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정부는 수돗물 선진화를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상수원 수질개선, e-상수도 사업을 통한 수돗물 수질 공개, 수돗물 감시행정 효율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노후 수도관 교체하고 수돗물 측정감시항목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도법을 개정하여 수돗물을 공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주택의 옥내 수도관을 관리·감독하고 노후관의 교체 비용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수돗물의 수질을 개선하고 관리체계를 향상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수돗물 불신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 그 이유는 상·하류 공생을 해야 하는 우리의 국토 여건과 집중 강우가 빈번한 기후 조건하에서 만족할 만한 상수원 수질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수돗물 불신의 체감지점인 수도꼭지까지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에는 지금의 제도와 기술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생활수준 향상으로 먹는 샘물과 경쟁할 수 있는 보다 고급화된 수돗물의 수질과 맛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수돗물 선진화는 매우 시급한 과제이며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양질의 상수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취수원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 대부분 정수장에서 만족할 만한 상수원의 수질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수질을 보이고 있는 팔당호에서도 녹조발생은 매년 반복되고 강우시 엄청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호수 주변의 개발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상류에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이 이루어지고 중소도시가 발달되어 있는 곳에서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상류지역에 대한 개발규제는 한계가 있으며, 개발이 완전히 차단된다 하더라도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배설물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강변여과수나 하상여과수로 취수원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많은 수량을 확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발달된 하상여과기술을 활용할 경우 수량 확보에 용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둘째, 관망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물탱크를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은 수도관과 물탱크를 거쳐 소비자의 수도꼭지까지 오는 동안 수압과 수량 그리고 수질에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와 같이 누수율이 높고 높낮이가 심한 지형에 위치한 수도관에서는 그 변화가 매우 크다. 따라서 적정 수압과 수량을 유지하고 수질변화를 예측하여 효율적으로 수도관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관망관리시스템을 통한 보다 과학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물탱크는 수도꼭지의 적정 수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지만, 관리가 부실할 경우 바이러스, 박테리아, 중금속 등 여러 가지 오염물질의 온상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대기와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 오염물질에서부터 조류의 배설물까지 유입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반 주택은 집집마다 개별 물탱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가 더욱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정 지역에 대하여 수도 관망을 블록화하고 물탱크를 동별, 소지역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망을 정비하고 수압을 높여 직수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수돗물을 나노기술과 정보통신기술로 실시간 관리해야 한다. 수돗물 자동측정은 매우 낮은 농도의 수질을 측정해야하는 어려움과 허용 가능한 오차의 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정수장에서 몇몇 수질 항목에 대하여 실험실 분석의 보조 수단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사용 중인 측정 장치는 장비의 크기가 매우 크고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현장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현재 수돗물 자동측정 장치는 국내 및 국외에서도 정수장에서만 사용되며, 몇몇 수질항목에 대한 장치도 한 개의 실험실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로 과거 실험실 전체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가 되는 자동측정 장치는 하나의 작은 칩으로 대체되었고, 측정치의 신뢰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자동측정기술의 대중화를 통하여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건물에 유입되는 수도관과 주요 사용 지점의 수돗물 수량과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인터넷 통신망으로 관리회사에 공급하고, 관리회사는 수돗물의 안정성을 확인하여 통신망으로 다시 사용자 빌딩의 전광판에 게시하며, 이상 유무가 발견될 시 즉시 사용 중지를 권고하고 현장에서 채수한 수돗물을 실험실에서 정밀 조사하여 원인분석과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넷째, 수도사업 반관·반민영화로 전환해야 한다. 수돗물 선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사업의 민영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수도 사업을 전체를 민영화 할 경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이나 수질 향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이 경험한 것과 같이 물 값 상승이나 물 절약의 어려움과 같은 부작용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이를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이 반관 반민영화 제도이다. 정수장에서 송수관까지는 지금처럼 지자체에서 운영관리하고 나머지 급수 부분은 민영화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보다 나은 원수를 확보하고 정수장을 선진화하며 적정 물 값 규제와 물 절약 등에 전력을 다하고, 관망관리와 물탱크 블록화, 실시간 모니터링과 통신망을 통한 수질관리 등은 지역별로 민영화하거나 민간회사에 위탁경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