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홀, 매년 20%씩 늘어…2017년 1천683건 예측

도시화 따른 지하공간 개발·지하수위 저하·하수관 노후가 주원인
지속성·전문성 및 지역적 특성 감안한 맞춤형 재해 대책 수립 필요

땅 밑은 빌딩 등의 건축물 기초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그 밖에 빌딩의 지하구조물, 지하철, 상하수도 관거, 통신부 등 많은 시설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지하를 개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안전상 문제를 수반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지반 함몰 및 침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최근 국내 도심지에서도 지반 함몰 및 침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지난해 8월 송파구 석촌동 지하차도에서 도로 붕괴현상이 일어난 이후이나, 사실 이전부터 지반 함몰·침하 현상은 발생해 왔다.

올해는 신촌 근처에서 동공으로 인해 트럭이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용산에서 보행자 2명이 갑자기 보도블록 아래로 추락하는 등 지반과 관련된 각종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지반 함몰 및 침하 사고는 도시화에 따른 지하공간 개발 및 지하수위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휴스턴시는 194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산업발달로 지하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해 지반 침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최대 2m 규모, 3천200제곱마일에 걸쳐 30㎝ 이상 지반이 내려앉았다.

도심지 지반 함몰·침하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대개 지반 침하로 알려져 있는 씽크홀(sinkhole)이 다. 우리나라에서는 씽크홀과 지반 침하 용어를 혼재하여 사용하지만, 실질적으로 씽크홀은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고, 특히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사례는 더욱 없다.

씽크홀은 지질학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나 삼척 등과 같은 석회암 지대에서 발생한다. 석회암은 물에 잘 용해되는 특징을 가지므로, 요즘 같은 산성비가 내리면 더욱 빠르게 용해되어 지대에 공동이 발생한다. 녹은 석회암 지대에 공동이 형성되면 상부에 있던 흙이 이곳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에 따라 상부 지반에도 공동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이 작은 규모로 형성될 경우에는 흙이 갖고 있는 약간의 강도와 아치 임팩트(arch impact) 등 역학적인 현상에 의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지만, 상부에 교통하중 등 하중이 작용하거나 계속해서 크기가 확대될 경우 지반함몰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지하 암석이 용해되어 생성된 지하 공동의 확장, 또는 상부 지반의 무게로 지반이 붕괴되어 가라앉는 현상 등 지질학적인 지반 함몰을 ‘씽크홀’이라고 한다.

하수구 손상, 도심지 지반 함몰 주범

두 번째는 우리나라 도심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지반 함몰이 있다. 지난 봄 신촌 및 강남 등지에서 발생한 지반 함몰 사고는 굴착공사 되메움 등과도 관련이 있지만, 결국 하수관거의 파손 및 손상으로 인한 지반 함몰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반 함몰은 기본적으로 하수구로 인해 발생한다. 대부분의 도심지는 노면이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빗물이 땅으로 바로 흡수되지 않고 노면을 따라 하수구로 흘러들어가 하수관거를 통해 흐르게 된다.

비가 멈추면 하수구에 상승되어 있던 물이 빠져나가는데, 만약 하수관거에 손상 부위가 있을 경우 그 부분을 통해 물이 배출될 확률이 높다. 손상 부위를 통해 하수관 내부의 물이 배출되면 근처에 있던 흙이 함께 유출되며 지하공동이 형성된다. 이러한 공동은 점차 확대되고, 여기에 상부 교통하중이 누적되면 함몰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부적절한 지반 굴착공사로 인한 지반 함몰이다. 종종 아파트 공사현장 흙막이 벽체에서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틈새로 토사가 함께 유출되어 공동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만약 시공 중에 하수관거를 건드릴 경우 하수관 파열로 다량의 물이 유출되며 수압이 증가하게 되고, 하부 토류판이 파괴돼 흙이 밀려나오며 동공과 함몰이 발생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 씽크홀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지난해 8월 송파구 석촌동 지하차도에서 도로 붕괴현상(사진)이 일어난 이후이나 사실 이전부터 지반 함몰·침하 현상은 발생해 왔다.

도심지 지하수위 저하 ‘필연적’

다음은 도심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원인인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지반 침하가 있다. 휴스턴시나 일본의 지반 침하 사례 역시 대부분 이러한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현상으로 밝혀졌다. 도심지는 대개 지표면이 포장되어 있으며 많은 구조물이 조성되어 있다.

포장이 안 된 지역에서는 비가 왔을 때 빗물이 바로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위가 유지된다. 하지만, 노면이 포장되어 있다면 빗물이 하수관거를 따라 전부 빠져나가기 때문에 빗물 유입량이 감소해 포장재 아래 지반의 지하수위에 영향을 준다. 지하수위는 물이 공급되고 빠져나가며 일정하게 유지가 되는데, 공급이 안 되고 유실만 된다면 결국 침하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중 빗물의 유입량 감소뿐만 아니라 지하수 개발, 지하수 강제 배수시설 설치, 지하구조물 급증 등으로 지하수 흐름이 저해되는 까닭에 대부분의 도심지는 지하수위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지하수위가 저하되면 지중 내 부력효과를 감소시켜 토사에 작용하는 상부토압이 증가하게 되는데, 토압이 증가하면 늘어난 압력 크기만큼 흙이 압축되고 이는 곧 지반 침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도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동상현상(Frost Heaving)’으로 인한 지반 침하는 동절기에 지반 내의 수분이 언 뒤 지하수위 하부의 물이 모세관력으로 상승해 얼음층(ice lens)을 형성하고, 봄이 되어 녹으면서 공동이 발생해 지반이 침하되는 현상으로 지금의 주제와 크게 연관은 없다. 과거 우리나라에 도로포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도로 포장체가 파괴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으나, 현재는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다.

한편, 도심지 침하와 관련된 것으로 ‘포트홀(pothole)’이 있다. 포트홀이란 포장체 결함과 빗물 침투로 인해 발생하는 재료 분리현상으로, 침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도심지 침하 원인은 대부분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원인과 부적절한 지반 굴착공사로 인한 원인,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원인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지반 함몰은 지난해 8월 송파구에서 발생한 이후 이슈화됐으나, 사실 과거부터 꾸준히 발생해 왔다. 문제는 연평균 20%씩 지반 함몰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435건, 2011년 573건, 2012년 689건, 2013년 974건을 기록했고, 이러한 증가 추세라면 2017년에는 2010년의 약 4배에 가까운 1천683건의 지반 함몰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대형 재난의 위험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 도심지 지반 함몰 발생은 약 84%가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의 원인으로는 인접 굴착공사 등 기타 시공이 14%, 상수관 손상이 2%로 뒤를 이었다.

하수관 손상의 원인은 하수관 노화이다. 하수관이 설치된 전체 길이별로 조사를 한 결과 30년 이상 된 하수관이 5천23.3㎞로 전체의 48%를 차지했고, 20년∼30년이 25%(2천597.5㎞), 10년∼20년이 14%(1천454.7㎞), 10년 이내가 13%(1천316.8㎞) 순이었다.

노후된 하수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노후화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노후 하수관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미래에는 더 많은 지반 함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구로구, 서울시 지반 침하 1·2위

도심지 지반 함몰의 또 다른 원인은 굴착공사에 의한 것이다. 굴착공사로 인한 지반 함몰은 지반조사 부실(27%), 가시설구조제 불안정(20%), 차수·배수·지하수(20%), 시공상 불안정(14%), 과다 굴착(7%), 보일링·히빙(5%), 관리 소홀(5%), 사면활동(2%)이 원인으로 조사됐으며, 대부분 설계나 시공의 잘못으로 비롯된 사례가 많다. 이는 제도적으로 공사의 시공 및 설계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한다면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 행정 구역별로 지반 함몰의 발생횟수를 조사한 결과 송파구가 866건으로 가장 많았고, 구로구가 284건으로 뒤를 이었다. 종로구,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등의 도심지에서도 상당수 발생했다. 지역별 발생횟수는 지반특성, 하수관의 길이(밀도)와 노후도, 지하공간의 개발 정도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지반 함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관련 유관단체에서 여러 조사대책을 시행해 왔다. 환경부는 5월부터 2016년 말까지 설치된 지 20년이 경과하거나, 대형 공사장에 인접한 하수도 4만㎞에 대해 육안 및 CCTV 조사를 시행하고, 조사 후에는 침하 발생 우려지역에 하수관로 교체 및 개량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말 GPR(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공동에 위험 등급을 부여해 관리 및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3D 지하지도 작성, 지하개발 안전관리 강화 등 지반 침하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지반 함몰 사고는 2014년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관련 대책들이 사고 발생 후에야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의문이다.

▲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도심지 지반 함몰 발생 원인은 84%가 하수관 손상이었고, 인접 굴착공사 등 기타 시공이 14%, 상수관 손상이 2%로 뒤를 이었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서울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에서 발생한 지반이 함몰된 모습. 서울시는 원인을 지하철 공사 후 부실 시공된 하수관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반 함몰을 비롯한 재해관리는 민간이 아닌 정부가 주체가 된다. 과거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을 때는 지반 관련 재해가 드물었고, 발생하더라도 인구 밀집으로 인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국토건설청, 건설부 등의 부서에서 재해관리를 맡았으나, 1990년 들어 처음으로 관리부서가 내무부로 이관됐다. 재해가 발생한 뒤 복구공사 및 건설보다 긴급 대응, 대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관리를 민방위본부나 민방위재난통제본부로 옮긴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후부터 재해관리 부서가 행정자치부, 소방방재청,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등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가 재난관리 부서의 빈번한 변화는 지속적인 재난대책 및 관리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따른 재난관리인 것으로 비춰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재난관리의 지속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재해관리는 무엇보다 지속성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상시 지속적으로 대비해야 하며, 재난의 원인 분석과 예방대책 수립, 발생 시 신속대응 및 사후대책 등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 기후변화 및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재해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 미래 상황 변화를 고려한 재해 예측 및 대비가 필요하다. 사진은 2012년 2월 18일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장 지반이 무너지며 생긴 씽크홀.

지속성·전문성 갖춘 재해대비 필요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내진설계기준 등 관련 제도와 연구 등의 체계적인 보완과 정립이 추진됐다. 지진 관측소를 지속적으로 확대 설치해 보다 정확한 지진관측이 가능해졌으며, 다만 기존 사회 인프라 및 건축물 등에 대한 내진설계 등의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의 지진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지반 함몰 및 토석류에 비해 지진 재해대책은 우월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지진 외의 재해에 대해서는 유형별 발생빈도 및 피해 규모 등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해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재해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복지의 시작은 방재이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유지관리 측면에서 보다 철저한 재해대비가 필요하다. 재해발생 예측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므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상시 체제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재해에는 선제적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및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재해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 미래 상황 변화를 고려한 재해 예측 및 대비가 요구된다. 발생빈도 및 피해 규모 등 우리나라 재해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