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Arsenic)는 현존하는 원소 중에서 지각에서의 존재비가 약 1.8ppm으로 약 51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며, 원소상태로 발견되지만 주로 황화물로 존재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비소(As)는 1급 발암물질로, 인체에 피부암이나 간암 등을 유발한다. 3가 비소와 5가 비소로 존재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5가 비소가 분포되어 있다.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은 지질적인 문제로 3가 비소가 포함된 곳이 많은데, 3가 비소는 5가 비소보다 약 40∼60배정도 독성이 강해 문제가 된다. 환경 관련 기관에서 매년 인체에 가장 위해한 물질 1위로 꼽을 정도로 비소는 독성이 강한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비소가 가장 위험한 물질로 꼽힌 이유는 독성이 강하다는 점도 있지만, 다른 물질에 비해 처리가 힘들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동남아, 비소 함유 지하수 식수로 사용

 

비소 피해가 많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구가 많은 데다 경제적인 이유로 3가 비소가 다량 포함된 지하수를 충분한 처리 없이 식수 용도로 이용하고 있어 그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메콩강과 홍강 주변의 충적대수층에서 비소 오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지역 등을 중심으로 분석했을 때 비소농도가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식수 내 비소 기준이 10ppb 이하인 것에 비해 캄보디아 지역에서는 200ppb 이상, 베트남 남부지역에서는 150ppb 이상, 북부지역에서는 300ppb까지도 검출되는 곳이 있었다.

 

▲ (주)다산컨설턴트에서 개발한 고속도로 터널 굴착 시 발생하는 비소가 함유된 터널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이러한 지역은 현재 산업화로 인해 수자원 수요가 매우 증가하고 있는 곳으로, 우기와 건기의 강수량 편차가 심해 물확보 편차도 매우 크다. 또한, 물공급이나 오염 수준을 통제하기 매우 어려워서 물 값이 비싸고, 이에 비소가 포함된 지하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흡착’ 이용 비소처리기술 연구 활발

이러한 상황에서 비소처리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기존까지는 통상적으로 비소처리에 이온수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온수지는 비소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반해 비용이 매우 비싸고 관리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더 효과적인 비소처리를 위해 흡착을 이용한 기술이 개발되는 추세이다. 근래에 개발 및 등록된 특허와 논문을 조사한 결과 흡착에 대한 연구가 점점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흡착제를 이용한 비소처리기술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3가 비소의 처리나 시범사업 규모 이상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비소 흡착은 철 산화물이나 알루미늄 산화물 형태를 기반으로 한 흡착제를 이용한다. 3가 비소의 처리를 위해서는 펜톤산화(Fenton Oxidation)를 적용하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착안해 ㈜다산컨설턴트는 2002년부터 환경산업기술원에서 연구과제를 수주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처음 기술원에서 비소에 관한 연구를 발주했던 당시의 취지는 폐광산 지역에서 비소가 포함된 폐수가 흘러나와 지하수와 하천수가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자체 과제, 국토교통부 과제, 환경부 과제 등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점차 기술을 개발해 관련 특허 9건과 녹색기술인증을 취득했고, 2010년에는 우수기술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02년부터 비소흡착제 개발에 착수해 최근인 2012∼2014년에는 환경부 국제공동연구사업으로 베트남 마을상수 공급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꾸준히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 (주)다산컨설턴트가 베트남 호치민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한 비소처리장치. 405명의 학생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다산컨설턴트는 연구개발을 통해 비소흡착제 및 다양한 중금속 흡착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CZ(Iron Coated Zeolite), Fe­Mn LDH (Fe­Mn Layered Double Hydroxide), ABA(Alum Based Adsorbent)가 있다.

ICZ는 철 산화물을 제올라이트에 코팅한 기술로, 비소뿐만 아니라 양이온 중금속을 동시에 흡착해 납(Pb), 구리(Cu), 카드뮴(Cd), 아연(Zn) 등의 흡착이 가능하다. LDH는 철, 망간의 이중수산화물과 망간에 의한 3가 비소의 산화 및 5가 비소의 흡착이 동시에 가능하다.

ABA 기술은 정수슬러지를 이용해 3가 비소와 5가 비소, 불소(F), 셀레늄(Se) 등을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로 가장 최근 개발된 신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해외에서 개발된 흡착제와 성능을 비교했을 때 ㎏당 비소 흡착량이 월등히 높아 우수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비소흡착기술이 국내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경북 구미시 우복광산 갱내수 처리 시스템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운영된 금, 은 광산으로 1980년 폐광된 이 광산은 폐광 후 광산 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로 사용해 왔으나 오염물질인 비소, 카드뮴, 납 등이 검출돼 농작물 피해가 우려됐다.

좁은 설치 부지와 전기시설을 따로 보유하지 않아 무동력 처리장치를 적용해 오염물질을 흡착, 하루 4.5㎥ 규모로 청정지역 배출허용기준을 만족하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도로공사 사업에 터널폐수 중금속 처리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여러 형태의 상수도 공급 장치가 보급됐지만 대부분 비소를 걸러낼 수 없다. 파란색판에 흰색 글씨는 비소가 오염되었다는 안내판이다.

 

고속도로 터널 굴착 시 발생하는 터널폐수에 매우 높은 수준의 비소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오·탁수 처리 시설과 연계한 비소처리 시스템을 공급했다. 하루 1천200㎥, 400㎥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해 10ppb 이하의 먹는물 비소기준을 충족시키는 시설을 운영했다.

또, 군산 마을 상수에 비소처리장치를 적용했다. 이 지역은 암반대수층의 지하수를 마을상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비소오염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어 물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비소처리장치를 통해 하루 10㎥ 규모의 상수를 먹는물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 공급하고 있다.

 

▲ 베트남 지역의 비소로 오염된 물.

 

국내 적용 이후 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해외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소오염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으로, 특히 캄보디아와 베트남 호치민 지역 등을 중점 대상으로 적정기술 연구를 수행했다.

캄보디아는 보통 우물이나 펌프 등을 주요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 중 비소로 오염된 곳이 상당수이다. 캄보디아 정부도 이러한 비소 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사정으로 우물 이용을 방치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잠재적으로 물시장 규모 및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해외 각국에서 우물을 파주는 등의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코이카(KOICA)에서 여러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비소로 오염된 지역에선 우물의 유무를 떠나 그 물을 이용할 수 없으므로, 자사에선 비소 흡착기술을 공급해 시장을 선점하고자 적용 기술을 연구해 왔다.

비소오염 현황 조사를 위해 방문한 지역에선 먹는물 기준인 10ppb를 훨씬 넘어선 90ppb, 100ppb 이상의 비소가 검출된 곳이 상당수 있었다. 베트남은 북부지역보다 남부지역이 상대적으로 비소농도가 낮았으며, 300곳 이상의 지역을 방문한 결과 60∼80ppb의 비소가 검출된 곳이 가장 많았다.

 

 

시장조사 후 시범사업으로 공동우물 형식의 비교적 큰 시설과, 개인 가정용 시설로 크게 2종류의 보급사업을 진행했다. 베트남의 학교용 비소처리장치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지하수에 50∼60ppb 정도의 높은 농도의 비소가 검출되는 지역에 적용됐다.

이들 지역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상수도 공급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처리 없이 주방용 식수로 오염된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상수 공급이 가능한 지역도 비싼 상수요금으로 인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실정으로, 약 6개월 간 수질분석을 실시한 후 2012년 11월 처리 설비를 설치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지역 주정부에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질을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학교로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 ㈜다산컨설턴트에서 베트남 가정에 보급하고 있는 5단계 필터장치를 적용한 가정용 비소처리 시스템. 올해 300여 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5단계 필터 적용 단계별 정수처리

 

한편, 여러 형태의 상수공급장치가 보급된 캄보디아에 비해 베트남 농어촌은 각 가정마다 개인 우물을 식수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전기 공급이 열악한 캄보디아, 베트남 등의 지역 형편에 따라 무동력 수두차를 이용, 가정용 비소처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수질조사 결과 오염물질에 따라 5단계의 필터를 적용했다. 첫 번째 필터에는 자사가 개발한 ICZ를 공급해 탁도와 양이온 중금속 등을 해결했고, 이후 단계별로 PP fiber, ABA, GAC(Granule Activated Carbon), Nano Silver Coated AC 등을 공급해 철, 망간, 비소, 냄새, 미생물 등을 처리했다. 처리용량은 단계에 따라 최소 1만5천L에서 최대 3만2천L에 달한다.

또한, 수두차를 이용한 무동력 시스템을 적용하고 유량조절펌프를 탑재해 전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설치 후에는 수질분석 및 만족도 조사를 통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약 300여 대를 보급 및 설치할 계획이다.

 

현지 수요 반영된 적정기술 공급 절실

 

이처럼 해외진출 시 현지 수요가 정확히 반영된 시설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화 추진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의 특성을 살린 적정기술화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해외진출을 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단순히 기술을 공급하는 경우가 많으나, 보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친다면 우리 기술을 경제적인 가격에 공급해 향후 사업을 영위하거나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