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7년 7월호 특집 기사]

 

 

▲ 박창근/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모든 제도는 만들어질 당시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듯이, 하천에 제방을 쌓아 막고 하천의 일부를 농경지로 이용하는 것은 지난 1960∼70년대의 상황으로는 적절한 하천정책이었으며, 그것은 묵시적인 사회적 합의였다.

하지만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천문학적인 홍수피해로 인해 기존의 치수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환경단체에서 인식하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제방 위주의 기존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새로운 치수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30년간 홍수피해액이 매 10년 단위로 2∼3배씩 증가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제방 위주의 치수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2004년 건설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새로운 치수정책의 방향은 제방으로 홍수를 막겠다는 ‘선적(線的) 홍수방어대책’에서 천변저류지, 홍수조절지 등을 확보해 홍수를 막겠다는 ‘면적(面的) 홍수방어대책’으로 바뀌었다. 즉 새로운 치수정책은 홍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 대부분의 유역종합치수계획은 기존의 치수정책에 근거하여 수립되고 있다. 즉 댐을 건설할 때는 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과장하고, 건설된 댐에 대해서는 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바람직한 치수정책 방향이 수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새로운 치수정책을 도입하는 데 있어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특히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중앙부처의 새로운 치수정책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초 지자체에 효율적으로 전파되지 않고, 기존의 제방 위주의 치수대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천변저류지, 홍수터를 조성하기 위해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방을 쌓거나 제방을 높이는 방법으로 치수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또 일부 지자체 에서는 홍수 방어를 위해 농경지를 하천으로 편입시키는 사업은 농민의 생존권을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민원서류를 바탕으로 기존의 치수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또한 각종 위원회 및 공청회를 형식적으로만 운영, 그러한 제도가 정책담당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책임 있는 심의와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고, 홍보 및 절차상의 이유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민공청회나 설명회 대신에 실질적으로 이해당사자가 각종 하천관련 계획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한편, 건교부에서는 새로운 치수정책을 담기 위해 현재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역종합치수계획은 기존의 치수정책에 근거하여 수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살펴보면, 안동댐과 임하댐에 의해 대구 금호강 합류 지점에서 약 200㎥/sec의 홍수조절 효과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반면, 임하댐 공사지에 의하면, 임하댐을 건설할 경우 진주 남강 하류부에 있는 진동에서 홍수조절 효과가 약 200㎥/sec에 이른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댐을 건설할 때는 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과장하고, 건설된 댐에 대해서는 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댐에 의한 홍수조절 효과를 산정함에 있어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공학적으로 타당성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만약 그러한 범위를 초과한 계산 결과가 나올 경우,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낙동강의 경우, 기존 댐의 홍수조절 효과를 축소시킴으로써 증가되는 홍수량을 방어하기 위해 제방을 쌓거나 새로운 댐을 건설해 방수로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총 예산으로 16조 원에서 약 83%인 13조 원에 이르고, 제방사업에는 예산의 약 48%인 8조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건교부의 새로운 치수정책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천변저류지 조성사업에는 총 예산의 5%에 그치고 있으며, 그것도 2단계 사업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 대부분의 수해 복구공사는 하천에 제방을 쌓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도 한창 진행되고 있는 수해복구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수해복구계획서가 함양 미달 상태에 있고, 많은 수해 피해지역에서 원상복구 형태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천의 폭을 넓히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수해 복구공사는 하천에 제방을 쌓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산지 소하천에 석축이나 콘크리트로 제방을 보강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데, 제방공사비보다 보호대상인 농경지의 가치가 더 낮은 수해복구 현장이 존재하고 있다. 또 나름대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소방방재청의 수해복구지침은 현실에서 적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건교부와 소방방재청이 제시한 바람직한 치수정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13개 유역종합치수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하천정비계획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일부 소하천에서는 석축이나 콘크리트로 제방을 보강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제방공사비보다 보호대상인 농경지의 가치가 더 낮은 수해복구 현장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하천정비사업, 수해복구사업 등과 같은 하천관련공사가 완료되었을 때 이에 대한 사후평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복개한 청계천을 복원하여 공원하천으로 만들었을 때, 많은 시민들은 그것이 비록 공원 또는 조경하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복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고도성장기 동안 하천환경이 철저히 무시되어 왔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즉, 많은 국민들은 하천환경의 중요성을 고도성장 과정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도로를 건설하거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하천을 복개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 펜션단지 등 택지 개발, 산업단지 개발 등과 같이 일부 사업에서는 사업대상지 내에 존재하는 소하천을 복개하는 경향이 있고, 또한 밭을 개간하기 위해 소하천을 복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하천의 환경기능을 극도로 파괴하는 하천복개를 지양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한 하천을 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을 개정하는 것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지 대부분의 도로는 하천 변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홍수가 나면 수충부에 위치한 도로는 유실되기 쉽고, 실제로 수해현장에서 하천 변의 도로유실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수해로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기 위해 수충부에 위치한 도로구간에는 옹벽을 설치해 보강하고 있다.

 

▲ 하천의 환경기능을 극도로 파괴하는 하천복개를 지양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은 마산시 장군천의 2002년도의 복개공사 모습.

그러나 하천 단면의 일부를 이용해 도로를 설치한 산지 하천에서는, 비록 콘크리트 옹벽으로 보강되었더라도 유실되는 사례가 다수 있다. 더구나 하천에 옹벽을 설치하면 하천의 환경성은 상실되고 미관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천공간을 도로로 이용하고 있는 하천에서는 교량형태로 도로를 설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하천의 횡 방향으로 생태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천변 전구간을 교량으로 처리하는 것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수충부 구간이나 과도하게 하천공간을 축소시킨 구간에 대해서라도 교량을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