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일 교수

통일신라시대, 토기 수도관 이용

현재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수도관은 경주 안압지서 출토된 상수도관과 하수도관이다. 이 관들은 모두 토기로 만들어진 관으로, 7∼10세기경 통일신라시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제사비 왕궁 터에서도 상수도 시설과 괴석 등으로 꾸민 시설 등이 발견됐다. 이 상수도관들은 수키와(圓瓦, Inbrex) 등이 이용돼 조립됐으며, 길이는 각각 40m와 35m로 측정됐다. 관은 땅속에 묻어서 연결·설치됐으며, 관의 중간 지점에 침전물을 걸러내는 정수 기능의 목곽 수조까지 조성돼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논수품(論水品)’이라 하여 물의 품질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 바 있다. “물은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것이라고 하여 사람들이 홀대한다. 허나 이는 하늘이 사람을 낳아 물과 곡물을 먹여 길러냄을 알지 못하는 소치다.

그러니 물이 얼마나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겠는가! 사람은 살찐 사람도 있고 여윈 사람도 있으며,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오래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흔히 수토(水土)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확인된 기와 상수도관. 전체 길이는 약 40m에 이른다.

그것은 남쪽지방과 북쪽지방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또 “병을 치료하는데 쓰는 물은 맑은 샘물(淸泉)을 새로 길어다가 써야 한다. 한 곳에 고여 있으면 더러워지고 탁해진다. 미지근한 물을 쓰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람에게 해롭다.

그러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여 식수 이용에 대한 기능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일찍부터 정수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었으며, 물 사용에 대한 지혜를 인지하고 있었다.

광무 7년(1903년), 수도사업 시작

1908년 9월 1일 뚝도정수장 통수를 시작으로 올해 10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수도는 시대적 특징에 따라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945년 광복이전 일본 강점기하의 수도 도입기 △1945년부터 1960년까지 광복과 전쟁 및 복구 등 혼란기 △1961년 「수도법」 제정 이후 1990년까지 시설용량의 확대기 △1989년 수질사건으로 1991년 수도법 개정 이후 1999년까지 고도정수 도입 등 수질개선 노력이 강화된 성숙기 △외환위기 이후 2000년부터 새천년 시대를 맞아 소비자 중심 시대로 구분된다.

▲ 수도 도입기인 1910년대에 한강에 취수관을 개설하는 모습. 사진은 서울시 수도박물관에 전시된 사진을 촬영한 것임.

근대 수도 도입기(1908∼1945) 당시 대부분의 백성들은 다섯 가구에 하나씩 우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반 및 권세가들은 개인 우물을 이용했으며, 부잣집을 대상으로 물장사가 성행하기도 했다. 1890년대에는 일본제국주의의 진출에 따라 일본 거류민단을 위한 수도시설 건설이 시작(부산 보수천 수도관 및 대현동 배수지 건설 등) 됐다.

이후 1908년 9월 1일, 한양주민을 대상으로 최초의 근대식 수돗물이 보급됐다. 이 시기에 점진적으로 도가 등 사설수도사업은 해체됐으며, 전국의 도시를 중심으로 수도시설의 건설이 진행됐다.

수도사업은 광무 7년(1903년)에 미국인 보스윅과 콜브란이 고종황제로부터 상수도 특허권을 획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1905년 영국인이 설립한 조선수도회사(Korean Water Works Co)에 이 특허권이 양도됐다.

수도사업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1906년 4월 25일 칙령 제21호를 공포, 경성에는 수도국 관제를 실시해 도지부에 수도국을 설치하고 수도 부설과 급수 및 요금징수를 담당하도록 했다. 수도공사는 수도국장의 지휘를 따랐다.

1906년 5월 18일에 도지부령 제 7호 임시 수도비 회계 규칙을 마련, 수도사업의 예산 편성과 결산에 관한 규정이 마련됐다. 1906년 6월 21일에는 수도국 분담 규정을 마련, 수도국에 공사경리소와 공사출장소가 설치됐다. 공사경리소는 총 공비의 예산, 결산과 수도유지비와 급수료에 관한 사무를 담당했고, 공사출장소는 수도 공사의 서무회계와 설계 실시, 감독 등 공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게 됐다.

 

1909년 11월 9일, 당시 대한제국 정부에서는 상수도에 관한 규정을 완전히 체계화시켜 내부령 제13호로 「수도급수규칙」(전문 41조)을 마련토록 했다. 이 규정은 서울과 부산의 경우와는 달리 대한제국이 주도한 평양과 인천을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급수의 종류와 사용료 징수 방법 등을 자세히 지정한 것이 특징이다.

1911년에는 「관영 상수도 급수 규칙」(조선총독부령 제 18호, 1911년 2월 18일)이 공포됐다. 이 규칙은 대한제국 때 이미 제정한 것을 계승한 것으로, 급수의 종류 전용급수, 공용급수, 소화용 급수, 선박용 급수, 특별 공용급수 등 5종으로 분류된다. 1915년 9월에는 총독부훈령 제50호로 「상수도에 관한 건」을 공포, 상수도에 관한 모든 사항이 조선 총독의 인가 사항으로 규정했다.

한편 수도의 계량은 1908년 뚝도정수장 통수 시로부터 추정되고 있다. 1852년에 지맨스 형제가 익근식 계량기를 발명한 이래 그 보급이 일반화(일본산은 1913년부터 생산)됐고, 1911년에는 「관영 상수도 급수 규칙」에서 계량부분에 대한 언급이 남아있는 상태다.

가사용 급수전의 계량기 사용개시 연도는 1925년으로, 이것은 1928년 조선총독부발행 경성 도시계획서와 1924년 10월 6일자 경성부윤이 조선총독부에게 보낸 문서에 기록돼 있다. 방임 급수시대에는 평균 1일 1인당 최고 190L, 최대 1일 1인당 최고 257L가 사용됐으며, 1925년 계량제로 변경된 후에는 그 사용량이 격감하여, 평균 1일 1인당 최고 128L, 최대 1일 1인당 167L로 저하됐다.

 

수도요금(1909년의 자료)은 어땠을까? 계량되지 않는 전용급수의 가구 중 16평의 가옥인 경우, 서울이 1원, 인천은 1원 50전, 평양은 1원 20전이었다. 계량에 의한 급수는 분수용의 경우, 톤당 가격이 인천이 30전, 서울과 평양은 25전이었다. 당시 요금표에서는 서울, 인천, 평양을 비교할 경우, 인천이 타도시보다 요금이 대체적으로 비싼 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성부는 1911년부터 1921년까지 국고 보조와 부채 수입이 나타나지 않았다. 1922년부터는 외부 차입이 사용됐으며, 1925년부터 국고보조를 받았으나 그 비율은 낮았다. 부산의 상수도 사업은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로, 세입은 경상부와 임시부로 구성(경상부는 재산수입, 사용료와 수수료, 수입증지 수입, 잡수입 등)됐고, 확장공사를 위해 공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1940년 총 세입은 14만 2천 743원, 총 세출은 141만 4천158원인 바, 이 중 100만 원은 상수도 확장공사비로써 주로 국비에서 충당됐다. 전국적으로 수도요금만으로 사업비 충당은 무리, 국고지원이 상당부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수기술의 경우 여과는 완속여과가 주된 형태였으며, 급속여과는 뚝도정수장 제2정수시설 확장 때부터 적용됐다. 응집약품에는 고체황산알루미늄을 물에 녹여 사용됐으며, 염소소독은 1908년도부터 시행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뚝도수원지 계통에는 주철관이 사용됐고, 밸브는 영국 등에서 수입하여 설치됐다. 부설된 송·배수관의 구경은 600mm, 500mm, 400mm관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쟁 후, 사회간접자본시설 중에서 가장 복구가 빨랐던 것은 상수도였다. 1954년부터 5개년에 걸쳐 미국 및 국제연합의 원조기관(FOC·ICA)을 통해 공여된 관류(주철관 및 강관 등), 시멘트, 철근, 펌프 및 모터 등을 사용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1956년 10월 뚝도정수장 확장공사 준공을 기념하기 위한 한미합동공사 기념현판. 서울시 수도박물관에 전시.

전쟁 전에 남북 포함 전국적으로 대략 90만㎥/일의 급수시설이 1955년에 이르러 복구가 완료, 전쟁 전의 수준으로 회복이 이뤄지게 된다. 이후 시설의 확장과 신규공사를 시행, 1947년 남한의 급수용량은 24만㎥/일이었으나 1961년에는 60만㎥/일로 14년만에 2.5배로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기술력 향상을 위해 1950년경 미국 및 서독 기술자를 초청해 약 1년 동안 국내 기술자에 대한 교육을 시행을 시작하게 된다.

국내의 수도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의 전기가 된 것은 1952년 미국 원조기관에 의한 AID프로그램의 국내기술자의 연수가 진행되면서부터였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한국인 지도급 기술자의 상당수가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상수도 기술을 습득, 한국의 상수도 시설의 설계와 확장계획을 담당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자체 기술진에 의해 설계 및 시공된 최초의 사례는 휴전 후 1956년 공사 재개로 준공된 뚝도 정수장 제3공장이다.

 

복구 이후 자체적 기술 확립

1945년의 광복으로부터 1960년까지 전후복구의 시기는 대한민국의 수도 기술이 미국 등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의 영향으로부터 자립해 자체적인 기술 확립의 기초를 다진 시기이다. 일부 고지대에는 하절기의 급수가 원활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이 컸으나 노후관 개량, 송·배수관 증설, 가압장 확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급수 보급율이 낮았던 당시, 급수난이 심한 하절기가 되면 고지대 변두리 시민을 위한 급수계획의 일환으로 지역별 급수제한 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저지대 주민들이 필요 이상의 물을 소비하는 것을 제한을 두었으며, 고지대 주민들 식수를 공급을 위해 지역별 시산제에 따라 급수를 하는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지역별 급수제한은 각종 수도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시민 대부분에게 원활한 수도공급이 이뤄지던 1980년대 중반까지 지속됐다. 재정적 측면에서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수도사업이 독립적인 재정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일반회계로부터 전입됐으며 확장사업에 대하여는 국고보조금에 대부분을 의지했다.

1951년 서울시의 경우 총 세입예산 가운데 사용료 및 수수료가 40%에 불과, 결산액은 예산액의 31%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60%정도는 시비로 충당됐다. 1950년대의 수도재정은 △전쟁으로 인한 행정의 공백 및 후유증 △불합리적 요금체계 △수도요금징수의 제도적 장치 미비 등으로 인해 열악한 상황이 이어져나갔다.

대한제국과 조선총독부의 수도법령을 대체할 「수도법」이 1961년에 최초로 제정됐다. 1962년 「수도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면서 제도도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62년부터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는 상수도 시설에 계획적인 투자가 시행돼 시설용량과 보급이 급속하게 확대됐다. 이처럼 수도시설의 증설이 신속하게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이전까지 상수도 생산량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었다.

특히 변두리 지역과 고지대에는 수압이 떨어져 물이 잘 나오지 않았으며,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더구나 철거민 이주 정착지의 경우 상수도 시설도 없이 공동 우물 또는 사설 간이상수도에 의해 생활용수가 공급됐고, 여름철 가뭄이 심할 때에는 급수난이 심각하게 발생해 급수차를 통한 물 공급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 1991년 경북 구미 두산전자가 페놀을 낙동강에 불법으로 방류한 사건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규탄대회 모습.

기술적으로도 설계기술, 시공기술, 자재의 성능 등이 모두 부족하고 미흡했으며, 외국기술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들인 시기였다. 1960∼1970년대 수요의 급증으로 수도의 보급이 시급했으나 건설자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자체들의 상수도 시설은 차관 조달에 의해 사업이 시행되면서 1960년대에 활발하게 진행이 이뤄졌다. 당시 주요 차관선은 대일청구원, AID, KFW, OEDF 등으로 차관조건에 따라 외국 설계회사가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1970년, 수도권 광역상수도 진행

1965년에 인천시와 대구시는 미국 ‘Henningson’, ‘Durham & Richardson’과 국내의 미림기술단(후에 한국종합기술공사와 통합)으로부터 상수도 시설의 타당성 조사를 착수토록 했다. 차관에 의한 수도시설의 건설은 비록 자금의 조달뿐 아니라, 외국 설계사들의 참여를 통한 기술 이전을 촉진시켰으므로, 국내기술자들의 설계 기술이 향상되는 계기가 됐다.

1970년대에 시작된 수도권 광역상수도는 1∼6단계까지 서울시 및 경기도에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업이었다. 1972년 7월 당시 한강의 취수시설 용량은 서울시 135만7천㎥/일, 인천시 23만5천㎥/일로, 이 가운데 약 57%인 90만2천㎥/일이 오염된 수역에서 취수됐다. 이에 수질을 개선하고자 수도권 상수도 취수장 이설 사업이 차관 사업으로 추진됐다.

당시는 지자체가 예산이 부족하여 건설부가 주도해 사업을 추진시켰는데, △수도권 1단계 사업은 1973년 5월 시설공사에 들어가 1979년 6월 팔당취수장, 김포가압장, 관로 및 터널공사를 준공해 1979년 7월 120만㎥의 용수공급을 개시(총 사업비 441억 원) △2단계 사업은 1977년 5월 시설공사에 착수해 1981년 12월 팔당취수장, 과천가압장, 반원계통 용수시설 및 관로 설치공사를 완료, 1982년 6월 하루 140만㎥의 용수공급을 개시(총 사업비 402억 원) △3단계 사업은 1984년 11월 시설공사에 착공하여 1989년 12월 팔당취수장, 광명가압장, 성남정수장, 와부정수장, 용인가압장, 미금가압장, 안양가압장, 반월정수장 확장, 관로 및 터널공사를 완료, 하루 133만㎥의 용수 공급이(총 사업비는 1천887억 원) 이뤄졌다.

1979년부터는 현재의 한국수자원공사의 전신인 산업기지개발공사가 설립돼 그동안 건설부에서 직접 관리한 수도권 광역상수도를 이관 받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부터 내무부장관은 지방의회를 대신해 시·도의 예산을 승인하기 시작했다. 이때 예산안의 주요 내용 중 일부가 지방상수도 사업비용으로 사용됐다. 이후 1962년도에 「급수조례준칙」이 제정되면서 시·도의 급수조례를 내무부장관이 승인(지방국의 재정과)하기 시작했다.

1969년 1월 29일에는 법률 제2901호로 「지방공기업법」이 제정됐다. 이에 이제까지 일반회계의 일부분으로 운영돼 오던 상수도 경영 및 회계 시스템이 복식부기 체제에 의한 지방직영 공기업 형태로 운영됐다.

또한 재정 상태와 경영 성과 및 상수도 원가 산정에 투명성과 독립성을 부여해 상수도에 기업적인 경영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상수도의 건설은 건설부가 담당, 운영과 유지관리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분담했다. 1989년 광역시는 상수도사업본부, 각 시·군은 상수도사업소로 독립하게 된다.

1970년부터 1979년까지의 상수도 세출현황을 살펴보면, 총 세출 중 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6%이며, 공사비는 42.1%를 차지했다. 기채 보상비로 7.9%가 지출됐으며, 기타로 4.5%가 지출됐다.

1980년에서 1989년까지 총 세입 6조2천460억 원 중 사용료 수입이 2조6천840억 원으로 43%를 차지, 나머지는 국비와 차관 등 보조금의 비율이 31.6%에 달했다. 1980년대 상수도 세출 현황을 보면 전체 세출 중 40.7%가 상수도 신규공사 및 개·대체비로 사용됐다.

1983년을 53.3%를 정점으로 그 비율이 점차 하락하면서 1989년에는 공사비의 비중이 30.9%로 하락, 유지비는 평균적으로 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유지비 가운데 전기료(11.5%)의 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인건비(7.7%), 원·정수 구입비(2.4%), 약품비(2.0%) 순으로 나타났다.

원·정수 구입비는 광역상수도 원수와 정수를 공급받는 비용으로서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세출 항목에 나타났다. 이후 비중이 점차 확대됐고, 기채 상환비는 평균적으로 9.1%를 나타났으나 매년 그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 1980년도에 6%에 불과하던 것이 1985년에는 13%, 1989년에는 22%가 돼 세출 중 기채 상환 비율이 점차 증가하게 됐다.

 

 

환경부 설립, 수질담당 일원화

1990년 1월 환경청을 환경처로 승격 개편(「정부조직법」 제 26조 제2호), 1994년 5월 정부의 물 관리 기능 체계 조정에 따라 건설부 및 보건사회부가 관장하던 수질 관련 기능을 환경처로 일원화시켰다.

1994년 12월에는 「정부조직법」 제 38조의 제2호 신설에 따라 환경처를 환경부로 변경하고, 1995년에 수질보전국에 환경조사과가 신설되고, 상수원관리과가 폐지된다. 1995년 5월에는 상하수도국의 상수도과가 수도관리과로 변경됐으며, 음용수관리과는 폐지 조치된다.

지속되는 수질문제에 따라 한강 수계의 수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담 기구로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이 설치됐으며, 기존 조직을 개편해 4대 강 유역관리청도 운영이 이뤄지게 된다.

한편, 1990년대에는 정수 수질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 총 18종의 새로운 미량유해물질이 수질기준에 포함됐다. 1990년에 트리할로메탄이 수질기준에 설정됐고, 1991년에는 다이아지논 등 5종이, 1992년에는 카바릴 등 4종, 1994년에는 벤젠 등 6종, 1996년에는 사염화탄소 등 2종이 설정되면서 수질기준이 보다 강화됐다.

또한 지자체의 수질검사소 설치와 수질검사가 강화됐다. 1989년 상수도사업본부가 발족됨에 따라 수질검사 장비의 도입, 전문인력의 보강, 수질분석을 전담으로 검사소가 기술연구소에 설치됐다.

낙동강 페놀사건 등 원수오염사건이 발생됨에 따라 원수 감시가 더욱 강화됐으며, 각 정수장의 취수장에는 자동수질분석기가 설치됐다.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질소, pH, 염소, TDS, 페놀 등을 실시간 분석, 물벼룩이나 오염에 민감한 어종을 이용해 독성물질의 유입도 실시간 감시하게 된다.

 

1994∼2006년, 고도정수시설 도입
원수 수질의 악화, 각종 수질사고, 낙동강 악취사건 등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짐에 따라 그 대책으로 1994∼2006년까지 4천736억 원(국고 2천36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고도정수시설이 도입되기 시작한다.

현재 21개 고도정수처리서설 중 17개소는 지금도 운영 중이며, 3개소는 공사 중이고, 1개소는 가동이 중단됐다. 정수장 진단제도는 2000년에 이르러 도입됐다. 수도요금은 수도사업자인 시장과 군수의 조례로서 결정됐다.

1991년 수도 요금 전국 평균 단가는 톤당 210.9원이고 서울은 180.4원이었다. 평균 단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목포시로 471.5원, 가장 싼 도시는 구미시로 110.9원이었다. 전국 평균 단가에 대비, 목포는 224%, 구미는 53%로 최고요금은 최저요금의 4.2배에 달했다.

요금제도 역시 규모가 큰 특·광역시 중심으로 살펴보면, 업종의 경우 가정용·영업1종·영업2종·욕탕1종·욕탕2종·공공용 등 6개 업종으로 단순화됐다. 누진체계는 사용량별로 기준이 지자체에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가정용 6단계, 영업용 5∼6단계, 욕탕용 5∼6단계, 공공용 5단계를 적용했다.

1990년대에 전체 세입 중 사용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으나 40%미만이었다. 생산비용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도요금으로 인해 수도사업은 계속 적자였다. 1990년대의 중반인 1996년 당시 지방상수도 재정은 총 부채 규모가 25조5천619억 원으로 적자는 국·도비 보조 및 융자로 충당됐다.

 

낮은 수도요금 부작용 발생

낮은 수도요금은 수요자 입장에서 수돗물 낭비의 원인을 제공했고, 공급자인 지자체에서는 재정적자의 주요원인으로 작용됐다. 상수도 재정이 만성적인 적자상태이므로 따라서 유수율 제고나 음용수의 수질개선, 배관망 교체와 정수장 리모델링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시설의 노후도와 누수율이 갈수록 증가돼 운영관리에 또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산업기지개발공사이던 1979년 12월에 정부로부터 울산공업용수도를 비롯한 7개 공업용수도를 인수, 수도사업을 시작했다.

1989년 착공을 시작, 1996년 준공한 일산 신도시 상수도를 시작으로 수도권·충주권·원주권 등 광역 상수도 건설을 차례로 마무리해나갔다. 낙동강 수계의 구미권 광역상수도 2단계가 1992년 착공되면서 1997년에 준공, 하루 총 40만㎥의 생활용수가 공급되기 시작한다.

울산 공업용 수도확장시설 및 양산 계통이 1994년과 1997년에 각각 용수 공급을 개시했으며, 울산권 광역상수도 사업이 1999년 4월 착공됐고(2005년 12월 준공), 밀양댐 계통 광역상수도는 1995년 착공(2001년 준공), 포항권 광역상수도는 1996년 착공(2001년 준공), 남강댐 계통 광역상수도 3단계 사업은 1996년에 착공(2007년 준공)됐다. 수도권 광역상수도 사업은 1973년에 1단계 사업을 시작, 1994년부터 1999년까지 5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5단계까지 건설된 수도권 광역상수도의 총 시설용량은 765만5천 톤/일에 이르게 됐다. 수도권 광역 4단계 사업은 1989년 12월 시설공사에 들어가 1994년 4월 완료(시설용량은 하루 152만5천㎥, 총 사업비는 2천384억)됐으며, 수도권광역 5단계 사업은 1994년 12월 시설공사에 착수, 1999년 12월 완료(시설용량은 하루 220만㎥, 총 사업비는 1조 290억 원)됐다.

 

2000년, 수도 새로운 세기 맞아
2006년 기준으로 상수도 보급률은 91.3%에 달하고 있다. 1인 1일당 급수량은 2000년에 약 380.2L에서 2001년에는 360.6L로 대폭 감소했다. 2005년까지는 약 360L대를 유지했으나, 2006년 들어서는 다시 345.8L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6년까지 전국의 상수도 보급률은 약 4.2% 증가했지만, 보급확대는 대부분 대도시보다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중·소도시와 읍·면 지역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인 1일당급수율도 특·광역시에서는 약 46L가 감소했지만, 읍·면 지역에서는 오히려 증가하여 전국의 1인 1일당 급수량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1989년부터 시작된 수질오염 사건 △1990년대 THM검출, 악취사건, 서울시 바이러스 검출사건 등 △2001년 환경부가 10만 톤/일 미만의 중소규모 정수장 40개소 조사 결과, 3개소의 정수장의 정수 및 2개소의 가정급수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발표)로 더욱 증폭돼 갔다.

이에 총 3개 분야 15대 정책 과제로 구성된 수돗물 수질관리 종합대책(2001∼2005년)이 수립되면서, 총 19조6천억 원이 투입됐다. 또한 정수처리기준(2002년), 정수장 운영관리실태 평가 및 정수장 효율개선 종합프로그램(Composit Correction Program)이 도입됐고, 바이러스 검사기관 인증제, 원생동물 검사기관 인증제 등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수돗물 품질보고서』를 배포하고, 급수 긴급중단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서울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 정수장에 고도정수시설 도입을 결정했으며 막여과시설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원수수질관리 강화를 위해 4대 강 수질특별대책과 4대 강 비점오염원관리 종합대책도 수립을 하게 된다.

 

상수도 보급률 91.3%로 성장

2007년에는 1991년 전문 개정 이후 16년만에 「수도법」 전문이 개정되면서 수도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게 된다. 아울러 수도사업에 효율성과 안전성이 향상됨에 따라 수도서비스 개선 부문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한편, 간이상수도의 수질은 일반세균, 대장균군, 암모니아성질소 및 알루미늄 등 14개 항목이 검사 기준에 적용됐다. 수질검사 결과에서 기존 초과율이 1999년에는 2.1%, 2000년 1.5%, 2001년 1.7%, 2002년 상반기 1.9%, 2006년 2.4%를 기록했다. 지방상수도 정수장의 기존 초과율은 0.1%인데 비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올해부터는 55개 항목 모두를 연 1회 검사하게 돼, 더 많은 기존 초과율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00년 간 우리나라 수도는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재 선진국과 같은 수치의 수질기준(전국의 5천 톤/일 이상의 정수장에서 탁도 기준이 0.3NTU 이하, 5만 톤/일 이상의 정수장은 분기별로 원수를 채수하여 바이러스와 지아디아의 분포실태를 조사)으로 개선해 왔으며, 제도상으로도 엄청난 개선이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상수도 보급률은 전국적으로 91.3%, 급수인구 4천530만으로 하루 1인당 346L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기대에 맞는 수도 시설 개선과 서비스 개선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상수도의 보급을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업무로 분류해 정부 예산을 극히 제한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상수도에 대한 투자에 대해 우선 순위를 낮게 책정하고 있어, 발전동력의 상실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공무원의 순환보직 제도로 인해 수도 전문 인력의 육성이 미흡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 꼽을 수 있겠다. 주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경쟁과 평가를 통해 도태된다는 위기감 역시 결여돼 있다. 아무리 좋은 규제라 하더라도 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효과만 못할 것이다.

특히 정보공개 미흡, 규제기구의 작동 미흡 등의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이 문제들을 간과하면 시민들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수도 사업은 발전의 기틀을 잃게될 것이며, 결국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대내외적인 환경의 변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한 21세기에 부합한 새로운 기틀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급과 운영에서 효율성을 강화해 경쟁과 평가 도입, 다양한 사업구조와 규제기구 등의 구비를 마련토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물순환 사용, 원수 수질보전, 저에너지 고효율을 모토로 한 환경친화적인 수자원 보호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정보공개, 기술개발, 노후시설의 개선 등을 통해 신뢰도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정책, 제도, 기술, 인력의 조화로운 발전을 바탕으로 국제적 물 보급에도 협력 가능한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수도로 발전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