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운하 건설의 경험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논의된 경인운하는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것이었으며, 한강의 지류인 굴포천을 통해 범람하는 홍수를 서해로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홍수를 통제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수로 항해 또한 고려되기도 했다. 당시 사업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환경영향과 타당성 문제에 부딪혀 사업을 시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2000년 10월 공사가 착수됐지만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공사 중단을 제기함에 따라 경인운하는 2003년 전면 백지화 됐다.

2004년 네덜란드의 DHV(Consultancy And Engineering) 회사는 ‘서울∼인천 간 내륙수로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적이 있다. 2005년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는 △한국의 국가 경제가 B/C ratio 〉1.6의 혜택을 볼 것 △정부의 지원 없이 공사 가능하며 다리 짓는데 약 2천80억 원이 소요 △가장 큰 혜택은 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며 교통 혼잡이 완화되고(기름을 덜 사용함으로써) 교통으로 인한 비용이 크게 절감 △한강에서 운항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공장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 △서울 대기질 정화 △인천 북부 및 김포 지역 여가 시설 증가 및 청라지역 활성화(요트, 산책길, 공원, 여가시설 등) 등이 포함돼 있다.

2005년 7월 경인운하 사업의 타당성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다수의 정부 관료, 전문가, 지역주민, 그리고 시민단체가 포함된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발족됐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돼 2007년 8월 재조사가 착수됐다.

▲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운하 건설은 한강 지류인 굴포천을 통해 범람하는 홍수를 서해로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홍수를 통제하는 것이 그 목적이 있다. 사진은 경인운하 조감도.

19.1km의 경인운하 사업에서도 이렇게 많은 문제가 발생해 추진이 어려웠는데 서울∼부산 간 무려 540km가 예상되는 대운하 사업의 운명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1996년부터 기획된 대운하 사업

이명박 대통령은 1996년 당시 국회의원으로 경부운하 건설 의지를 처음으로 드러냈고, 그 이후로도 미래의 대통령 후보로 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경부운하 건설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현 류우익 비서실장은 자신이 대운하 사업의 초기 계획을 설계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전략연구소(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지원하는)의 원장이자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류우익 씨는 10년 전 독일 Kiel대학에 머무르면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운하가 성공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것을 경험하며 대운하 구상 초기, 부산과 목포를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운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또 그는 운하 건설과 함께 그 지역을 국제적인 투자, 교육, 여가 도시로 개발할 것을 구상했다. 이명박 후보가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초기의 대운하 계획은 점차 서울과 부산을 잇고, 대구와 충주를 연결하는 540km의 장대한 계획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2007년 네덜란드 DHV사는 ‘한국 내륙 수로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갑문(약 22, 높이 135m) △리프트(약 2, 높이 100m) △47km 운하 △7km 터널 △제방(ca, 1천km) △교량을 높일 것 △내륙 터미널 개발 △내륙용 선박과 바지선 구축 △교통 통제 및 관리 시스템 개발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DHV는 △대운하 건설은 어려우나 기술적으로는 가능 △투자와 잠재 수혜가 크고 단계별 개발이 필요 △해안 교통을 개발 및 내륙 운항과 통합 연구 필요 △내륙 수로 교통 관련 타 사례를 연구 필요 △내륙 수로 교통은 톤/km 당 적은 양의 오염물을 배출하며 환경적 악영향은 적절히 완화 가능(서부유럽의 경험을 토대로)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한국 대운하 건설에 대해 DHV는 △기존 유역 체계는 내륙 교통망의 디딤돌 역할 전망 △내륙 수로 교통망은 화물 운항 수송로의 역할뿐만 아니라 여가 시설 개발도 충족 및 유역 개발 기여 가능 △상류 쪽으로 운항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단계별 개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정부가 내륙 운항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바지선 운항은 지역편익(환경, 안전 등)에 따라 정부 권장 등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대운하의 차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급증한 것으로 들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시장이 현대건설에 있을 때 지은 6km 고가도로를 제거하는 데서 시작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시절 428km에 걸친 한국의 첫 고속도로 사업에도 관여했던 인물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를 토대로 청계천 복원사업은 약 4천억 원의 예산으로 27개월의 단기간에 걸쳐 완성됐다. 완공 이후 지금까지 5천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했으며, 『타임지』 2007년 11월호는 청계천 복원사업 외에 버스전용 차선과 녹지공간을 확대한 공로로 이명박을 ‘환경영웅’으로 칭하기도 했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맹렬한 반대 세력이 있었지만 이명박은 이들을 설득할 때까지 14개월 간 지속적으로 논의했고 이런 고집과 결단력이 역동적인 지도자로서의 평판을 높였다.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로 이명박은 국민들이 대운하 사업을 원한다고 느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은 사회 각계에서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이에 따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현 대운하 사업은 △여론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 미흡 △대운하 사업에 공익보다 협소한 경제이익 지배 △대운하 사업 찬성자들이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점 △물 부족이나 투자여건 등의 위험 요소들 망각 △대국책 사업의 수혜적인 면 지나치게 과장 △잠재적 비용이나 기회비용 등 대국책사업으로 인해 ‘희생될 미러는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사회 각계에서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녹색연합의 대운하 건설 반대 시위 장면.

벌써 경부고속철도의 교훈을 잊어버렸는가?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정부에서 6조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결국 18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다. 또한 정부는 하루 승객 22만 명을 예상했지만 기껏해야 7만 명의 승객만이 이용할 뿐이다. 매년 수많은 적자가 발생하고, 납세자의 허리만 휘어질 뿐이다.

운하 찬성자들은 관련 문제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대운하 사업을 둘러싼 논쟁의 긍정적 측면은 개발사업에서 영향평가가 가지는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데 있다. 대중들이 대운하 사업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사전 환경평가와 전략환경평가와 같은 환경법령은 정말로 필요한 규제들이며 대운하 사업을 둘러싼 논쟁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철저한 운용 절차 거쳐 진행돼야

그러면 영향평가의 관점에서 대운하 사업이 어떻게 고려돼야 했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환경영향평가 방법의 주요유형에서 평가절차만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첫째, 스코핑이다. 제안된 사업에 대한 문제점과 배경, 그리고 영향의 범주(어떤 영향이 있으며, 특징은 무엇이고, 어디서, 언제, 누구에 관한 것이냐)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 문제점 파악이다. 문제점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집단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 관계 및 가치 등을 파악해야 한다.

셋째, 대안 설정이다. 사업을 상세히 분석하고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영향파악을 해야 한다. 스코핑 단계에서 거론된 각 영향 범주의 특징을 기술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다섯째, 예측이다. 각 사업을 대안별로 비교해 예측해 놓아야 한다.

여섯째, 대안 분석이다. 각 대안별 수립 계획까지 포함해 각 대안에 대한 분석을 여러 각도에서 수행토록 한다(민감도 분석, 교차 영향 분석, 누적 영향 분석 등). 일곱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방법과 기준으로 각 대안별 결과에 대한 선호도를 매겨야 한다.

여덟째, 저감방안이다. 면밀한 사업계획서로 사업에 대해 악영향으로 간주된 영향을 회피하거나 저감하기 위한 노력이 추진돼야 한다. 아홉째, 모니터링이다. 대안이 시행되면 예측 수치와 실측의 차이점을 분석하기 위한 측정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열 번째, 관리가 진행돼야 한다. 저감방안과 모니터링 계획을 충실히 수행해 관리 계획에 따라 다양한 조치와 운용 절차가 수행되기 때문이다.

앞의 환경영향평가방법에 비춰 현재 대운하 사업 추진의 진척 상황을 살펴보면, 대운하 사업은 아직까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대안조차 설정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오히려 대운하 사업의 문제점은 사업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대운하 찬성자들이 설정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지역개발의 균형 △수질을 향상 △물류비용 감소 △관광산업을 육성 등이다. 그들은 이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낮은 경제 성장률은 운하를 둘러싼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대운하가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기정사실이지만 대운하만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까? 오히려 다른 곳에서 민간투자와 공공 투자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화 정책을 통해 추진했듯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 있다. 과학 기술 도시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일부 대운하 반대자들은 대운하 정책이 노무현 정부의 행정복합도시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의 중요성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할 때 가장 먼저 착수하는 일 중의 하나가 유사한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기 위해 뉴욕주의 에리 운하를 빼놓을 수 없다. 1825년에 완공된 에리 운하는 조기 미국 국가 경제에서 뉴욕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그 당시 내륙 운항은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운하로 거둬들인 수입이 철도 산업육성에 쓰여졌고 결국 운하는 경쟁 교통수단에서 뒤쳐지게 됐다. 또 다른 예로 니제르강 하류 운하를 경우를 보자. 본인은 2000년 니제르강 하류를 준설하고 운항 수로를 개발하는 운하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니제르강 하류는 ‘와리-바로’간 537km에 걸쳐 있다. 개발 동기는 운하를 따라 내륙항을 개발함으로써 지역 개발의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었다. 수상 산업이 미미했으며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철도를 강화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한국처럼 니제르 델타에서 준설물(Dredge Spoil)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미국 공병대들이 ‘자원’이라 부르고 있는 가치 있는 상품이다. 홍수 시기 동안 대부분의 지역은 물에 잠기기 때문에 간척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그들 공동체에 대한 고려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고 잘못됐다고 불평했으며, 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법 취지와 다르게 공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립내륙운하국(National Inland Waterway Agency, NIWA) 또한 불만을 쏟아냈다. 운영 본부장인 아브바카르(Abubakar) 씨는 운하를 준설의 개념만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수로화와 내륙항을 건설함으로써 운항과 물류산업의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는 사업 전반에 대한 기술만 나열돼 있을 뿐, 영향평가가 생략됐다. 아부바카르 씨는 권위 있는 네덜란드 ‘Haskoning Consulting Engineers and Architects B.V’사가 영향평가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잘 짜인 내륙 운하 종합계획’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부운하 충주지역 조감도.

그는 내륙 운하가 여러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운하가 나이지리아 경제에 어떤 편익을 제공할지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잘 짜인 내륙 운하 종합 계획만이 운하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으며 종합 계획은 미래의 나이지리아 교통 부문을 감안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계획돼야 한다.

종합계획은 총체적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하며 △교통 △유역 수문 및 지형 △개선 사업의 설계 △내륙 운항(운항성, 선박, 항구, 운항 비용) △환경 평가 △사회·경제적 영향 △제도 개선 부문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산조(Obasanjo)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경우 2006년 교통부장관으로부터 ‘미래의 나이지리아 교통 부문 개발 청사진’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2007년 4월 정권이 바뀌면서 보고서에 대한 언급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속가능한 산업 여건 마련 필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운하 찬성론자들은 문제의 본질을 오해하여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해결책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에서 출발한다. 영향평가는 이점에서 선행적 연구로써 수행될 수 있고 선행적 민주주의로 접근될 수도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미국의 운하 개발을 경험 삼아‘영향평가와 한국의 개발 사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문제는 대운하 사업이 환경영향평가와 한국의 개발사업에 끼치는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영향평가 측면에서는 미래에 어떠한 대안이 바람직하며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본인의 단견은 영향평가는 총체적이고 통합적이며 미래 지향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제가 국제영향평가학회(IAIA) 학술총회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환경단체로만 남아서는 안 되고 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다루는 조직으로 성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에도 적용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미래는 이제까지 잘 작동해왔던 초산업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호응과 개혁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지속 가능한 산업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