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비에 르플레(Xavier Leflaiva) OECD 수석연구원

생산부문 물수요 400% 상승 전망
『OECD 환경전망 2050』은 베이스라인(Baseline) 시나리오를 토대로 완성됐으며 이 Baseline 시나리오란 현재의 정책만을 유지할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앞서 쿠미 키타모리(Kumi Kitamori) 고문이 설명한 것처럼 Baseline 시나리오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세계 경제는 4배 성장할 것이며 인구는 20억 명이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물 환경 분야 전망에 있어 4가지 주요 이슈로는 수량, 수질, 물 공급과 위생, 물 관련 재해를 꼽을 수 있다. 수량 관련 문제로는 물 수요,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지하수 고갈 등이 있으며 수질 관련 문제로는 비 OECD 국가에서의 미처리 하수와 농업 분야의 영양물질(nutrients) 유출, 미세오염물질 등이 있다.

2050년의 물 수요를 전망해보면 20억 명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물 수요도 55%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낸 생산 부문의 물 수요는 400%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발전(發電) 부문의 물 수요가 140%, 가정용 물 수요가 1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조업, 전력, 가정용 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관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는 2050년이면 수자원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농업 종사자들이 작물 재배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물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물 스트레스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고서에 나와 있는 예측치만 보더라도 2050년이면 23억 명의 사람들, 즉 전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심각한 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강 유역으로 모여 생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물과 관련된 리스크를 경험하게 되고 불확실성과 위험에 취약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별로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프리카, 인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물 스트레스는 점점 더 심화될 전망이다.

 

물과 관련된 UN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볼 때, 안전한 물이란 기본적인 위생과 ‘개선된(improved) 음용수원’에 대한 접근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에 따라 수자원과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 정도를 살펴보면, 전세계적으로 지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약 18억 명의 사람들이 개선된 음용수원에 접근하게 됐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로 그동안 수자원과 위생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러한 음용수원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 수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도시화 속도가 상수도 연결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유지되면 2050년이 됐을 때, 2억4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안전한 수자원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또한, 14억 명의 인구는 기본적인 위생환경조차 충족되지 못한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처리 하수의 배출은 추가적인 오염을 야기한다. 도심의 하수로 인한 수자원 오염은 오는 2040년까지 3배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이유로 OECD 국가들은 처리되지 않은 하수로 인한 수자원 오염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으며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가에서의 지표수질은 농업 분야의 영양염류 오염과 낙후된 하수처리 시스템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농업 분야에서의 영양염류 유출로 인한 수질오염 예측치를 보면 OECD 국가의 경우, 수치의 절대값은 높지만 감소추세에 있다. 이에 비해 비 OECD 국가들 특히, 인도나 중국에서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로 수질오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양지역의 부영양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환경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물론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라 할 수 있지만 특히, 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북중국 지역, 그리고 한국도 이러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물 관련 재해의 경우, 홍수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하며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두 번째로 크다. 특히, 물 관련 재해로 인해 평균적으로 매년 2∼3억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가장 큰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재해로 홍수와 가뭄이 꼽힌다. 재산상의 피해는 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으며 지난 2005년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로 인해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홍수, 가뭄, 폭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는 더 빈번해질 것이며, 기후변화는 미래 수자원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류는 기후변화와 연계해서 물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취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선행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OECD와 네덜란드 환경영향평가청(PBL)이 사용한 모델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압박은 이번 세기 후반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수자원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저감·완화 정책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고 보다 유연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정책입안자들은 이러한 물 관리 정책을 언제 적절하게 적용해야 할지 그 시기도 고민해야 한다.

너무 이르거나 늦으면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오늘날의 과학기술로 수자원 수요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강수량이나 강수 패턴 등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OECD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이 유연하지 못한 편이어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물 관리 정책을 펼칠 때, 유연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물 관련 재해의 경우, 홍수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하며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두 번째로 크다. 특히, 물 관련 재해로 인해 평균적으로 매년 2∼3억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가장 큰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재해로 홍수와 가뭄이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발생한 태국 홍수 모습.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살펴보면 우선 첫 번째로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의 물 값 부과를 들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생산, 전력, 가정용 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물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OECD는 이에 대한 대응 정책으로 ‘물 가격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시장경제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정책 도입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 배분 문제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물 이용권(water rights)이다. 근대의 물 이용권은 수계에서 권리 소유자가 취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정하는 것으로, 많은 나라에서 물 이용권은 토지 소유권에 결부되어 왔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물 이용권을 토지 소유권에서 분리, 별개로 관리하기도 했으며 최근 몇몇 국가에서는 이러한 물의 권리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현재 호주나 칠레, 미국에서 고려되고 있는 내용이지만, 앞으로 정비해야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농업분야에서의 영양염류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오늘날 농지 유출수로 인해 수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호소의 부영양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환경과 보건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질소(N)나 인(P)이 들어있는 비료 대신 친환경 비료 등으로 대체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기본적으로 하수종말처리 시설이나 폐수처리 시설이 더 갖춰져야 한다.

 

효과적인 물 관리는 규제적 수단과 시장기반 수단을 결합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물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이나 방재, 보건 등 사회 전반의 관련 정책과 연계되어 물 관리가 일관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농업과 식량 정책도 물 관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에서는 다른 부처나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물과 관련된 기술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특정 기술을 지원하기보다 다양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예측과 전망을 통해 대책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2050년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수자원 시설에 투자하거나 어떠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2050년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고, 큰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가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계획을 세울 때도 지역단위의 계획을 세울지, 국가나 권역 단위의 계획을 세울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여러 가지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투자비용은 일회성 비용이므로 정작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추진에 앞서 장기적인 운영과 정비에 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 효과적인 물 관리는 규제적 수단과 시장기반 수단을 결합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물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이나 방재, 보건 등 사회 전반의 관련 정책과 연계되어 물 관리가 일관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폭우 때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로 서초구 방배동 삼성 래미안 아파트가 파괴된 모습.

발표를 마무리하며 OECD에서 수자원 관리와 관련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OECD는 물 정책 관련 거버넌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 있어 OECD가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OECD는 여러 정책 도구를 활용해 OECD 국가의 물 관리 정책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와 네덜란드에서 이런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각국 정부가 물 관리 정책과 관련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OECD는 여러 정책적 방법과 전문성을 통해 수요국의 물 정책을 개혁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와 관련해서 2년 단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013∼2014년에는 도시화와 물, 물 배분 메커니즘, 물 안보 등 3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만약 한국에서도 이러한 수요나 관심이 있다면 관련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싶다. 한국은 이미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OECD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과 같은 이러한 워크숍을 통해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