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순 교수(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우리나라의 물은 현재 두 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나는 수돗물에서 나타나는 ‘불신의 딜레마’이고, 다른 하나는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이다. 수돗물 불신의 딜레마의 경우 공급자는 세계적인 수질기준을 만족하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는 팔당 상수원을 중심으로 하류 주민들은 더러운 상수원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상류 주민들은 과도한 규제로 못 살겠으니 최저 생존권이라도 달라고 아우성이다. 지금의 두 난제는 앞으로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본 발표에서 팔당호를 중심으로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에코타운 조성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울러 수돗물 불신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과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팔당호와 댐 하류는 현재 심각한 부영양화와 강우 시 쏟아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현상으로 난분해성 유기물(COD)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팔당댐 하류의 수질은 더 심각하여 상수원수 3급수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강우 시 초기 우수 유출수와 CSO(합류식 하수관거 유출수)로 인하여 수돗물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하수관거 정비, 하수처리장 건설, 비점오염 방지 대책 등 다양한 수질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물이용부담금으로 수변지구를 매입하여 오염원 입지를 방지하고 있으며, 수질오염총량관리제를 임의제에서 의무제로 전환하여 모든 한강 유역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또 수돗물 개선을 위해 고도정수처리 도입, 노후 수도관 교체, ‘e-상수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최근에는 옥내배관 공개념까지 제도화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상하류 공생의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수돗물 불신의 딜레마에도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빠져있는 물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지난 20세기에 시작된 산업사회의 물 순환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강, 호수에서 물을 취수하여 정수처리하고 송수과정을 거쳐 사용한 후, 다시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여 강으로 내보내고, 이것을 하류에서 취수하여 정수하고 재이용하는 물 순환 체계에 대변화가 요구된다.

 

▲ 강원도 등 한강 상류에 사는 주민들은 “상수원 관리를 위한 지나친 규제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소양호 전경.

에코타운은 20세기 산업사회의 물 순환체계에 대변화를 가져와 상·하류가 공생하고 맑은 공기, 푸른 녹지, 깨끗한 물이 함께 하는 미래형 생활공간을 말한다. 취수원에서부터 물 사용, 하수 처리, 처리수 방류에 이르기까지 각각 요구되는 변화는 △하수처리수는 산으로, △잡용수 현지 재활용, △IT와 센스 기술로 수돗물 실시간 관리, △취수원의 전환 등이 있다.

 

지금까지 물 순환 체계는 하수처리수를 하천이나 호수에 방류하고 이것을 다시 하류에서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 사용하는 체계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하천이나 호수의 수질 악화를 가져왔고 끊임없이 상·하류 분쟁을 야기하였다. 이는 처리한 하수를 산림조경수로 사용하여 호소수질 개선 및 산림녹화, 하천건천화 방지 등의 효과를 얻고, 인공함양기술(SAT; Soil Aquifer Treatment)을 이용하여 지하침투를 시키는 것이다.

인공함양기술의 경우 현재 미국 LA 지역에서 1962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하루 70만 톤을 처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는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기술적으로 검증된 방법이다. 또한 토양침투형 습지를 이용하여 하천 유지용수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상수원 지역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의 물 사용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도로 물청소, 옥상녹화, 녹색 주차장 등 보다 깨끗한 생활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물 사용은 필수불가결 하다. 하수량을 줄이고 도로 세정용수나 조경수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잡용수를 현지 처리하여 재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화장실에서 배출된 오수는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쳐야 중수로 활용 가능하지만,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배출된 잡용수는 간단한 막여과 공법만 거치더라도 세정용수나 조경수로 사용할 수 있다.

생활하수에서 잡용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되는 물은 화장실 변기 30%, 목용 및 샤워 35%, 세탁 및 식기세척 20%, 음용 및 요리 10% 그리고 청소 등에 5%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잡용수 재활용은 하수량을 반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하수처리 효율을 증대시키고 대기오염 저감, 녹지조성, 하천 건천화 방지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돗물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종지점인 수도꼭지를 중심으로 한 실시간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로 작은 수질감지센서 하나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빌딩과 아파트 단지, 학교, 일반주택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실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에 건물에 유입되는 수도관과 주요 사용 지점에서 수질을 측정하여 인터넷 통신망을 확인하고 수돗물의 안정성을 공개하여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 장마철에는 폭우가 내려 팔당호에는 상류에서 내려온 쓰레기, 토사 유출 등으로 흙탕물이 발생, 하류 주민들은 “더러운 상수원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천이나 호수의 물을 직접 취수하기 때문에 상류지역에 대한 개발 규제가 극에 달하고, 수돗물 사고 위험의 상존과 테러에도 무방비 상태이다. 더욱이 비만 오면 엄청난 쓰레기가 호수를 뒤덮고 생활하수 및 축산폐수로 인해 높은 수치의 대장균이 검출되며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상·하류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강변여과수나 하상여과수와 같은 간접취수방법에 있다.

간접취수는 인공적으로 강변이나 하천 옆에 취수정을 설치해 하천 바닥의 모래층을 뚫고 자연스럽게 여과되도록 한 다음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물을 말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약 150년 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안전한 여과 방법이다.

에코타운은 잡용수 현장 처리, 하수처리수 재활용 및 토양침투 등으로 기존 타운에 비해 건설비용이 다소 늘어나고 유지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중 유지비용은 중수이용으로 줄어드는 수돗물 값과 하수처리 비용으로 충당될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또한 에너지 사용이 다소 늘어날 것이며, 이것은 지열이나 풍력, 태양열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동절기에 현장 활용 잡용수와 하수처리수가 하나의 문제점으로 거론될 수 있으나, 이는 유수지, 체류지 등에 저류하고 이를 에코폰드(물새는 연못) 형태로 설계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에코타운은 물 순환의 대변화 외에도 비점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체류지 설치, 쓰레기 자동집화, 녹지공간 확보 등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래형 생활공간이다. 위에서 거론한 방법과 기술은 부분적으로 국내외에서 사용되고 있는 검증된 것들이다. 여기에 제시된 것 외에도 에코타운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도입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뒷받침과 정책적 지원이다.

향후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에코타운연구회’를 조직하여 제도개선, 기술보완 등이 이루어지고 가까운 시일 내에 실행에 옮겨질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