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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토론회] 기후변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출처= 워터저널(www.waterjournal.co.kr) 2008년 2월호 특집 기사]

온실가스로 인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 언론, 학계, 시민·환경단체들이 나섰다. 이들은 2008년 2월 22일 ‘기후변화센터’를 창립했다. 그리고 ‘기후변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갗라는 주제로 기후변화 대응책을 논의했다.

■ 토론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에코과학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동규 서울대학교 교수(지구환경과학부)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이성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조석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팀 기획관

지역·국지적 차이 더욱 심각

■ 이동규 교수 지난해에 발표된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4차 보고서는 2003년 3차 보고서와 상당히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지구 지상 및 해수면 평균온도의 상승, 눈과 얼음의 광범한 녹음, 해수면 상승이 관측에 의해 더 분명해졌다. 이러한 결론은 더 풍부한 관측 자료의 사용과 더 정교해진 기후모형의 예측이 뒷받침한 결과이다.



▲ 이동규 교수

기후모형 결과는 북반구에서 진행되는 온난화의 정도가 지난 1천 년 중 지난 100년 동안이 가장 컸으며, 지난 50년 동안 관측된 지구온난화의 대부분이 인간 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 거의 분명하다.
현재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분명히 구분한 한 과학적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를 경고한 IPCC의 활동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하다.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따라 기후모형이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육지에서 더 높은 최고 및 최저 온도 증가 △더운 날 및 열파 증가 △추운 날 및 한파 감소(아주 높은 가능성) △강수 강도 증가(많은 지역에서 높은 가능성) △중위도 대부분 대륙 내부에서 여름 건조 증가로 가뭄 위험 증가(보통 가능성) △열대저기압의 최대풍속과 강수 및 강수강도 증가(보통 가능성) △엘니뇨에 의한 타 지역에서의 가뭄·홍수 증가(보통 가능성) △아시아 몬순의 강수 변동성 증가(보통 가능성) 등의 21세기 극단적인 기후현상과 그 변화의 발생 가능성을 IPCC 보고서는 제시하고 있다.
또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안정된 후에도 온도는 세기마다 10분의 몇도(℃) 수준으로 계속 증가하고, 해수면은 수세기 동안 계속해서 상승하며, 해양과 빙설권은 새로운 평형온도에 도달하는데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
기후변화의 지역 및 국지적 차이가 더욱 심각하다. 기후변화는 동아시아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에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 대해 IPCC는 2050년대까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담수 가용율이 감소하고, 해안 및 저지대는 폭우 및 해수 인한 범람이 증가하고, 도시화·산업화 및 경제발전으로 인한 자원 및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홍수 및 가뭄으로 인한 풍토병이 증가할 것을 지적한다.
한반도는 아시아 몬순의 변화가 강수의 변화로 이어져 수자원 관리 문제를, 해수면 상승은 호우, 열대저기압에 의한 해안 침수 문제를, 그리고 아시아 내륙 지역의 가뭄과 건조 지역 확대에 의한 생태계 문제 등을 겪을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온난화는 향후 수십년 동안 계속될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역기후 변화의 모니터링과 예측, 그리고 호우, 열대저기압과 같은 악기상 예측의 확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일상, 경제생활에 적응하는 정책을 세워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벌이는 온실가스 감축활동과 생활패턴은 손자 손녀 세대, 그리고 그 후 세대에 나타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치시 재해 빈발…경제·기업활동도 크게 위축

기업, 에너지 경영 적극 도입 필요

■ 김현진 연구원 최근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 초래할 파멸적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가 세계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김현진 연구원

2006년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경이 작성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는 세계 각국이 매년 GDP의 1%를 투자해야만 2050년까지 CO2 농도를 550ppm 수준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인류가 이를 방치하고 방관할 경우 온난화 대책 비용은 전 세계 GDP의 5∼20%에 이르러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경제적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류가 직면하게 될 위협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상재해의 빈발이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은 태풍, 홍수, 가뭄, 혹서 등 기상이변의 빈도를 증가시킨다.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의 대부분이 1980년대 이후로 기록됐으며, 겨울은 따뜻해졌고 홍수와 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기상재해로 인한 세계 전체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 4천억 달러 수준으로 1980년대에 비해 무려 7∼8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 직면하게 될 위협에 비하면 매우 약소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농업과 식량생산에의 타격이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기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으로 기상이변은 곡물 생산에 피해를 주고 농산물 시장을 교란시킨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중위도 지역의 경우 기후대와 농업 경작지가 수십 년 후에는 150∼550km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수량 변화와 기온 상승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과 경작 가능한 농작물 종류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어장, 양식업, 저지대 농업 등 식량생산의 보고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셋째는 경제 및 기업 활동의 위축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기업은 품질 유지 등에 애로를 겪게 된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및 재해관련 재정지출이 늘어나 그만큼 생산적인 부문에의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 변동 리스크도 증가한다. 가전, 패션, 식음료 등은 계절상품이 많아서 기상이변이 생산기획, 재고관리, 판매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겨울 기온이 올라가면서 봄가을 의류 판매 기간이 줄어들고 겨울의류는 방한용에서 패션 위주로 변화하게 됐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 생태계의 재앙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1992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함으로서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은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자라는 데 합의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이나 줄일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지는 못했다.
이후 5년간의 협상 끝에 기후변화협약의 부속의정서인 ‘교토의정서’가 1997년 체결됐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누가, 언제부터,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를 제시한 것으로 선진국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줄이도록 합의했다.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본격화될 경우 첫째,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기존의 화석연료를 깨끗한 연료로 탈바꿈시키는 청정석탄 등의 기술개발이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둘째,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경우 가장 무거운 짐을 지게 될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기존의 상식을 깨는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이 일종의 원자재로 등장하면서 기업에 새로운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 유럽의 배출권 시장은 2005년 대비 2.5배 성장한 35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향후 미국, 중국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배출권 시장 규모는 현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거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5억9천만 톤, 1990년과 비교했을 때, 98%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에서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83%인 4억9천만 톤 수준이다. 이는 세계에서 10위, OECD국가 중에서는 6위 수준이다.
이제 기업은 △에너지 경영의 적극적인 도입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전략 수립 △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의 실행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의 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선제적 대응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현 인류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문명 때문

기후변화 대응운동 적극 전개해야

■ 오성규 처장 지금까지 시민운동 차원의 기후변화운동을 보면 그간의 우리 정부와 기업의 미온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마찬가지로 시민단체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 오성규 처장

그 이유는 기후변화 문제가 사실상 여러 부문과 연결되어 온전히 기후변화 대응운동으로 자리잡기 어렵고, 그간 국가의제이므로 정부와 기업에 요구하는 정책대응 중심이었기에 대중성이 결여돼 있었다.
또 워낙 복잡한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이 시민운동으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고, 설사 대책을 제기하고 실행에 옮긴다하더라도 운동의 실질적인 효과가 빨리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수준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임했다가는 인류 공멸을 재촉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배제되거나 국내 산업의 급격한 몰락을 감수하면서 국제적 기후변화대응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는 심각한 시나리오 밖에 그려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보았듯이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단히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응구조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모멘텀을 시민운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명확하다. 또한 시민운동의 역할은 국민들의 질 높은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의 마인드와 행동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시민운동이 기후변화 대응운동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훨씬 더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펼쳐져야 한다. 사실 우리국민들의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배경에는 세계사적인 영향이 제일 크다.
달리 말하면 국내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매일 쏟아지는 국제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됨으로써 형성된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깊이와 실천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을 짚어줄 뿐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얘기를 전달하기 어려운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거대 미디어와 함께 하는 캠페인보다는 구체적인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교육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확산해야 한다.
둘째,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단기간에 이룰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이 중요하다. 특히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에 흠뻑 젖어 살아가고 있는 미래세대들에게 기후변화의 위협이 생활의 각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제공해야 한다.
곧 기후변화에 바로 현 인류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문명 때문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복지문제와 고용문제와도 연결해서 운동프로그램이 추진되어야 한다. 저소득층이 혜택과 실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셋째,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시민들이 기후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하고도 긴급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상의 논쟁이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 역할이 시민운동의 몫이다. 전문가들끼리 정책 영역에서 갑론을박할 문제가 이미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일궈온 문명을 현세 인류의 탓으로 허물어야 하는 이 엄중한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더러는 지금의 기후나 미래의 기후가 미친 것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과학적 사실 논쟁도 해야 할 테고, “너는 늘 문제제기만 하냐?”는 볼멘소리와도 논쟁이 있어야 한다.
넷째,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마을에서 에너지 자립 실험을 추진하는 것, 바이오 에너지를 보급 활성화하는 것, 태양광 발전을 학교옥상에 설치하는 것 등 조금만 노력하면 도전해 볼만한 일들이 많다. 또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일들이다. 우리사회는 그러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과 도전들이 너무 없다. 시민운동과 시민들이 함께 수많은 실험에 나서야 한다.
다섯째, 그런 시민들의 높은 인식과 의지를 복지부동, 요지부동인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모아야 한다. 대중들의 의식보다 낮은 수준의 정치와 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면 의당 극복되는 것이 마땅하다.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할 것 없이 대중들의 열망이 선거라는 공간에서 분출되고, 그것이 기준이 되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풍력·조력·수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보급 늘려야

국민소득 비해 에너지 많이 소비

■ 이성호 소장 멀게만 보이던 기후 변화협약은 이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온 실정이다. ‘교토의정서’의 발효로 인해 환경이 경제와 직결되는 체제가 도입된 지도 얼마 안 되었으나 이미 전 세계는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전선에 동참하고 있다.



▲ 이성호 소장

먼저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국가목표가 우선 설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단순히 환경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지만, 이미 경제적으로 예측이 된 바로는 1995년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려면, 삼성전자의 순이익을 전부 쏟아 부어도 모자란다는 관측에서 나오듯이 바로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제적인 위치 및 합리적인 감축방안, 각 기업·지자체·개인 등에 대한 세부적인 방향성 제시 등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해 관계가 얽힐 수 있으나, 충분한 논의 및 국민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필연적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러한 국가적 정책을 시행해 나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이 재정문제이다. 다른 세제와 마찬가지로 유발자 부담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과거 ‘교통세’에서 2007년 이후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명칭은 바뀌었으나 아직까지는 교통시설 개선 쪽에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으며, 유발자 부담인 환경·에너지 분야에 대한 사용은 극히 미미하다. 이에 대한 세액의 적정한 배분도 향후 정부에서 고려돼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문제와 연동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 소위 ‘Green Tax’라 일컬어지는 ‘탄소세’의 도입문제이다. 유럽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절약 및 효율개선에 절대적인 모티브를 제공하는 탄소세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물가인상 등을 원인으로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발표자료에서 보듯이 국내의 전기 요금은 철저한 국가적 통제 아래 타 재화의 가격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제가격은 결국 시장의 왜곡을 일으켜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생산원가 중 에너지의 비중은 2000년 2.29%에서 2006년 1.96%로 감소했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졌다는 수치일 수도 있으나, 평균적으로 동 기간동안 원유 가격은 4∼5배 이상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는 약간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공정을 바꾸거나 절감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기업의 속성상 배치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정의 입장에서도 지출 중 7.8%를 차지하던 에너지 비용(광열비)이 6.5%까지 감소됐으며, 이러한 내용은 좀 더 큰 차, 좀 더 큰 가전기기 등 에너지 다소비 기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심리적 원인이 된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는 국민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사회구조로 향하고 있으며, 적절한 가격 시그널 없이는 이에 대한 제어가 불가능하다. 근래에 발표된 2030년까지의 에너지 계획을 보면 현재 확정된 4기의 원전과 별도로 7기의 신규 원전이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풍력·수력·조력 등 환경에 대한 영향은 약간 있으나, 친환경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보급량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전원개발일 것이다.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갖는 시민발전소 등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NGO운동도 병행돼야 한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 지자체, 기업, 가정, NGO 등 각 주체별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기업, 가정 등의 의식전환도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NGO들은 해외의 NGO등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오피니언 리더로써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환경문제, 대부분 기후변화와 연관…포괄적 시각 접근 필요

기후변화는 책임감을 요구

■ 조홍섭 기자 이제까지 기후변화는 전문가나 정책결정자들만의 과제였다. 일반인은 설득과 계몽의 대상에 불과했다. 기후변화에 시민, 기업, 정부 모두가 나선다는 의미는 단순한 인적·물적 동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우리의 해결능력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며, 책임을 나눠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 조홍섭 기자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며 기후변화 소통은 전문가와 일반인, 기업과 정부, 정부와 시민,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원칙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심의적인 의사결정이어야 한다.
대통력직인수위원회 기후변화 에너지대책 T/F팀이 지난 2월 13일 발표한 “기후변화를 경제성장의 기회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능력과 건설 경험을 가져 국제경쟁력이 있다며 원자력을 수출산업화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는 현 정부가 원자력 문제를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핵폐기물 처분, 핵 시설의 대 테러 안전성, 핵에너지 이용을 둘러싼 지역적 불평등, 핵에너지와 지속가능발전의 관계 등에 관한 논의를 이제 시작할 때이다. 이 문제에 관한 기후변화센터의 기여를 기대하는 바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역사적 배출량 23위의 책임감을 져야 한다. 이는 에너지 빈국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와 국내의 에너지 빈곤층과의 연대가 돼야 한다. 기후변화센터는 이런 기후변화 연대의 산실이 될 것을 바란다.
윤순진 교수께서 밝혔듯이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생태적 전환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이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의 참여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수많은 작은 ‘어떻게’를 모아 널리 알리는 기후변화 아이디어 뱅크 구실을 기후변화센터에서 맡아 주었으면 한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는 단지 에너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새만금 개발이나 해안 개발, 도로 건설, 도시계획 등 환경문제 거의 모두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한반도대운하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도 그 뿌리는 기후변화와 닿는다. 기후변화를 더 포괄적인 시각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탄소펀드’ 조성…선진 감축기술 확보·국제 탄소시장 진출 활용

단기간 내 온실가스 감축 쉽지 않아

■ 조석 기획관 2005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선진 38개국들은 제1차 의무기간(2008∼2012년)에 1990년 대비 평균 5.2%의 CO2를 감축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고, 2012년 이후의 감축의무 부담에 대한 국제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조석 기획관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현행 교토의정서 방식의 1990년 대비 절대 배출량을 감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천100만 톤으로 1990년 2억9천700만 톤 대비 98.7% 증가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이 같은 증가율은 ‘교토의정서’상 선진국들은 1990년 대비 평균 5.2%를 감축해야 하며, EU국가들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수준이 안정적인 바, 우리나라와 같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국가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내 에너지 및 산업 여건을 살펴보았을 때 단기간 내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산업 내에서 단위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량은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추가적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전체 에너지믹스에서 CO2 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의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CO2 배출이 낮은 전원 특성을 가지고 있다.
추가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CO2를 적게 배출하는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원자력의 경우 사회적 합의 도출의 어려움이,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불리한 자연여건 등에 따른 경제성 확보의 문제가 있다.
대외 협상에서의 대응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멕시코만 감축의무가 없는 상황이며, 배출량 증가추이, 경제규모, 산업구조 등에서 우리나라와 감축여건이 유사한 국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 2002년 10월 교토의정서를 비준했다. 또한 1999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기후변화협약 이행기반을 착실히 구축했다. 그 동안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마련하는데 포커스를 두었다면, 기후변화를 기회로 삼아 국내 첨단 에너지기술 산업을 발전시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크게 세 가지 정책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우선, ‘포스트 교토’ 국제협상 동향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기후변화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국내 산업계의 대응여력과 경제적 사회적 감축비용 등을 고려하여 체계적인 국가 감축목표를 단계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에너지, 산업 부문의 에너지 기술 현황과 미래에 사용 가능한 신기술 등을 조사하여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분석을 수행했으며, 향후 진행되는 국제협상 추이에 맞춰 우리나라에 유리한 최적의 감축목표량을 제시할 예정이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 경영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의 중장기 투자계획, 시설확충계획, 경영전략 등에 규제와 감축에 따른 영향 등이 미리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계 스스로 감축목표를 수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국가 감축목표 수립에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주요 기업들의 대응노력을 평가하고 우수 기업들의 대응사례를 소개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셋째, 탄소시장, 에너지관련 신산업의 수출사업화를 통하여 기후변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 2006년부터 탄소시장 개설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정부가 등록 관리했으며, 감축실적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권을 발급하는 등 자발적 탄소시장을 운영했다.

또한 국내 탄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탄소펀드’를 조성하여 선진 감축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국제탄소 시장 진출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기술 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R&D 과제에 적극 반영하여, 산업현장의 핵심 감축기술 개발 및 감축기술의 해외 수출산업화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단기간에 추진할 과제는 아니며,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경제성장, 기술경쟁력, 에너지 안보 등과 조화하여 접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의 장기적인 국가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저탄소 사회로의 진입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나아가 온실가스를 유발하지 않는 Carbon Neutral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는 국내 에너지 신기술개발 및 시장의 육성, 선진국과의 공동 기술개발이나 이전에 관한 협력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함으로써 기후변화협약을 21세기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산업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인바,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 생산공정의 환경성 제고 및 친환경제품의 생산·판매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에너지환경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가 재평가될 수 있도록 하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기후변화센터가 출범하게 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정부, 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마련해나간다면, 앞으로 기후변화는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