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신기술인증제품’ 우선구매 기피 |
| 단체수의계약 제외품목 ‘로또식’ 공개입찰 통해 구매 |
수십억원 들여 신기술 개발한 중소기업들 연쇄도산 위기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과학기술부(KT), 산업자원부(NT·EM·EEC), 정보통신부(IT), 건설교통부(CT)·환경부(ET)가 각각 인증, 운영해 온 7가지 신기술 인증제도를 통합,‘신기술 (NET, New Excellent Technology) 인증제도’와 ‘신제품(NEP, New Excellent Product) 인증제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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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신기술 인증기술 등에 대해 구매를 기피, ‘신기술 인증제품 우선 구매’라는 정부정책을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본지가 매년 주최하고 있는 ‘물종합기술연찬회’ 상하수도 관련 우수제품 전시회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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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는 지난달 5일 이 인증제도 통합 후 처음으로‘신기술(NET) 인증기술’ 38개를 선정, 인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영일 과기부차관은 “신기술(NET)로 인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우선 구매 추천,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정부 개발자금 및 시중은행 기술개발자금에 대한 우대지원 등 다양한 지원혜택을 부여하여 신기술 제품이 조기에 시장진출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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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부터 KT, NT, EM, EEC, IT, CT, ET 등 7가지 신기술 인증제도를 통합,‘신기술(NET) 인증제도’와 ‘신제품(NEP) 인증제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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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산자부, 과기부, 환경부, 중기청, 조달청 등은‘ NET 인증기술’이나 ‘NEP 인증제품’에 대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적극 유도, 상당한 구매 성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조달청을 통하여 신기술 인증제품에 대한 구매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농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중소기업 신기술 인증기술 등에 대해 우선 구매를 기피, ‘NET·NEP 인증제품 우선 구매’라는 정부정책을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 인증제품 우선구매 정부정책 역행
그 동안 이들 공공기관은 관련 협동조합과 단체수의계약을 체결, 일정 물량을 경쟁입찰 없이 중소기업 신기술 인증제품을 구매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조합의 불공정한 물량배정과 지나친 회원사 보호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난이 고조되자, 2005년부터 단체수의계약을 단계적으로 축소시켰으며, 내년부터는 전면 폐지키로 했다.
상하수도 관련 제품의 경우 하수처리장치 송풍기는 2005년부터, 밸브류는 올해부터 각각 단체수의계약 품목에서 제외시켰으며, 유량계 등은 내년부터 폐지된다. 또 수도관의 경우 콜탈에나멜 도복장강관은 이미 일반경쟁입찰로 전환시켰으며, 피복강관은 올해까지 단체수의계약을 적용, 구매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도 폐기방침을 정하자, 공공기관들도 제외 품목에 대해서는 기술이나 품질보다 가격에 의존하는 경쟁입찰을 통해서만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신기술을 보유하고도 입찰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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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상하수도협회 주관 ‘Water Korea’전시회에 참가한 수공 및 우수신기술·신제품인증 업체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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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기술 인증제품이 채택되려면 우수제품 인증을 통한 ‘제3자 단가계약’을 체결하거나 치열한 가격경쟁을 통한 까다로운 입찰 과정을 통과해야만 수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장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는 전문제조업체보다는 최소 요건만 갖추고 입찰에 참여하는 입찰전문업체들에게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올해 공개입찰한 밸브 제품의 경우 제조공장으로 아주 부실한 업체가 낙찰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문제는 입찰에 참여조건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보다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현행 입찰제도에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경우 제조 인건비 등의 비용이 정상적인 제조업체들보다 훨씬 적게 들어가고도 정해진 적격 입찰가격으로 낙찰 받을 수 있고, 또 저가에 하청을 줄 수도 있다.
정부는 정상적인 기술개발 중소기업을 육성,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적격입찰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결국은 편법적인 입찰전문업체만 양산하여 유통체계의 혼란과 불량제품 납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도록 하고, 정상적인 전문 중소기업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 심히 우려된다.
게다가 구매담당자들이 특정업체 특혜시비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밸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기술 인증제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담당자들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등의 연관성을 의심, 직무감사시 지적받을 것을 우려해 신기술 인증제품을 꺼려하고 있다”면서 “특혜의혹이나 구매시 절차의 합리성, 가격의 공정성 등의 문제는 조달청을 이용하면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데도 공기업들은 이를 거의 활용하지 않은 채 별도의 구매 인력을 운용, 이중의 인건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들 공공기관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구매하는 것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은 정부나 공공기관, 지자체 등 구매 수요기관에서 검토하고, 구매는 조달청에서 다양한 구매방법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수공, 수도기자재 공급자 등록제 도입으로 제도보완 추진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들은 국가 계약법령에서 정한 방법으로 물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특히 단체수의계약이나 일반경쟁입찰은 정부정책에 따라 처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유망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행정편의주의적인 관행이 우려된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조달사업법 제2조에 의거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조달청에 구매를 요청하여야 하는 당연기관으로, 물품 구매방법의 결정은 각 기관의 특성 및 상황, 구매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공사용 자재는 자체조달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발주된 제품이나 업체에 대해서는 제조물품의 시험 및 검사기준은 별도의 제작시방서에 물품의 특성을 감안하여 정하고 있으며, 제품 제조공정별로 필요한 시험 및 검사는 통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공은 특히 저질원료 사용 및 불량제품 납품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수도기자재 공급자 등록제도(SEMS)’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등록대상 품목은 수도용 제수밸브, 수도용 소프트실 제수밸브, 수도용 버터플라이 밸브(메탈시트 버터플라이 밸브 포함), 이중실링 버터플라이 밸브(더블디스크 버터플라이 밸브 포함), 수도용 급속 공기밸브 등이다.
수공에서 추진하고 있는 SEMS는 우선 기본평가 단계에서 제작규격에 수공 기술규격을 적용, 평가한 뒤 별도의 평가표에 의한 공급안정성과 기타 제조 및 기술능력 항목을 서류평가와 실태평가로 나눠 실시하게 된다.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80점 이상을 얻어야 하며, 필수항목(3개)에서 0점을 받으면 안된다. 평가주기는 분기별 시행을 원칙으로 하고, 서류평가에 20일, 실태평가에 40일 등 모두 60일이 소요된다. 일단 등록된 업체는 선정(등록공고일로부터)후 3년간 자격이 유지되며, 이 기간이 경과하면 재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납품검사 단계에서 불량률이 과다하거나 납품한 기자재의 고장률이 높을 경우, 대내외 각종 검사에서 자격의 유지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경우에는 자격 등록업체를 수시로 점검하게 된다. 또한 점검 결과 불량판정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또는 취소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도기자재를 제조해서 수자원공사에 납품하려는 제조업체 또는 공급업체는 해당 기자재 품목의 공급능력을 사전에 평가받아 입찰참가자격을 등록해야 하므로 앞으로는 신기술 인증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결국 SEMS제도도 경쟁입찰제도 특성상 몇가지 공통 규격을 통해 구매할 수밖에 없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제품 적용을 하지 못하고 수년 전에 개발된 제품만 사용하게 되는 폐단이 염려된다.
정부, 공기업과 협약체결…우선구매 적극 지원
한편,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NET·NEP 인증제품 구매 기피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중기청은 지난달 4일 오후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농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6개 정부투자기관과 NET·NEP 인증제품 등 혁신형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확대를 위해 다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에 합의된 주요 협력사항은 △공공구매 지원제도를 활용한 중소기업 판로지원에 적극 협력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신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 △기술개발제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공동 노력 △구매정보 교환을 통한 구매효율성 제고 노력 △기술개발제품의 적극적인 구매환경 조성 공동 노력 △공공구매론 활성화를 위한 정보제공 적극 협조 등이다.
중기청은 그 동안 마련된 공공구매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대표적인 정부투자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중기제품 공공구매 확대를 위한 선도적인 지원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6개 참여기관의 올해의 중기제품 구매계획은 9조1천14억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구매규모 56조6천억 원의 16%에 달한다. 이 중 기술개발제품 구매목표는 물품구매액 1조9천493억 원의 6.7%인 1천298억 원으로 법정 의무구매 비율 5%는 물론, 대상기관의 평균 목표비율인 5.8%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 기술개발제품 구매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각 참여기관에서 밝힌 주요계획을 보면, 한국농촌공사는 발주정보 적기제공 및 물품구매 예시제, 단가계약제도 활용확대 등을 통해 3천844억 원의 기술개발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또 한전은 전력그룹사 차원의 공공구매 활성화를 위한 T/F 전담팀 구성, 사업소별 구매할당제 등을 통해 약 800억 원의 기술개발제품을, 주택공사는 중기제품 구매활성화 전담팀 구성, 우수 신기술 자재 채택 활성화, 공사용 자재 분리구매 확대 방안을 통해 150억 원의 기술개발제품을 각각 구매할 계획이다.
수자원공사는 공사용 자재의 일정비율 이상 신기술 개발제품 사용 및 신기술 개발제품 구매목표비율제 등을 통해 119억 원의 신기술 개발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들 공공기관은 대내외적인 신뢰가 매우 높고 국내 조달시장에 있어서의 영향력이 매우 큰 대표적인 기관으로서, 납품 중소기업의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 기술개발 제품의 민간시장 진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안 중소기업 신기술 인증제품 구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협약 내용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로, 하반기에 실시 예정인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이행실태 합동감사와 후속 보완대책 등이 향후 정책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또식’ 현행 입찰방식 중소기업 불만 고조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중소기업을 위한 효과적인 판로지원책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관련 협동조합에서 ‘나눠 먹기식’으로 업체를 지나치게 보호,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게을리 함으로써 오히려 신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반면, 조합은 단체수의계약 물량 배정권을 가지고 조합원들에 막강한 실력행사를 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단체수의계약을 금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여 중소기업간 경쟁을 하게 함으로써 기술개발이나 마케팅 능력을 업체 스스로가 개발하도록 유도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이 단체수의계약이 제외된 품목 모두를 경쟁입찰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로또복권’처럼 경쟁입찰에서 “운 좋으면 낙찰될 수 있다”는 요행만 바라도록 해주는 꼴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들은 연쇄도산과 폐업, 사업전환 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들은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년에 수십억 원씩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유망기술을 조기에 발굴하여 수출전략상품화로 육성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국제 경쟁력에서 이기는 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우수 신기술이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구매에 적극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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