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이상의 시간 동안 운하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되풀이 될 뿐 새로운 문제가 제시되거나 서로 동의된 것은 없다.
우선 찬반논쟁에 참여한 정치인, 학자나 일반인들이 과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불행하게도 논쟁이 ‘개발주의자’와 ‘환경론자’와의 다툼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운하 찬반론과 환경파괴 문제

우리나라는 수출을 해야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IT, 서비스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하나 이것만으로 연 5％ 이상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고용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 세계와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자원은 고갈되거나 바닥났으며 교육수준은 떨어지고 있다.

또 일에 대한 강도나 능률이 올라가지 않고 국민들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주요 고속도로는 교통사고나 교통체증으로 주차장화 되고 있으나 2006년 이후 신규 고속도로 건설은 한 건도 없었다.

▲ 운하는 기존의 강에 큰배가 다닐 수 있도록 물 속을 파고 수중보를 건설하는 일이다. 물론 수계를 연결할 때는 산을 뚫거나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운하가 도로나 철도에 비해 환경파괴가 훨씬 적다는 것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환경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은 낙동강 유역(경북 칠곡)의 모래 준설 장면.

국토종합개발계획에 의하면 경부에만도 3∼4개의 새로운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으로 있으며 국토 모든 곳에서 30분내에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격자형으로 개발돼 환경파괴는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도로나 철도는 산을 돌아가거나 뚫고 가며 하천을 건너가고 환경적, 고고학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많은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하나의 도로나 철도를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인간이 얻는 편리함에 비해 매우 크다.

운하는 기존의 강에 큰배가 다닐 수 있도록 물 속을 파고 수중보를 건설하는 일이다. 물론 수계를 연결할 때는 산을 뚫거나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운하가 도로나 철도에 비해 환경파괴가 훨씬 적다는 것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환경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운하 하나만을 가지고 경제성과 환경파괴 때문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미시적인 안목보다 도로, 철도, 운하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물류 운송수단이 무엇인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유럽과 미국의 친환경적 운하 건설에 관한 연구결과를 한국에 도입해 친환경적 운하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은 벌써 유럽이나 미국의 방식을 도입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제방을 허물고 하천 복구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유럽의 하천과 달리 한강과 낙동강은 강폭이 넓어 수변 공간에는 갈대와 달뿌리풀, 물억새, 꽃창포, 부들과 같은 수질 정화식물을 심고, 그 위의 둔치 부분에는 숲을 조성할 수 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고 재정적 여유가 없을 때 만든 비환경적 제방과 수변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서 습지도 건설하고, 홍수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류공간도 마련해 수질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하는 2003년 환경부에서 발행한 ‘유역관리기법’에 의거해 하천을 재정비하고 한 걸음 더 나가 강바닥을 파서 홍수피해를 최소화하고 물길을 만들어 경제발전에 기여하려고 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다. 문제는 수역을 연결하기 위한 인위적인 터널이나 연결수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운하의 환경 파괴와 경제성

운하반대 학자나 환경단체는 환경 파괴와 낮은 사업성을 지적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몇 국가밖에 없는 고속철도를 건설한 나라다. 환경단체에서는 환경 피해가 가장 적은 사업인 운하를 두고 환경 재앙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름이 둥둥 떠다닐 것이고 식수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은 전 국토를 바둑판같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더 큰 환경 파괴인 것이다.

또한 인구도 많지 않은 산간지역까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사업성이 없다. 사회 기반시설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모두에게 혜택이 가는 것은 아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교통, 물류 대책을 거론해야 한다.

단순히 운하만 반대하기 보다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운하를 반대하면 철도나 도로건설은 허용하는 것인가? 지속적으로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면 운하보다 환경피해가 적고 물류비용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를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 의존도 낮아지고 경제성 높아

운하반대에 앞장서 온 한양대학의 홍종호 교수에 의하면 운하를 이용할 때 ‘항구→트럭→운하터미널→바지선→운하터미널→트럭→공장’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운하는 경제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선진국으로서 세계의 경제를 주도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산업혁명 이전에 건설된 운하를 통해 유럽 대륙은 물론 대서양 각지로 화물들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독일 라인강 운하.

유럽에서는 많은 공장들이 운하를 끼고 있으며 ‘항구→바지선→공장’과 같은 단순한 물류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트럭 이용이 없다. 그만큼 도로에 의한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현재의 공장들이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물류 이동을 고려하는 경직된 사고를 근거로 경제성 분석을 했으니 당연히 경제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경인지역까지 입항 후 육로 사용 시 10∼12일이 소요되며, 내륙 물류기지 이용 시 5∼6일로 단축된다고 한다. 트럭으로 가면 6시간이면 될 것을 운하로 24∼72시간이 걸려 너무 느리기 때문에 운하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항구와 내륙 물류기지에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운하로 바로 운송한다면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말이다.

운하는 과거의 형태가 아니라 진화된 미래의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이용해야 한다. 구미에서 선적한 물품이 바로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로 바로 수출되며 미국이나 유럽으로 갈 때는 공장에서 바지선에 선적 후 항구에서 대형선박으로 옮겨져 수출하는 것이다.

왜 한반도의 7분의 1밖에 안 되는 벨기에가 2006년까지 한국보다 수출을 많이 했겠는가? 그 이유는 바로 85%의 공장이 운하에 접해 있어 물류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며 유럽의 중심지로 교통의 요지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다각적으로 하천 이용

한국은 지난 수 백년 동안 운하를 건설할만한 재력과 기술력이 없었다. 대부분 농업위주의 자족 생산이었기 때문에 운송 수단이 중요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에 걸친 산업발전과 국토개발로 인해 2007년 세계 10번째의 수출국이 됐다. 지속적으로 공업위주의 수출주도형 국가의 위상을 지켜 가기 위해서는 물류 운송수단의 다각화가 절실하다.

현재 한국은 도로가 포화상태에 도달해 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만들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요구가 높다. 철도와 항구 건설은 말할 나위도 없다. 유럽의 많은 강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결돼 있었으며 중요한 운송수단과 수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의 하천은 식수, 배수, 위락뿐만 아니라 주운까지 가능하다. 좁은 국토에 70％가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에서 하천의 이용도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며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독일 운송수단·산업형태 본받아야

이제 한국은 최첨단 산업 위주의 공업국가로 전환된 상태다. 한국은 세계수출 1위인 독일의 산업형태를 본받아야 한다. 과다한 물류비용으로 인해 생산단가가 올라간다면 한국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한치의 낭비도 없이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국민도 비장한 각오로 이에 동참해야 한다.

유럽 국민들이 여유 있게 사는 것은 앞선 세대들이 이룩해 놓은 인프라와 기술력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바다와 싸우면서 영토를 늘려 갔고, 기술을 개발해 경제대국이 됐다. 독일은 변변한 항구 하나 없이 내륙운하를 통해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됐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지만 서해안은 간만의 차이로 효율적인 항구를 만들 수 없다. 부산은 확장이 늦어져 상해에 선두권을 내줬다. 삼면이 바다이지만 파도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바지선 운행이 어렵다.

또한 내륙에 위치한 도시는 이러한 주운에 의한 운송수단으로는 갈 수 없다. 경부축의 고속도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유럽에 비해 내륙 지방에서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여건이 매우 나쁜 것은 사실이다. 결국 국토의 불균형적인 발전을 가져 올 것이다.

독일의 강들은 대부분 운하화 되어 있어 환경단체가 일부 남아있는 자연 상태의 강을 그대로 보전하고자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강을 보전하기 위해 철도에 의한 운송을 지향하기도 한다. 선진국의 환경단체는 대안을 제시하지 무조건 국책사업을 반대하지 않는다.

남북철도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물류를 이송하는 것은 언젠가는 꼭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기타 지역으로의 수출은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운송수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생산단가 절감에서 운송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류비용이 절감된다면 자연적으로 내륙운하 주위로 산업체가 이전할 수 있고 균등한 국토개발도 이뤄지게 된다. 고로 세계적인 산업국가로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일은 통일 후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평균 수입이 2% 감소했다. 2003년부터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에 관한 규제를 점차적으로 완화했다.

또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관료적인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을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전통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했으며 첨단 분야도 기술력의 강화와 함께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독일은 2010년까지 유럽 대륙을 내륙운하로 완전히 연결한다는 유럽 연합의 계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에 대한 수출 및 영향력을 늘리려 하고 있다. 유럽이 선진국으로서 세계의 경제를 주도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산업혁명 이전에 건설된 운하를 통해 유럽 대륙은 물론 대서양 각지로 화물들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하, 도로 투자비용 비해 경제적

유럽연합은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간의 상업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확충하는데 교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001년 9월 12일 ‘2010년 유럽 교통운송정책’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유럽 연합 국가를 포함한 대규모 교통망 구축으로 모든 교통수단을 상호 연계해 개발함으로써 사고에 의한 인명피해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유럽연합국가의 균등개발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02년 교통혼잡 비용이 경부운하 건설비보다 많은 22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도로 등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유럽의 교통정책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운하에 소요되는 비용이 16조에서 20조 가량 된다고 한다. 도로에 투자하는 비용을 보자. 2003년의 도로 예산은 9조260억 원이었으나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4년에는 8조647억 원으로 1조원이 감소했다. 2007년에도 계속 감소돼 7조3천554억 원 이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고속도로 신규 건설사업은 단 1건도 없다. 운하는 고속도로와 같이 대량의 물류를 이동할 수 있다. 2년의 도로 예산에 상응하는 투자만 한다면 또 하나의 대량 물류 이동 수단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2005∼2009년까지의 ‘2차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에서 총 118조 원의 예산을 수립했다. 이중 도로가 61조 원, 항만이 18조5천억 원, 철도가 30조5천억 원에 해당한다. 운하 건설비용은 이러한 예산 중 일부를 활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진 것이다.

 

국민 참여도 높인 영향평가 진행돼야

많은 국책사업들이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범위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시민단체의 조직적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공공사업은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개발로 인한 궁극적인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사후의 형식적인 과정이 아니라 국부적인 환경피해 평가는 물론 국가 예산의 절감과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근본적으로 사후대책보다 예방을 하기 위한 조치로 적용돼야 한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위주로 확정 단계에서 거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용되지 못하며 미래를 예측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 운하 건설 시 환경영향평가는 운하를 건설하는 하천을 대상으로 매우 한정된 인자들을 다룬다. 그러나 보다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운하와 기타 운송수단, 현재와 미래 상황 등이 고려돼야 한다. 사진은 한반도 대운하가 통과될 팔당호 전경.

운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될 뿐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용되지 못했다. 많은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기관의 영세성이나 비전문성, 또는 제도적, 사회적 제약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를 하지 못했었다. 이제는 사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과 예측 기법의 개발을 해야 한다. 기술 축적이 없고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전문가를 양성하고 기법 개발을 하려면 평가비용도 현실화돼야 한다.

또한 기간도 충분히 주어 보다 완벽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 대행기관과 더불어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지도록 해 사후에도 미비한 것이 발견될 경우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의무감을 부여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운하를 건설하는 하천을 대상으로 매우 한정된 인자들을 다룬다.

그러나 보다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운하와 기타 운송수단, 현재와 미래 상황 등이 고려돼야 한다. 국책사업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국부적인 환경개선만 검토하지 말고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큰 틀을 세우는 보다 광범위한 환경영향평가가 됐으면 한다.

경부 운하는 540km에 달하는 매우 긴 지역을 통과해 전문가라 하더라도 완전하게 짧은 시일 내에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각 공사 구간별로 그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학교 프로젝트로 참여해 친환경적이고 홍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환경피해 가능성을 예측, 방지하는데 참여시켜야 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참여 속에 적용 가능한 것은 채택해 국민의 참여를 높이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