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정수 과정, 배·급수 과정뿐만 아니라 시민에 대한 홍보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수도사업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도시들은 낙오된 시스템으로 여겨지고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원수로부터 수도꼭지(from Source to Tap)’까지 단계별로 수질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다중 방어체계(Multi-barrier system)를 구축하고, 테러 및 수질오염사고에 대비한 위기관리능력 강화를 도모하며, 수돗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수돗물 수질검사결과를 공개하는 제도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와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김길복 소장께서 밝혔듯이, 단기간에 유수율을 90.0% 이상으로 끌어 올렸으며, 정수 수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유수율 제고 등 일련의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이지만, 이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 격동하는 세계의 흐름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자국의 시민들에게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상품으로 외국의 수도시설 건설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하고 있다. 소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모두가 달리고 있을 때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고 있으면 결국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시민의 바라는 방향을 향해 항상 변화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구조개편 방안 중 하나인 직렬통합은 상수도사업본부와 본청 간의 인사 순환근무체제를 도입하여 인사교류는 원활할 수 있으나, 원래 상수도사업본부를 만들었을 때 목적으로 했던 전문성 확보에는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과 2개 부서 및 11개 과(課)의 축소는 행정체계의 거품을 걷어내는 방법으로 볼 수도 있으나, 자칫 업무를 축소하여 수도사업의 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는 우려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상수도연구소가 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나, 아직까지도 국내 연구진들과의 연구교류 및 연구활성화 제고에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은 새겨 볼만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구조개편이 필요하며, 그 방법으로서 지방공사화와 민간위탁의 두 방법이 있으나, 완전민영화는 국민정서 및 사회적 여론으로 장기적 검토하자는 의견은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편은 단순한 경영 효율화만을 목표로 해서는 한계성이 있으며, 경영 효율화에 앞서 수질과 수량공급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원칙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또한, 먹는 물은 시민의 생명수임을 잊어서는 안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에 반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수인 수돗물의 품질을 더 좋게 하여 시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은 중요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전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에 관한 결정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여러 성과들은 5급 이하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가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2007년 7월 이후 직렬통합 및 순환근무에 의하여 향후 전문성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간 순환근무제를 도입한 광역시의 경우 유수율 저하 및 경영여건 악화 등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서울시의 경우도 향후 우수인력은 외부로 가고(진급 등을 위해) 그렇지 못한 인력이 상수도로 오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새로운 도전 목표의 설정이 미흡한 점도 문제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종사자들의 뚜렷한 목표의식 및 노력으로 유수율 향상 등 많은 성과를 도출하였다. 하지만 최근 장래 도전 목표 상실 및 미래 등에 관한 불확실성 때문에 조직이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서울시도 수도사업 구조개편 등에 관한 정책방향을 조속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시 상수도에서 검토 중인 일부 사업소의 민간 위탁의 경우 다음 2가지 사항들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상수도의 경우 하수처리장, 도로사업소 등과 달리 시민들의 건강과 생활에 직결되는 대상이다. 조그만 수질 및 단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엄청난 문제를 야기 시킴으로써 시장에게 정치적 영향까지 미칠 수 있다. 하수를 처리해서 강으로 방류하는 하수처리장이나 도로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도로사업소와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또한 민간 위탁의 경우 현행 「수도법」에 의하면, 수탁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회사는 강력한 경쟁상대인 한국수자원공사 또는 외국계 수도전문회사(국내법인)이다. 따라서 위의 2가지 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민간 위탁으로 갈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검토 결과 민간 위탁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형태를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사업형태의 선택 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민영화는 공공성이 우선인 상수도의 특성상 당장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아울러 시민단체 및 공무원노동조합 등에서 현재 강한 거부의사를 표명한 상태이다.

바람직한 사업 형태(공사화)로 현재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있는 방안은 서울시가 직접 경영하고 있는 수도사업을 간접경영형태인 지방공사로 전환하는 것으로, 공법상 또는 상법상의 법인을 설립하여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업 활동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방공사는 서울시의 출자비율에 따라 전액출자, 50% 이상 출자한 지방공사, 50% 미만 출자 지방공사 등이 가능하다. 출자방법은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인 수도시설을 지방공사에 현물 출자하는 방법과 무형자산인 운영관리권을 설정하고 이를 현물 출자하는 방법이 있다.

이 때 현행 법 체계 하에서 지방공사는 수도사업자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없어, 「수도법」 제17조 3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 간의 위탁계약을 통해 전문기관으로서 수도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서울시는 주주로서 출자회사인 지방공사를 관리·감독하고, 규제자로서 「수도법」이 부여한 수도사업에 대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이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방상수도의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서울시는 수도사업을 보다 전문화함에 따라 향후 수도권 및 한강 권역의 수도사업자 구조개편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립적인 경영기반을 갖추고 있고, 현금흐름과 자금조달능력이 우수하여 충분히 위·수탁 시장에서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상수도시장의 50%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본격적인 국내 수도시장의 진출 전략을 세우게 될 때 수도권 시장 선점에 있어 여타 수도사업자보다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즉, 수도권 지방상수도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 지역적 인접성, 기존의 인프라, 급·배수망 관리 경험 등으로 독보적인 경쟁 우위의 점유가 예상된다.

둘째, 세계적인 물전문 기업을 보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을 보유함에 따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가들의 물시장에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2015년에는 연간 1천600조 원 규모의 황금시장(Blue Gold)에서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구조개편에 따른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요금 상승 및 파업 등 공사 등 구조개편에 관한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 제고 기회 마련이 필요하다. 요금의 경우 요금 결정권한이 서울시(시의회)에 있고, 아울러 정부에서도 요금 및 수질 분야에 대한 전문수도사업자(지방공사 포함) 규제기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노조파업에 따른 급수제한 등의 문제점은 전기, 수도 등‘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에 관해서는 파업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전문성, 경영효율성 및 서비스 개선 등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현재의 수준보다 훨씬 높아지는 실례(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등)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지적되어온 수도사업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돗물 수질안정성 저하로 인해 팽배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둘째, 지자체 재정능력이 미흡하다. 수돗물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정수처리 공정 개선, 노후관 교체 등 대규모 투자가 소요된다. 지방재정 능력이 미흡하고 수도사업 적자누적 등으로 인한 재원 조달이 어렵다.

셋째는 책임경영이 미흡한 점이다. 자치단체장의 직접 통제하에 있어 사업관리자의 책임경영 체제구축이 곤란하다. 비전문인력 배치, 종사자의 잦은 전보 등 전문 인력 양성의 한계점이 있다. 그리고 서비스 및 기술력의 지역간 격차 심화되고 있다. 그밖에 문제점으로는 낮은 원가 수준, 지역간 서비스 불균형, 개별공급체계로 인한 지역불균형, 낮은 유수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수도사업은 수돗물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관망정비 사업, 수돗물 고급화, 대시민 홍보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예컨대, 지난 6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실시한 시민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서울의 수돗물 브랜드‘아리수’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수돗물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리수’인지도는 27.3%(2006년 12월, 15.9%에서 무려 11.4%나 상승함),‘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8.2%(2006년 12월, 47.6%에 비해 10.6% 상승)로 나타난 것이다. 수돗물 음용 여부와 직접 연관된‘수돗물 식수 적합성 인식도’에 관해서는 42.1%갖적합하다’고 응답하여 앞선 12월 조사 33.3%에 비해 크게 상향되었다.

상수도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조달 문제 역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급수인구와 보급률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요금현실화 등을 통해 수도요금으로 상수도사업 세출규모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매년 당기순이익까지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수도사업 직접 세수 형태의 투자 외에도 수질개선을 위한 정부 사업, 하수관 정비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직·간접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인력과 조직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4급 이상 관리직을 제외한 인력은 수도사업 전담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서울시의 여타 사업소와 달리 본청과의 인사교류가 없어 조직 내 외부자극이 없고, 조직 활력도가 낮고 침체되어 있다는 점, 승진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 등이다.

서울시 수도사업 개편은 내부 혁신을 통한 동기부여 방안 마련, 혁신성과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 구축 등 조직 효율성 제고 그리고 수도사업의 자체적 효율성을 높이는 양 방안이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내 물산업 규모를 2015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세계 10위권 기업을 2개 이상 키워 확장되고 있는 세계 물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물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수자원공사와 함께 ‘상하수도 공공기관 물 전문 선도기업화 안’을 통해 일부 특·광역시 상수도 사업을 민간기업으로 전환하고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민간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가장 높다.

그러나 최근 세계 물산업 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상하수도 서비스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형태로는 경쟁력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제까지 세계적인 물기업들은 개도국의 상하수도 서비스 운영 관리를 통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며 베올리아 등 세계적 물기업이 개발도상국의 경제위기, 물값 인상을 둘러싼 분쟁 등에 휘말리자 남미 등 개도국시장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중국, 호주, 한국 등으로 주요관심 타깃을 전환했다.

또한 사업 분야도 단순한 위탁관리 전문에서 상하수도 설비와 부품 제조 등으로 확장해 가는 중이다. 이러한 동향은 서울시 상하수도 사업본부처럼 상하수도 서비스 운영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형태로는 앞으로 수익 창출이 힘들며 세계적인 물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움을 예측하게 한다.

특히 물시장 대부분은 각국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공공영역이며, 따라서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협소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계 물시장 규모를 840조 원으로 설정한다고 해도 세계 4대 물기업의 매출 총액은 33조 원으로 약 4%에 해당될 뿐이다.

물의 1차적, 이상적 역할은 공공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통해 사회유지, 자연생태계 보호, 생명보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무엇보다도 공평하게 분배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존의 기초 자원이라는 특성 덕분에 물은 권력과 부의 원천이라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공공부문에 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물의 공공재적 성격 대신 경제적 성격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들 논의는 물의 소유와 활용을 다른 모든 자원과 마찬가지로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물 관리에 있어 공공·민간 부문 제휴 시 자원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공공 부문의 정책, 재정, 운영능력은 평가 절하되고 민간 부문의 역할이 과대 평가되어 역할이 전도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의지를 실행할 때 물은 이익추구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마침내 자본의 마지막 정보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 때 물을 사서 쓸 돈이 없는 경제적 하층민들은 최저 생존을 위한 양마저도 보장받을 수 없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상수도 발전방향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