수로 형태인지, 저류용으로 갈 것인지 목적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스마트 터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은 우리가 보다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염 형 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침수피해 원인 파악 선행돼야”
·염형철 사무총장 서울시 수방대책에 대한 3차 토론을 하면서 지난 1·2차 토론 때와 달리 찬성과 반대 입장의 의견 차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홍수의 원인과 대책방향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내놓은 대책은 지난 토론 때 대책 그대로여서 놀랐다. 원인과 진단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으면 이를 반영해 수립된 대책도 상당부분 바뀌어야 할텐데 어떻게 대책이 하나도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

서울시는 도시홍수의 첫 번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제시했다. 강수량이 늘고 강우일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의 기대욕구가 늘어나 이제는 훨씬 강한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두 가지 주장 다 일정 부분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보다 먼저 다뤄야 할 문제가 있다. 사실 지금은 시간당 100㎜에 대응하는 홍수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왜 시간당 75㎜도 안 되는 집중호우에 이렇게 많은 침수피해가 발생했나?”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7월27일에 580곳이 침수됐다. 침수지역 중 대부분이 시간당 75㎜ 이내의 강우량을 기록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진단 없이 시간당 100㎜의 강우에 대해서 대책을 세운다니, 또 더 나아가 이를 위해 대심도 터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도적이든 부주의해서든 논점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시간당 100㎜에 대응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왜 서울시가 장담했던 75㎜/hr에서도 침수피해를 겪어야 했는지에 대해 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존 도시계획 점검·개선해야”
우선 서울시에서는 침수의 1차적 요인으로 시설용량을 초과한 집중호우를 꼽았다. 2차적 원인은 도시화로 인한 유출량 증가와 과거 침수지역으로의 인구·자산의 집중 때문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불투수층의 증가가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서울시가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서 일차적인 원인을 이상강우라고만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 생각한다.

사실 현재 침수지역에서 2010년과 2011년의 강수량은 이상강우라 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막연하게 시설용량만을 증가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시설용량 증가에 앞서 기존의 도시계획에 대한 반성과 점검·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또, 침수의 원인으로 선행강우의 영향이 언급됐으며 3시간 지속강우량이 증가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서울 인근의 하천들은 하천의 길이가 대단히 짧다. 홍수가 났던 청계천의 경우 상류에서부터 비가 내려오는데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도달거리가 짧기 때문에 3시간 지속강우량의 증가는 서울시 홍수의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신월동 침수, 목동 개발도 한 몫”
오늘 발표된 침수대책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신월동의 침수원인은 물론 그 지역이 저지대이기 때문이지만 더 근본적으로 목동을 개발하면서 사실상 이 지역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즉, 도시계획 실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광화문 지역도 마찬가지다. 광화문 광장 등 주변 지역을 개발하면서 온통 다 불투수층으로 도배를 해버렸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잘못된 도시계획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이러한 지역을 되도록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뉴타운을 비롯한 많은 도시계획에서 이러한 침수대책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하면 또 다시 비슷한 논리로 대규모 시설을 건설하자는 주장이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광화문 광장의 경우 지난 2010년 추석, 큰 홍수가 났고 지난해에도 침수피해를 겪었다. 주요 원인은 하수관로가 C자형으로 되어 있어 제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빗물받이 시설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은 지난해 단기대책을 추진하면서 대부분 개선됐다. 그렇다면 이제 개선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평가한 다음에 대책을 수립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느닷없이 효자동과 묶여서 대심도 터널을 짓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원인과 맞지 않는 엉뚱한 대책이다.

무엇보다 서울의 계획홍수위 이하 지역과 7곳의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 계획안이 신월동 지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불일치하다. 우선순위가 아닌 지역에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잡다보니 계획홍수위 이하 지역과 상관없는 곳에 대책을 내놓는 형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역주민 의견 반영될 수 있어야”
사실 이렇게 대규모 시설을 만드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급한 일은 이런 시설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강서구의 경우, 2010년과 2011년 비슷한 강우량에도 침수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시민들이 상황을 인지해 대응하고 공무원들도 미리미리 대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시설이나 첨단기술이 사실상 기대만큼 피해를 줄이는데 효과적이지 않다. 필요하지 않은 시설, 급하지 않은 시설, 많은 관리비가 들어가는 시설은 결국 서울시에 굉장히 많은 부담을 줄 것이다.

대규모시설이나 첨단시설이 아니라 지역별로 훨씬 작은, 정교한 곳에서부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늘 토론회도 서울시의 발표와 함께 지역주민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발표가 있었다면 방향이나 예산 부분이 매우 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보다 근본적인 검토와 반성,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수방정책 마련하는 계기 되기를”

▲ 이 종 태 경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이종태 교수(좌장) 오늘 열린 ‘기후변화 대응 서울시 수방 대책방안’ 전문가 토론회의 내용을 요약하면,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께서는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대규모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을 감안해 배수구역의 특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존 하수관거의 배수계통을 점검하고 더 좋은 방안은 없는지 지역맞춤형·생활밀착형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급된 것처럼 세종문화회관의 지하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고, 일시적인 노면 침수를 허용한다면 지하배수시설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대체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세종대학교 배덕효 교수께서는 기후변화와 증가되는 강우량 추세로 봤을 때, 수방시설을 확충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방목표가 높아지면 새로운 설계기준과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배수시설 확충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박재현 교수께서는 우수량을 산정 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해주셨다. 수문모형과 같이 새롭게 개발된 기법을 도입하고 기준을 강화해, 동일한 설계조건에서 바람직한 계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규호 연구위원께서는 서울시의 발전과정을 보았을 때, 중규모 도시에서 대도시, 거대도시로 발전해가면서 도시 배수시설도 이에 따라 확충되어 왔으나 일부 지역은 치수방재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개발이 이뤄짐으로써 재해에 노출되어 왔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꾸준한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셨다. 단기적인, 임기응변적 방안이 아니라 10년을 내다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께서는 구조적인 대책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비구조적인 대책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주셨다. 대규모 시설보다는 지역별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며 배수구역 내에서 이뤄지는 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토지 이용의 변화로 인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개발로 인해 불투수면적이 증가하거나 배수계통이 변동됨에 따라 조장되는 침수 등 이런 것들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2차 토론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단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에 관해서만 서울시에서 발표한 것이 좀 아쉽다는 평이었다.

서울시는 지난해를 ‘기후변화 대응 도시방재’의 원년으로 삼고 도시 재해안전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강구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민대토론회를 가졌으며, 서울시 수방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도출했다.

특히, 오늘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께서 좋은 의견을 내놓았다. 아무쪼록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서울시에서는 심도 있게 검토하여, 서울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수방정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