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근묵 회장  『지하수 조사연보』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지하수

▲ 안근묵 회장(한국지하수협회)

개발 이용시설은 총 128만 개소를 넘어서고 있고, 이 같은 수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중 100만 공이 넘는 지하수 공은 대부분 충적층 지하수를 이용하는 소규모시설로서 수질악화 등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반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20만 공 내외의 암반관정은 결코 많은 시설이 아님에도 대체적으로 풍부한 수량과 양호한 수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체의 36%가 넘는 국민들이 이 지하수를 먹는 물로 이용하고 있는가 하면, 유명 식·음료제조업체의 85% 이상이 지하수를 이용해서 우리국민들이 먹고 마시는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편, 국가에서도 각종 재해에 대비한 비상급수체계를 지하수시설로 구축하고 있다. 이는 지하수가 지표수와는 다른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 정도면 지하수가 갖는 사회적 내재가치나 그 중요성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민들은 지하수는 오염된 물로 오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지하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꾸는데 정부차원의 홍보가 필요하고, 물 산업 육성 차원에서도 일정수준이상의 지하수개발과 지속적인 투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위에서 말한 100만 공의 소규모 시설과 다르지 않게 방치상태에 있는 20만 공 내외의 암반관정에 대한 시설개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실상 민간 대기업이 개발·이용, 관리하는 일부시설을 제외하고는 개발된 지 수십 년 된 시설들조차 단 한차례 개량하는 사례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노후화된 지하수 이용시설은 외부 오염물질의 유입통로가 되어 오히려 지하수오염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게 됨으로서 양질의 용수확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지하수 개발·이용시설  세부설치기준’을 마련하고 노후시설에 대한 개량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효과적인 개발시공 및 시설물 사후관리를 위한 신기술개발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관심과 재정지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통합형 지하수관리를 위해 구체적이고 진보적인 방안들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협의체 구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모두 지하수가 중요하단 말들은 많이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행동하지 않는다.

전문가 또는 연구기관을 통해 지하수에 대한 학문적 연구·조사가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지하수의 이용량조사, 기초조사, 관측사업 등이 시작 또는 확대 시행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특히 현장에서 보여지는 지하수 개발·이용 형태나 관련시설의 상태도 수십 년 전 모습과 비교해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결국 일부의 주관적 생각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편향된 정책이나 투자는 전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관계부처, 학계, 업계 그리고 시민단체의 지하수전문가를 구성원으로 하는 지하수전문가협의체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지하수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지하수 관련법을 통합 또는 조정해야 한다. 먹는 샘물, 기타샘물, 온천수, 일반지하수 등은 용도에 따라 명칭만 다르게 불려질 뿐 모두 지하수이며, 굴착방법, 시설물 설치구조, 이용방법 등도 모두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소관부처에서는 관련법을 가지고 인허가 절차나 관리규정 등을 달리하고 있으며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각기 다른 주장을 펴기 때문에 부처간 협의도 쉽지 않다.

이는 결국 효율적인 지하수관리체계 마련에 큰 장애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전문가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함을 금할 길 없어 물관리 일원화에 앞서 지하수관리 일원화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앞서 말한 지하수전문가협의체가 설치되고 여기에 각 분야의 지하수전문가와 함께 관련부처가 참여해서 많은 협의를 거친다면 좋은 방안이 마련될 것이며, 이는 분명히 지속가능한 지하수관리에 크게 이바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